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음식과 배달 성행 속, 조리 환경과 식자재 관리 부실로 저버린 위생 관념
방역 수칙 어긴 불법 ‘숨바꼭질 영업’도 연이어 적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위협하는 비양심적 행태, 처벌 강화와 체계적인 개선안 필요

[시사매거진 278호]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포장과 배달 음식이 성행하면서 일부 음식점에서 심각한 위생과 방역 실태가 나타나고 있다. 야간 영업시간 제한과 음식점 인원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포장과 배달 주문이 늘어난 가운데, 매장 내 ‘보는 눈’이 줄어들자 비위생적 시설 관리와 유통기한 위반 등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가 8월 11일에 발표한 배달음식서비스 관련 상담 접수는 2018년 2건, 2019년 11건, 2020년 18건, 2021년 1월부터 7월 31일까지 16건으로, 총 47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발생이후, 올해 7월 31일까지 34건이 접수됐다. 피해 유형 중에서는 △이물혼입 8건(17.0%) △품질 및 변질 7건(14.9%) △상해발생(알러지, 치아파손, 배탈 등), 부작용 6건(12.8%) 등 접수건 중 약 44%가 점포에서 배달한 ‘음식 자체’로 인해 발생한 피해 사례로 집계되었다.

행정안전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 간 3101건의 식중독 사고로 6만 7270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그래픽_ 뉴시스 전진우 기자)

휴가철에 증가하는 식품안전사고, 식중독 사망 사례까지 나와

사람이 몰리는 휴가철에는 식품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름철에는 덥고 습한 날씨가 되어 균이 번식하기 쉽고 음식이 상하기 쉽기 때문인데, 각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집단 식중독과 같은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2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지방자치단체 17곳과 함께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음식점 등 43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등 조치했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고속도로 휴게소, 수영장, 야영장, 계곡 등 사람들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영업하는 음식점과 식용얼음‧빙과제조업체 등으로 무허가 영업,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 결과, 건강진단 미실시(10곳), 무신고 음식점 영업(5곳),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3곳), 시설기준 위반(3곳) 등이 적발됐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고양 김밥집 식중독 사례도 부실한 위생 관리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지난 8월 23일, 고양시 덕양구의 20대 여성 A씨는 해당 김밥집에서 식사를 한 다음날 밤부터 고열과 설사, 구토, 복통 등에 시달렸다.

A씨는 다음 날인 25일 새벽에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25일 낮 자신의 집에서 쓰러진 A씨는 남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A씨의 사망 사고를 접한 보건당국은 해당 김밥집을 조사했고, 숨진 A씨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 손님 29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일부는 119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된 경우도 있었다. 

식당에서 단체로 식중독 증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인 7월 분당에 있는 김밥전문점 2개 지점에서 276명이 음식을 먹고 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이 가운데 40여 명은 입원했으며, 8월 초 부산의 한 밀면집에서도 400여 명의 식중독 환자가 나왔다.

 

지난 8월 19일 오전 맥도날드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대책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 앞에서 ‘맥도날드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 사태와 관련해 알바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도 나타난 비양심적 ‘스티커갈이’

위생 및 점포 관련 매뉴얼이 철저할 것이라 생각했던 프랜차이즈 업체에도 관리의 구멍이 나타났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업체 맥도날드가 일명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 의혹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스티커갈이는 날짜가 지나 버려야 할 식자재에 미래시점 날짜 스티커를 덧붙여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맥도날드는 유효기간이 지난 빵 등에 유효기간을 정정한 스티커를 새로 출력해, 위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폐기 대상인 식자재를 재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익신고자가 1년간 이를 촬영하여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며 사건은 세간에 알려졌다. 해당 영상에는 유통기한이 하루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매장에 보관중인 식자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일부 매장에선 세제를 보충하지 않고 식기세척기를 사용해 컵을 세척했다는 의혹과 유통기한이 지난 햄버거 빵과 양상추 등을 판매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맥도날드는 스티커 갈이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3개월 정직 징계해 오히려 책임 회피 논란을 키웠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맥도날드는 징계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놀라운 점은 해당 사건을 시작으로 스티커 갈이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커갈이가 전국 매장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조리목적으로 보관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이를 판매하거나 식품 제조·가공에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셔터 내린 후 불법 영업, 방역 위반 사례도 잇따라

심각한 것은 식자재 및 내부 위생 문제뿐이 아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업소들의 ‘숨바꼭질 영업’ 적발 사례 역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서 유흥주점은 영업을 할 수 없으나 일부 업소들이 영업장을 ‘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몰래 영업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주시는 8월 26일에 올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음식점, 카페, 유흥주점 등 위생업소 4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사적모임 기준 위반, 종사자 마스크 미착용, 영업제한 시간 위반, 집합금지명령 불이행 등으로 적발됐다. 

