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두 번째 대회 성료…본격 글로벌화 나서

지난 2010년 출범한 로드FC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로 성장했다. 쇠락해가는 국내 격투기 시장이 안타까워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자 출범한 로드FC는 국내 메이저 스포츠 단체로는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 진출한데 이어 지난 4월 16일 중국에서 두 번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입지를 단단히 했다.

   
 

2000년대 초반 흥행하던 K-1, 프라이드가 쇠퇴하면서 자생력이 없었던 국내 격투기 단체들도 함께 무너졌다. 뛸 무대를 잃은 국내 파이터들은 갈 곳을 잃었다. 안타까운 상황을 접한 정문홍 대표는 ‘국내 파이터들이 오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하나의 바람으로 로드FC를 출범시켰다. 격투기 종목의 인기가 떨어진데다 열악한 국내 상황 속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자비를 털어서 케이지를 만들고 무관심과 냉대에 굴하지 않고 대회를 계속 개최했다. 적자가 이어졌지만 정 대표의 희생정신으로 버텨왔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개선시키면서 꾸준히 대회를 열었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사회 환원 활동을 통해 로드FC를 도와준 이들에 대한 감사에 보답했다. 국내에서 탄탄히 입지를 다진 로드FC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선수를 해외 리그에 진출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대회를 개최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첫 진출국은 과거 세계 격투기계를 주름잡았던 일본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현실은 열악했다. 더욱이 대회가 열린 지난해 7월 25일 도쿄에서는 세계적인 불꽃 축제가 열려 입장 관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00여 명의 관객이 들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7,000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인기 구기 종목도 이뤄내지 못한 해외 진출을 로드FC가 이뤄낸 날이었다. 일본 대회의 성공에 힘입어 본격적인 글로벌화에 나선 로드FC는 14억 인구의 중국 진출까지 성공했다. 세계 최고의 IT 벤처기업 샤오미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격투기 선수들의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한 로드FC는 5년 여 만에 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 격투기 단체로 나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대 기업들과 손잡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 진정한 글로벌 스포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중국 대회는 이러한 로드FC의 성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의 수도 북경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친 것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북경과 상하이에 오피셜 짐과 종합전시관을 마련했으며 중국 2위 채널인 후난위성TV 자체 공연장을 로드FC 전용 경기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후난위성TV와 손잡고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할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악전고투 끝에 이뤄낸 값진 성과가 있기에 지난날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는 정 대표. 글로벌 스포테인먼트 기업을 향한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대륙까지 접수한 ‘글로벌 로드FC’
지난 4월 16일 중국 북경공인체육관에서 열린 ‘XIAOMI ROAD FC 030’은 전석이 매진되며 1961년 공인체육관 개관 이후 역대 최다 관중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북경 10대 건축물로 꼽힐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깃든 공인 체육관에 모인 많은 관중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관중들의 관심은 무제한급 토너먼트에 많이 쏠렸지만 얜 시아오난과 임소희의 경기도 키 포인트였다. 유일한 여성부 매치이자 우슈 산타의 대결인 것이 이유였다. 중국의 얜 시아오난은 산타를 베이스로 하는 파이터이고, 임소희는 한국 우슈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다.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우슈 산타 여성 파이터들의 격돌이었다. 경기는 경험 부족을 드러낸 임소희의 패배로 끝났다. 얜 시아오난의 타격에 눈에 부상을 입어 경기를 속행할 수 없었던 임소희는 TKO로 패했다. 경기 후 임소희는 “데뷔전에서 열심히 싸웠는데 져서 아쉽다. 얜 시아오난 선수에게 눈 쪽을 맞은 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다음 경기는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제한급 토너먼트의 시작은 2015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XIAOMI ROAD FC 027 IN CHINA’에서 8강이 시작돼 이번 대회에서 4강전을 치렀다. 결승행 티켓의 주인공을 모두 결정지어 이제 챔피언이 탄생하는 것만 남았다. 이번에 진행된 준결승전은 긴장감이 넘쳤다. 경기 전부터 불꽃 튀는 신경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최홍만과 아오르꺼러는 서로를 디스하며 깎아내렸다. 승리를 장담했던 두 선수의 희비는 경기에서 극명히 엇갈렸다. 초반 기세는 아오르꺼러가 좋았지만, 마지막에 최홍만이 웃었다. 최홍만은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아오르꺼러의 공세를 잘 버텨냈다. 이후 아오르꺼러를 넘어뜨린 뒤 파운딩 공격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작년 12월부터 진행된 무제한급 토너먼트는 마이티 모와 최홍만의 결승전만 남겨두게 됐다. 마이티 모와 최홍만은 과거 이미 두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1승 1패로 서로 한 번씩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으로 두 선수의 우열을 확실히 가리게 됐다.

