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진=KBS 제공) 
'동행' (사진=KBS 제공) 

18일 KBS1 '동행'에서는 원진이와 할머니 순자 씨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할머니의 보물단지

스물두 살의 원진이는 할머니의 가장 소중한 보물단지다. 원진이가 돌 무렵, 이혼을 택한 부모님 대신 갈 곳 없는 원진이를 품에 안은 할머니 순자(87) 씨. 보물로도 부족하다며 항상 보물단지라 불러주던 할머니였다.

혹여나 어린 손녀가 엄마의 빈자리라도 느낄까, 부모 못지않은 사랑으로 원진이를 돌봐온 할머니. 어디 가서 기라도 죽을까 당신 것을 아껴가며 원진이를 챙기고, 각종 행사며, 참관 수업이며 원진이에 관한 일이라면 빠지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 할머니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호강시켜드리겠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원진이었는데, 최근 그 마음이 조급해졌다. 2년 전부터 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 것.

처음엔 할머니의 치매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던 원진이. 하지만 지난날 할머니가 자신의 곁을 지켜왔듯, 이제는 할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그 곁을 지키고 있는데.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할머니의 기억. 원진이는 흐릿해진 기억 대신 더 즐거운 추억들을 채워드리려 오늘도 노력 중이다.

#나의 엄마, 나의 할머니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일도, 귀찮은 일도 부쩍 많아진 할머니. 밥 한 숟가락에도, 세수 한 번에도 한참을 씨름하는 건 일상이 됐다.

올해 들어 할머니의 기억이 점점 더 흐려지면서 휴학까지 선택한 원진이.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이었지만 할머니를 생각하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할머니를 모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원진이. 하루 종일 할머니의 곁을 지키다 아르바이트를 갈 때가 되면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지난번처럼 혼자 또 밖을 나갔다 길을 못 찾으시는 건 아닐지, 무슨 일이라도 생기진 않을지. 매번 할머니 걱정이 끊이질 않는 원진이. 마음 같아선 딱 붙어 곁을 지키고 싶지만, 할머니를 모시려면 하루 몇 시간씩이라도 일을 해야만 한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를 돌보며 가장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스물두 살의 원진이. 아직은 어린 나이에 지금의 상황들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받은 할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른다는 원진이다.

#할머니를 지키고 싶은 원진이

일이 바쁘다며 어릴 적부터 얼굴 한 번 보기가 쉽지 않았던 아빠. 그러다 몇 년 전, 아빠의 사업이 실패하며 가족들이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아빠는 벌써 4년째 연락이 끊겼다.

소식 없는 아빠를 걱정하며 밤낮으로 울기만 하던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던 원진이. 걱정, 고민 없던 철부지에서 식당이며, 편의점, 물류 센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돼야 했는데.

백만 원가량으로 한 달을 생활하면서 매달 내야 하는 공과금에 고민하고, 부족한 생활비에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원진이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할머니를 좀 더 안정적으로 모시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

할머니가 잠든 후, 밤을 새워 공부하는 원진이.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부족할 시간에 할머니를 모시고 일까지 병행하는 게 쉽진 않지만, 원진이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은 오늘 저녁 6시 KBS1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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