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작년 겨울부터 강연 요청이 여러번 들어왔지만 코로나와 베트남 일로 인해 스케줄을 제대로 잡지 못하다가 지난 7월초에 난생 처음 비대면 강연을 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강연할 때면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지나온 삶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이번 강연은 이전과 아주 다른, 청중없이 하는 강연이라 여러모로 낯설고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카메라를 켜서 연습도 해보고 또 강연 자료들을 보기도 하고 다른 강연자들의 비대면강연도 들으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청중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는 자연스럽게 움직이기도 하고 청중들의 눈을 맞추어 가며 강연했지만 이제는 모니터 앞에서 앉거나 서서 강연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요청한 강연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강연 할 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하면 시간이 길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때가 많다. 그런데 비대면 강연 준비를 해보니 평소와 달리 똑 같은 자료를 갖고 이야기 해도 한시간 안에 모든 강연이 끝나는 것이다.

나는 강연할 때 청중들에게 질문도 하고 때로는 질문도 받으며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과연 청중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의 강연을 지루해 하지는 않는지? 혹 잘못된 방향으로 옆길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늘 청중들의 분위기를 중간중간 점검해가며 강연한다. 이렇게 강연하다가 청중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강연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실수는 하지 않을까 내심 염려도 되었다. 

그래서 전문 강사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비대면 강연의 선배격인 며느리한테 까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말하는 공통된 점은 대면 강연할 때보다 훨씬 일찍 이야기가 끝나는 것에 너무 당황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강연장에 도착하니 청중들은 없었지만 초청측의 스태프들과 카메라 촬영하는 분들이 있어서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삼만관중 앞에서 야구할 때나 ,야구가 뭔지도 모르는 라오스 아이들 몇명을 데리고 야구할 때나 언제든지 야구를 즐겼던 내가 강연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세상이 바뀌어 예전에는 안방에서 강연을 듣는 시대가 오리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비대면이 익숙하고 일상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것을 생각하니 바뀐 이 상황에 잘 적응하는 어른이 되려면 생각도 유연해져야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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