경북 구미시도 특별방역기간이던 지난 8월 24일, 불시 점검을 통해 22시 이후 운영 제한을 위반하거나 출입자명부 기록·관리가 부적합한 일반음식점 2곳을 적발했다. 이들 업소는 일반음식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신고로 유흥접객원을 고용하여 22시까지의 영업 제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중 한 업소는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 않아 단속반과 실랑이를 벌이며 먹던 술과 음식을 치워 증거를 인멸하는 등 단속을 방해하여 경찰관이 출동하기도 했다.

8월 20일에는 김해시에서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위반한 일반음식점 1곳이 적발되었다. 심야단속반의 적발 당시 거리두기 지침 상 일반음식점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집합제한이 적용돼 매장 내 영업이 불가하나 적발 업소는 문을 잠근 채 손님 2명이 주류와 안주를 취식하고 있었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불법영업 특별단속 결과 위반업소 21곳을 추가 적발했다고 8월 24일 밝혔다. 유흥시설·카페·식당 등을 대상으로 집합금지 위반 및 불법 유흥접객 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집합금지 등 방역수칙 위반 12곳 ▲불법 유흥접객행위 3곳 ▲무허가 축산물가공업 1곳 ▲원산지 거짓 표시 1곳 ▲ 위생 불량 등 기타 위반 4곳 등 총 21곳의 불법영업 업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진_부산시 제공)

이연우 식품위생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자영업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지금 불·탈법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여, 선량한 영업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코로나19확산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한 만큼 상시 마스크 착용, 유증상시 다중이용시설 출입 금지 등을 철저히 지켜주시길 바란다”라며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대면 고객 줄어든 환경과 낮은 처벌 수위 등이 원인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적 영리추구를 위한 일부 영업자들의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하거나 미흡한 위생 관리로 손님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해당 문제의 원인중 하나로는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난 상황에 있다. 음식을 포장하거나 배달 받은 손님들은 매장에서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 맛이나 질에서 크게 이상함을 느끼거나 건강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굳이 매장까지 찾아가 불만을 표현하지 않게 된다. 또한, 음식점 내부와 조리 시설, 위생 실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고 반찬을 재사용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음식자체를 통해서는 위반 사항들을 파악할 수 없다. 

낮은 처벌 수위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올해 7월에 논란이 된 ‘족발집 무 세척 영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이 영상에는 무를 세척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무가 담긴 대야에 걸터앉은 남성은 무를 세척하는 내내 두 발을 대야에 담그고 있다. 남성은 무를 세척하다 말고 한쪽 발을 꺼내 수세미로 발바닥을 문지른 뒤, 해당 수세미로 다시 무를 세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남성 옆에는 이런 작업으로 닦여진 것처럼 보이는 무 10여 개가 대야에 담겨 있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중국에서 촬영된 영상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상 속 차량의 등록정보·동영상에 찍힌 건물 특징과 주변 환경 등을 정밀 분석해 해당 업소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족발집으로 특정했다. 이후 7월 27일에 현장점검을 실시한 식약처는 이 족발집이 비위생적인 식재료 세척 외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머스타드 드레싱 제품을 냉채족발 소스에 사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또한, 이 업소는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을 조리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이런 비위생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해당 음식점이 받은 처분이 고작 ‘1달 영업정지와 과태료 100만원’이였다.

한 남성이 대야에 발을 담근 채 무를 세척하던 중, 무를 세척하던 수세미로 자신의 발을 닦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음식점들의 양심적 운영과 제도 및 환경 개선이 급선무

일부 음식점들의 위생 및 방역 위반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점들의 양심적 운영을 도모하는 한편, 강화된 법적 제도와 위반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음식점들은 식품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매장 및 식재료의 위생과 청결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식중독 사례에서 보듯, 음식점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나태한 식재료 관리 등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또한 불법 영업 등은 감염병 확산에 위험 요소가 되며 이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SNS와 어플 등의 서비스가 발달한 요즘 시대에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이는 바로 매출과 점포 운영 자체에 타격으로 돌아온다. 리뷰와 별점, 온라인 뉴스 등을 통해 실제 점포명과 위치가 공개되어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점들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제공과 정직하고 청결한 매장 운영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골 고객과 좋은 이미지를 확보할 있는 양심적 운영에 나서야 한다.

위반 사항에 대한 보다 엄중한 책임을 요구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쓰이는 식자재 관련 현행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해동된 음식은 주방 환경에 따라 급격히 상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처리 조건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패스트푸드처럼) 즉석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지침이 없는 상황”이라며 “스티커 갈이에 대한 식약처의 후속 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햄버거병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아직 식품위생·의료사고와 관련한 피해입증 책임을 신고자나 피해자 측에게 지우고 있다”며 “반면 미국에서는 입증책임이 전환돼 기업이 사고예방 조치를 충분히 다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점들이 양심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등과 같이 본사가 존재하는 음식점의 경우에는 보다 체계적인 위생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여 매장 관리 및 점검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비위생적인 주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리모델링 서비스 등 구체적인 매뉴얼과 해결방안을 제공함으로서 그들이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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