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용산 참사, 국감 등 앞에 놓인 험난한 여정 어떻게 풀어낼지
“대통령께 할 말은 하겠다” 굽히지 않는 소신 높이 평가

늘 그렇듯이 우여곡절 끝에 정운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적어도 국민의 선봉에 설 사람이라면 털어서도 먼지가 안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청문회에서의 ‘정운찬 스토리’는 ‘혹시나’하는 기대감이 ‘역시나’로 바뀌었고 이를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렇게 이명박 정부 2기 내각이 시작되었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 보좌, 선(先) 경제성장 이룰 것
이명박 대통령은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15분간 환담을 하는 자리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면 국민에게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다. 함께 뜻을 모아 열심히 해보자”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검증 과정을 언급하며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고, 정 총리는 이에 “열심히 보필하겠다. 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심려를 끼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문회 제도와 관련해 합리적인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과 함께 “한쪽에서 특정 정당이 전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선거제도가 특정지역에서 여야간 서로 당선자가 나올 수 있도록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편과 행정개혁 의지를 밝힌 셈. 이에 정 총리는 “잘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취임식에서 정 총리는 “필요하다면 대통령께 할 말은 하겠다. 큰 소리에 굴하지 않고 작은 소리를 크게 듣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책의 성공 여부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세심한 일처리에 달려 있다”면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막는 예방행정, 책상머리보다 서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현장행정, 작은 것을 먼저 챙기는 피부행정, 화려한 시작보다 꼼꼼한 마무리를 중시하는 내실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물이 반쯤 차 있는 유리잔을 보고 ‘아직도 반이나 남아 있다’고 낙관하는 분이든 ‘벌써 반밖에 안 남았다’고 비관하는 분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 선(先) 경제성장을 시사했다.

엇갈리는 여야의 반응, 야 “식물총리” 비난 이어져
‘정운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이후 ‘정운찬 국정감사’ 방침을 분명히 하며, 정운찬 총리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의혹이 남은 상태로 총리 인준이 됐지만, 민주당은 앞으로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특히 국정감사 때는 위증 문제가 제기된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해당 상임위 민주당 의원들이 집중 규명하고 파헤쳐서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의혹을 갖는 부분을 속시원하게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운찬 후보자의 인준이 한나라당만의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야당 의원들로부터는 단 한 사람의 지지도 받지 못한 반쪽짜리 총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인준안 가결과 관련, “모든 야당의 이유있는 반대를 발목잡기로 매도하고 수의 논리로 밀어붙인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 앞에서 비애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나라의 비극이요 국민의 좌절”이라고 논평했다.
선진당 이명수 대변인은 “이미 변절한 철학과 훼절한 소신은 차치하더라도 병역기피 의혹, 증여세 포탈 및 탈세, 불성실 재산신고 및 공직자 윤리법 위반, 소득세법 위반 등 그 많은 의혹과 도덕적 흠결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라며 “세종시 등의 문제로 국론분열과 국정혼란을 초래한 인사가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고 국정과제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차기 대선후보 입지 관련, 각 언론사 반응
이번 총리 지명으로 정 총리는 차기 대선 후보로도 부상했다. 조선은 “정 총리의 취임은 여권에 또 한 명의 차기 대선주자가 공식으로 등장했다는 정치적 의미도 갖는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그의 ‘상품성’에 적잖이 흠이 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대선 후보로서의 잠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 총리가 재임기간 잃었던 점수를 만회하는 데 성공한다면 오히려 대선 후보에 다가가는 데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겨레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도덕적 문제와 ‘무소신’ 논란은 정 총리의 이후 행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대선후보급으로 영입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대표 등과 같은 반열에 올랐으나, 청문회에서 불거진 숱한 의혹들이 정 총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야당의 사후 검증 공세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 39명은 종합소득세 탈루, 기업인으로부터 용돈 수수, 겸직 금지의무 위반 등을 들어 정 총리를 검찰에 고발했다. 가계수지와 관련한 청문회 증언에 대해 위증죄 고발도 예고하고 있다. 조선은 “야당들이 ‘정운찬 총리’ 낙마를 위한 고삐를 늦출 수 없는 것은 정부·여당의 ‘중도·친서민 정책’과 정 총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권의 중도·실용이 먹히면서 야권의 입지가 축소된 이상 중도 정책의 흐름을 끊지 않고선 단·중기적으로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장기적으로는 다음 대선까지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야당이 예고한 공세는 당장 10월28일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정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의 ‘상징’인 만큼 정 총리에 대한 공세가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알프레드 마셜은 경제학도에게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케인즈언을 자처하는 정 총리가 마셜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저서 중 <가슴으로 생각하라>에서 그는 “어려운 때 일수록 가슴으로 생각하고, 힘든 일 일수록 가슴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정 총리에게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세종시, 용산 참사, 국감 등을 어떻게 풀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

인사청문회 관련, 국민에게 물었다
 

인사청문회 중요 검증사안, 도덕성 48% vs 업무능력 44%
▲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업무능력 중 어느 것을 더 중점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 도덕성이라는 응답이 다소 높았으나 업무능력이라는 응답도 상당했다.
▲ 수치를 보면, ‘도덕성’ 47.6%, ‘업무능력’ 43.9%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5%였다.
▲ ‘도덕성’이라는 응답은 인천·경기와 호남 및 PK 지역, 20~40대에서 더 우세했다.
▲ 반면 ‘업무능력’이라는 응답은 충청과 TK지역, 50세 이상에서 우세했다.
▲ 한편, 지지정당에 따라서도 결과가 갈렸다. 여당인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업무능력’(56.7%)이라는 응답이,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도덕성’(52.0%)이라는 응답이 각각 더 우세했다.

고위직 인사 내정자의 위장전입, 결격사유 46% 〉 결격사유 아님 36%
▲ 고위직 인사 내정자들의 위장전입과 관련해 임명에 결격사유라는 인식이 높았으나 결격사유까지는 아니라는 인식도 적잖게 나타났다.
▲ 자세히 보면, ‘도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위장전입은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본다’는 의견은 46.0%, ‘업무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결정적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은 35.9%였다. 한편,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8.0%였다.
▲ ‘결격사유라고 본다’는 의견은 인천·경기와 호남지역, 30~40대에서 특히 높았다.
▲ 반면,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은 서울과 충청지역, 50세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 한편,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결격사유라고 본다’는 의견이 각각 더 우세해 대비되었다.
▲ 이러한 결과는 현 정부 들어 고위직 인사 임명자들의 위장전입 문제가 빈번해 지고 있는데 대해 부정적 여론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한편으로는 결격사유라는 의견이 우세하긴 하나 50%에 이르지 못하고, 결격사유까지는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위장전입 문제를 집중부각하려는 야당의 전략이 여론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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