이에 앞서 열린 마이티 모와 명현만의 경기는 의외로 그라운드 싸움에서 갈렸다. 두 선수는 각자의 스타일로 경기를 먼저 풀어갔다. 마이티 모는 특유의 훅으로 명현만을 공략했다. 명현만은 마이티 모의 훅을 견제하며 빈틈을 노렸다. 명현만이 클린치 싸움에서 마이티 모의 체력을 빼앗은 후 유효타를 적중시켰다. 마이티 모는 오른쪽 눈썹부분이 찢어지며 타격을 입었고, 명현만이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마이티 모는 체력이 점점 떨어지며 위험한 상황을 맞이했다. 위기를 느낀 마이티 모는 그라운드를 선택했다. 입식타격을 해온 명현만이 아직은 그라운드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 마이티 모의 경우 대학시절까지 레슬링을 했기에 명현만 보다 그라운드 상황에 유리했다.

마이티 모의 그라운드 작전은 3라운드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마이티 모는 타격으로 시선을 빼앗은 후 명현만의 다리를 노렸다. 테이크 다운에 이어 그라운드로 승부를 걸기 위한 노림수. 테이크 다운으로 상위 포지션을 차지한 마이티 모는 조금씩 명현만의 빈틈을 찾았다. 자신의 또 다른 장점인 레슬링으로 명현만을 압박했다. 명현만이 빠져나오려 했지만, 아직 그라운드 기술이 부족한 명현만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다. 결국 마이티 모는 넥 크랭크로 승부를 마무리 했다.

 

   
 

   
 
   
 

역대급 풍성한 대진 ‘XIAOMI ROAD FC 031’
쉼 없이 달려온 로드FC는 5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XIAOMI ROAD FC 031’를 이어간다. 넘버시리즈에서 총 6경기가 펼쳐지며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대진으로 팬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과 ‘미들급 파이터’ 이둘희의 무제한급 매치다. 권아솔(30, APGUJEONG GYM)은 -70kg인 라이트급의 챔피언, 이둘희(27, BROS GYM)는 -84kg인 미들급 파이터다. 활동하는 체급이 전혀 다르다. 얽힐 것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대결 구도는 지난해 3월 시작됐다. 권아솔이 미들급 파이터들을 디스한 것이 시발점이다. 권아솔은 “ROAD FC에서 가장 약한 체급은 미들급이다. 완성형 파이터가 없고, 전부 원석인 파이터들만 있다”라며 도발했다. 이둘희가 권아솔의 말에 디스로 맞받아치며 두 파이터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1년에 걸친 권아솔의 끈질긴 도발에 결국 이둘희가 경기를 수락했다. 이둘희는 경기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 열 번 찍혀 나도 넘어 갔다”고 말했다. 이들의 경기는 무제한급으로 치러진다. 체중 제한이 없기에 당일 컨디션과 체중차이가 승패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페더급 이윤준(28, APGUJEONG GYM)과 조지 루프(35, APEX MMA)의 경기도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로드FC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뒤 조지 루프는 밴텀급과 페더급 타이틀에 욕심을 드러냈다. 자신의 SNS에서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과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27, MMA STORY)의 벨트를 거론하며 챔피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윤준도 “밴텀이든 페더든 만만한 체급이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조지 루프를 저격했다. 이윤준과 조지 루프의 대결을 페더급으로 결정됐다. 이윤준은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과의 대결에 이어 한 번 더 페더급 슈퍼파이트를 진행한다. 8연승을 달리고 있는 이윤준이 연승 기록을 이어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4경기 미들급으로 맞붙는 윤동식(44, NEEPIEL C&H)과 최영(38, SHINBUKAN LAND’S END)은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한국&일본과 깊은 인연, 그라운드 장점 등 공통점이 많다. 이번 경기는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경기다. 재일교포 3세인 최영이 10년 만에 국내에서 갖는 경기다. 그는 일본 단체 DEEP 미들급 챔피언이다. 약점이었던 타격 기술을 보완했다고 전해져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윤동식도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윤동식은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다. 최영을 꺾는다면 3연승이다.

세 번째 경기인 정두제(35, RONIN CREW)와 브루노 미란다(26, TIGER MUAYTHAI)의 경기는 타격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두 파이터 모두 타격에서 강점을 보인다. 체조 선수 출신인 정두제는 복싱을 베이스로 한 강력한 펀치가 최대 장점. 종합격투기 49전이나 치러 32승을 거뒀다. 브루노 미란다는 전적은 많지 않지만, 7승 1패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ROAD FC 016에서 ‘크레이지 광’ 이광희를 니킥으로 TKO 시킨 것은 커리어 최고의 명장면. 두 파이터는 이번 경기에서 -69kg으로 계약 체중 경기를 한 뒤 라이트급에서 페더급으로 전향한다.

