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꽝 즈엉(Pham Quang Duong) 선수(좌)와 이만수 이사장(우)(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눈과 얼음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육상선수가 동계 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 경기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린 쿨러닝이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줄거리부터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이 영화는 불가능하거나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여겨진 무모한 도전을 감동스러운 마무리로 승화시켰다.

내가 갑자기 이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내가 지금 소개하고 싶은 한 베트남 야구선수를 떠올리면 많은 점에서 닮은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부진 체격을 지녔지만 웬지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

한국문화에서 웬지 샌님같은 성격의 소유자나 학교나 가정에서 모범생 같은 느낌을 풍기는 그런 사람에 대해 운동을 잘 못하거나 그것을 즐기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그와 마주한 내 솔직한 첫 인상이었다. 

베트남 훈련장을 찾으면서 전혀 야구를 안 할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활발하고 남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장난기 많은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팜 꽝 즈엉(Pham Quang Duong).

그는 하노이에서 최고의 명문대학이라고 부르는 하노이 의과대학교를 졸업한 후 석사를 마치고 현재 하노이 중앙 구강외과 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28살의 청년이다. 

야구가 생소한 이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야구에 빠져 모든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 꽤 흥미롭다. 한국 야구의 잣대로 생각해보면 사회인 야구팀 구성원은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를 가진 팀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야구 불모지 베트남에서는 다소 놀랄만한 스토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2008년 한국 사회인 야구팀의 경기를 우연히 접하고 야구의 매력에 빠져 MLB를 검색하고 야구 공부(?)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생소한 스포츠를 보고 흥미를 가진다는 것이 결코 싶지 않지만 그의 인생에서 엄청난 변화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2009년 초부터 스스로 외국에서 야구 장비를 구매하여 혼자 연습하다가 지금 함께 야구를 하고 있는 하노이 선수들과 의기투합하여 팀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그는 포수와 1루수를 겸업하고 타자로서 꽤 좋은 컨택 능력과 장타력을 가진 선수였다. 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원바운드 된 송구를 척척 잡아내는 플레이를 보면서 사람을 단순하게 외모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다소 식상한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나는 그의 꿈이 궁금했다. 
베트남의 치과의사에 대한 대우나 지위는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는 꽤 안정된 직업을 가졌고 사랑스러운 한 명의 딸을 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뭐하나 딱히 부족할 것 없는 그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가슴에 금성홍기를 달고 베트남 야구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같이 학생선수부터 시작하여 프로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는 시스템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90년대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Cool Runnings’이라는 영화에서나 본 일들이 베트남 야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물론 지금 유투버로 야구를 익힌 베트남 야구 선수들의 실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소개한 대로 베트남 야구는 전문적인 코칭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짜임새 있는 모습들을 갖추며 성장하고 있다. 

한국야구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이들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무엇이 안정된 직업을 가진 즈엉에게 이토록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가지게 한 것일까? 아마 내가 정확한 답을 알수는 없지만 야구가 가진 매력과 베트남 국민으로서 한 나라의 대표가 된다는 것에 대한 애국심이 발현된 결과라고 섣부른 추측을 해 본다. 

지금까지 베트남 훈련장을 다니며 뛰어난 기량을 갖춘 5명의 선수들을 파악했다. 아마도 이들은 초대 베트남 야구대표팀에 무난하게 승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아직 치과의사 즈엉은 조금 더 기량을 키워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즈엉을 열렬히 응원한다. 그가 부디 베트남 야구대표팀으로 선발이 되어 자라나는 많은 베트남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를 기도한다.    

이장형 베트남 야구지원단장의 도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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