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76호] 코로나로 멈춘 것이 많아진 일상이 지속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회사, 초중고 학교,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모임과 회식, 외식 중단으로 소비가 줄고 카페, 식당 등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어 언젠가 코로나도 종식되겠지만, 지금 코로나 블루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피로감, 우울감을 느끼며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_뉴시스)

코로나 블루와 부동산 블루

코로나 블루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부동산 블루. 코로나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자제하면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이지만, 부동산 상승은 조심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이 하락할 것이라는 말을 믿으며 희망을 품고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간의 집값 상승이 배 아픔정도였다면 급등하는 전셋값과 전세 물건 품귀현상은 발 등에 불 떨어진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집주인은 실거주로 들어오겠다고 하고 주변 전세 물건은 씨가 마른 상황이 되었다.

이전 몇 년간 서울, 수도권 매매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그에 반해 전·월세 가격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이었다. 그래서 전세로 버티면서 청약을 노리며 새 아파트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청약 경쟁률의 폭증과 구축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 동시 폭등은 진퇴양난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가진 전세금에 맞춰 편리한 중심지에서 점점 원치 않는 불편한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날 때도 그간의 추억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사가 된 것이다. 하물며 가기 싫은 외곽으로 떠밀려 나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집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이 편할까?

집을 가진 사람들은 최근 급등하는 보유세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데, 재산세, 종부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집 보유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 살면서 세금을 줄이고 있는데, 이사를 하고 싶어도 모든 집값이 폭등하고 심지어 세금 부담, 대출 규제가 늘어나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집 없는 사람은 만기 때마다 불안해하며 정처 없이 이사를 해야 해서 힘든 상황이고, 집 가진 사람은 세금 때문에 불안해하며 전세로 주던 나머지 집은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전세는 점점 없어지면서 귀해지고, 이런 전세 품귀현상은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마저 상승시키고 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최근 급등하는 보유세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데, 재산세, 종부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집 보유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가 살면서 세금을 줄이고 있는데, 이사를 하고 싶어도 모든 집값이 폭등하고 심지어 세금 부담, 대출 규제가 늘어나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사진_뉴시스)

부동산블루가 불러온 비극?

20211,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A씨가 아내를 흉기로 찌른 뒤 투신했다. 이 가족은 4년 전 경기도 광명에서 좋은 학군을 찾아 목동 아파트 전세로 이사했다. 둘 다 전문직인 A씨 부부는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던 중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매입 시기를 놓쳤다. A씨 부부는 당시 집을 살지 말지 다투다 결국 최악의 결과가 벌어진 것이다. 부부의 여섯 살 딸만 홀로 남았다.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2, 3의 비극이 잠복해있다대다수가 편해지니 소수가 고통 받는 것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다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례로 한 네티즌은 “(집을 사려는데)그때 왜 말렸냐는 이유로 배우자와 잦은 부부싸움을 한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20212월 한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작년 11월 대비 8.27% 상승했는데, 서울 송파구의 35평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년간 6억 원이 넘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이득을 봤지만, 단지 집을 사시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긴 것이다.

40대 남성 B씨는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다. 우연히 친구 부부도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예전에는 자주 만나던 친구 부부와 요즘은 잘 만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B씨 부부는 아직도 전세를 살고 있지만, 친구 부부는 5년 전 아파트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친구 부부와 만나면 아파트 가격을 듣게 되고, B씨 부부는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단지 집을 제때 사지 못했다는 이유로 본인이 무능력해 보이고, 그러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한 정신과 원장은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거나, 아니면 예전에 부동산을 샀어야 했는데 사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계속 자책을 하다 보니 약간 되새김질을 하고, 우울증이 생겨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하루에도 굉장히 많아졌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무주택자들은 청약만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일까?


무주택자는 청약만이 답일까

꼭 청약만이 답은 아니다. 대안으로 구축 아파트를 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입지 좋은 곳의 구축 아파트를 보면서 30년 다 된 낡은 아파트를 다 사지?’라고 의문을 가진다. 허허벌판 새 아파트보다 입지 좋은 서울 한복판 낡은 아파트가 왜 더 비싼지 이해를 못 한다면 아직 부린이(부동산 어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은 현관문 안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관문 밖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입지(Location)’인 것이다. 우리 가족이 사회생활 하는데 필수 요소인 교통, 환경, 학군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를 매수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지, 건물만 새것을 사는 단순한 개념이 아닌 것이다. 물론 서울 한복판에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청약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청약에 온 가족의 미래를 거는 그것은 도박을 하거나 당첨될 확률이 아주 적은 로또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 하우스(How's) 중앙홀에서 열린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공급 부족한 서울 도심에 몰려드는 수요

천만 명이 사는 도시 서울과 경기도 1,200만 명, 인천 300만 명까지 우리나라의 인구 절반인 2,500만 명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그 중심인 서울에 적정 수요보다 부족한 1~2만 가구 공급만 앞으로 예정되어있다. 역대 최저 공급 물량이니 이 문제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지방 소도시에서 점점 고밀도 도심지로 몰려들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직을 하는 젊은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계속해서 상경하고 있다. 학교, 직장, 인프라가 도심에 집중되어 있으니 그 대세 흐름이 쉽게 바뀌기는 힘든 상황이다.

 

서울 주간 아파트값 강세 지속

서울시가 신속하지만 신중하게를 정책 모토로 6가지의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재건축보다는 재개발 사업이 집값 자극이 덜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뉴타운 같은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한 분위기다. 게다가 지난 4월 말 서울시가 가수요 차단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지만, 고점 경신이 지속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 기대도 여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말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0% 올라 전주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재건축 아파트가 0.20% 변동률로, 전주(0.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전세는 0.07% 올랐다. 이 밖의 경기·인천은 0.04% 상승했고, 신도시는 보합(0.00%)을 기록했다.

여당의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20%P 늘려주고 공시가 6~9억 원 구간의 재산세를 0.05%P 인하(주택당 평균 18만 원 절감) 등을 담아낸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내용에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과 공시지가 상위 2%에게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려는 논의도 담기면서 구도권 주택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맞물리면 특정 지역과 특정 물건 위주로 실수요층의 수요 쏠림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편 수도권 전세 시장은 최근에는 매매 가격과 동조하며 동반 상승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과거보다 높아진 시세 수준에서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부동산 블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정부 말을 듣고 집을 사지 않았거나, 살던 집을 판 많은 국민들이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소외감, 상대적 박탈감, 근로소득 경시로 의욕이 떨어지고 불안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으로 계속해서 바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블루의 강도가 더 심해질 것 같아 큰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은 입지 좋은 곳의 구축 아파트를 보면서 ‘왜 30년 다 된 낡은 아파트를 다 사지?’라고 의문을 가진다. 허허벌판 새 아파트보다 입지 좋은 서울 한복판 낡은 아파트가 왜 더 비싼지 이해를 못 한다면 아직 부린이(부동산 어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은 현관문 안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관문 밖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사진_뉴시스)

 

김현지 기자 thsu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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