이번 대회의 유일한 여성부 매치는 후지노 에미(36, WAJUTSU KEISHUKAI GODS)와 홍윤하(27, VON JIUJITSU)의 대결이다. 후지노 에미는 26전을 치른 베테랑이다. ROAD FC 023에서 박정은을 꺾어 한국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박정은의 패기를 노련미로 잠재웠다. 후지노 에미를 상대하는 홍윤하는 데뷔하는 신예. 종합격투기 전적은 없지만, 주짓수와 킥복싱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짓수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수차례 했다. 센트럴리그에서는 박정은에게 경기력에서 압도해 지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비록 암바로 패했지만, 실력이 검증된 파이터다.

대회의 시작을 알릴 파이터들은 최무송(21, CHEONMUGWAN)과 알라텡헬리(25, TEAM ALATENG)다. ‘신의 전사’라는 별명을 가진 최무송은 타격과 그라운드를 겸비한 파이터다. 물러서지 않고, 화끈한 경기를 하는 것이 장점이다. 알라텡헬리는 레슬링이 주특기다. 로드FC에서 두 차례 경기해 권민석과 사사키 후미야를 꺾고 2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넘버시리즈 버금가는 기대주들의 열전
매 대회마다 넘버시리즈 못지않은 화끈한 경기를 보여준 영건즈, 이번에도 12명의 파이터들이 케이지에 올라 승부를 겨룬다. ‘XIAOMI ROAD FC YOUNG GUNS 28’의 마지막 제6경기는 란 하오(21, WANTONGTEAM)와 김경표(24, MMA STORY)의 대결이다. 산타 베이스의 란 하오는 씨름으로 시작해 권투를 거쳐 MMA까지 온 파이터다. 강력한 펀치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가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상대방을 함정에 걸려들게 만든다. 이런 플레이 스타일로 ‘거미’라는 별명도 가지고 잇다. 김경표는 레슬링이 베이스지만, 웰라운더를 추구하는 파이터. MMA 전적 3전 전승으로 기세가 좋다. ROAD FC 챔피언을 두 명이나 배출한 MMA STORY의 기대주다.

코메인 이벤트인 김원기(32, MMA STORY)와 이창주(22, SSABI MMA)의 대결은 타격전이 예상된다. 두 파이터 모두 타격이 주특기로 그라운드보다는 타격을 선호한다. 김원기는 최근 3연승, 이창주는 센트럴리그 4연승을 달려 둘 중 하나는 연승이 끊긴다. 경험에서 김원기가 다소 앞서지만, 타격전이기에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누가 더 피니쉬 기회를 살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매치인 정영삼(31, MIGHTY GYM)과 양재웅(25, TEAM POMA)은 공통점이 있다. 타격을 우선시하며 주짓수 실력도 갖춘 파이터라는 점이다. 정영삼은 11전 3승 8패, 양재웅은 2전 2승의 전적을 가지고 있다. 워낙 저돌적인 스타일이라 두 파이터의 경기는 일찍 끝날 수도 있는 경기다.

라이트급 정제일(28, SSABI MMA)은 킥복싱, 김흥태(38, VON JIUJITSU)는 주짓수와 복싱을 베이스로 하는 파이터들이다. 기본적으로 타격이 좋아 거친 공격을 상대에게 퍼붓는 스타일이다. 상대를 압박한 뒤 빈틈을 노려 뻗는 펀치가 굉장히 날카롭다. 정제일은 종합격투기 2전을 치러 현재 1승 1패다. 1978년생인 김흥태는 다소 늦게 종합격투기를 시작, 이제 데뷔전을 치른다. 데뷔전이지만, 주짓수와 복싱 경력이 상당하다.

첫 번째 경기는 박노명(35, TEAM J)과 왕더위(19, GUANG DONG RONG YUE BO JI LE BU)의 경기다. 두 선수 모두 산타를 베이스로 한다. 한국의 산타 파이터와 중국의 산타 파이터의 대결이다. 플라이급답게 굉장히 빠른 스피드의 경기가 기대된다. 박노명은 각종 산타 대회에서 입상한 실력자다. 타격이 강점이다. 왕더위는 1997년생의 젊은 파이터로 ROAD FC 030에 출전했던 왕 쥔카이와 같은 팀이다. 177cm로 플라이급 중에 키가 큰 편이다. 리치를 활용한 변칙적인 공격이 매섭다.
[사진·자료_로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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