지식은 단순히 안다는 것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아는 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출하고 체계화해 다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과 정보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도래하는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의 축적이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체가 된다. 백년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큰 일이 교육이라고 했으니, 새롭게 다가오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21세기는 새로운 지식창출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지식이 가치창출의 중요한 자원이 되고, 생산된 지식이 중요한 가치가 되는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기반 사회는 수많은 지식을 조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이며, 국제화·세계화 개념을 뛰어넘은 다문화시대이며, 한 가지에 정통한 사람이 아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이다. 노동·자원·자본이 지배하던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과 정보가 가치창출의 핵심요소가 되어 인식·가치관·문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를 준비하고 육성하는 교육의 현장이 바로 ‘진도고등학교(학교장 박종언)’다.

 

시대를 이끄는 전인적 인재 육성 최우선

   
▲진도고등학교 박종언 교장

1945년 진도중학원으로 출발한 진도고등학교는 올 1월 제46회 졸업생을 배출한 전통과 역사의 학교다. 1992년 지역 중심고로, 2006년에는 농산어촌 우수고로, 2009년에는 교육부 기숙형 고교 지정을 받으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시설과 교육과정, 학력증진 방안을 준비하는 교육의 전당이기도 하다.

박종언 교장은 “요새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 입학사정관제,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이러한 입시전형의 변화는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세계가 엄청나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입시도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학생의 다양한 지식에 바탕을 둔 창의력과, 남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인성, 그리고 성장발전 가능성, 즉 잠재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라며 “ 때문에 저희 진도고등학교도 교육의 방향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잡아가고 있습니다. 조장(助長)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는 느린 교육, 자존감 회복을 통해 동기를 유발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신장하는 즐거운 교육, 열린 마음으로 학생과 학부형,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함께하는 교육으로 방향을 잡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타 어느 학교에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박 교장은 국어, 영어, 수학교과 전 학년 수준별 수업, 독서시간 운영(매일 1시간, 좋은 책 100권 읽기, 독서노트 제작 활용), 진로지도 강화, 자체 교재(학습노트) 개발 활용, 창의력 증진을 위한 체험활동 노트 제작, 기숙형 고교 주말 학습반, 수준별 방과 후 학교 운영 등을 예로 든다.

“성적우수자를 위하여 자기주도적 학습반을 만들어 주중 야간에 과외식 맞춤형 심화학습과 주말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 독서토론 수업 같은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희 학교 방과후학교수업은 AIS(After-Instruction Service) 수업이라고 해서 다른 학교와는 달리 단순한 보충수업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개별학습을 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으로는 아침 독서활동과 다양한 봉사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왜 공부하는가’ 당위성 깨닫는 게 공부비결

   
 

박 교장은 30년 동안 교직에 몸담은 교육자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까?’ 박 교장은 대답한다.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흔히 학부모님들은 ‘어떻게 공부하면 공부를 잘하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보다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는 한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만 깨닫게 된다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는 자연 터득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안 하는 학생이나 모두 필요한 것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입니다”라고 강조하는 박 교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나 학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부하는 방법은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행동 속에서 터득하는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 대 인간관계에서 이뤄집니다. 곧 상호신뢰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백마디의 말보다 몸으로 함께해야 상호 신뢰가 쌓이고 소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완전 성장하지 못한 아이에게 단번에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른의 욕심입니다. 조장(助長)하려는 순간 학생들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가르침만 있을 뿐입니다. 이외에도 스스로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과 노작(勞作)활동을 많이 하게 하는 것, 더불어 사는 큰 꿈을 가지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 농어촌 학교들이 그렇듯, 진도고등학교도 학생수 감소로 인해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외부 탓만 할 수는 없다고 박 교장은 의연해한다. 자랑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입시에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있어 지난해부터 진도군 인재육성장학회에서 매년 1억9천여만 원씩 지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사들의 심기일전 각오까지 더해져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자부심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뿐이라는 박 교장은 ‘사즉생(死卽生)’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웃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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