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베트남 입국 전에 이미 4월 10일 창립총회가 결정되었다. 그래서 라오스의 기억을 되짚어 창립총회 후 가장 시급한 야구협회의 과업이 야구국가대표팀 구성이라고 생각을 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라오스와 비교해 야구 인프라의 수준은 차이가 없지만 야구를 이미 오랫동안 경험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확실히 라오스와 차이가 났다. 

베트남에 들어오기 전 야구 현장을 떠났기에 예전 내가 선수를 선발하는 방법과 빠르게 시대가 변화하는 요즘에 선수선발을 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젊은 프로야구 코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장 좋은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앞으로 발전할 베트남 야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판단된다.

스스럼 없이 후배 코치들에게 문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들을 뽑을 수 있고 또 요즈음 선수들을 뽑을 때 어떤 기준을 더 눈여겨 보는지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트랜드가 변한 현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만으로 선수 선발을 하다가 정작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싶다. 야구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베트남 선수들은 기본기를 확인하고 실전 경기를 눈여겨 볼 생각이다. 선수선발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베트남 야구국가대표 선발전 운영 계획 >

※ 달리기
  1. 직선 달리기 30m, 50m (개인 기록 파악)
  2. 실전 베이스 러닝 (민첩성 및 순발력 파악)

※ 던지기
  1. 캐치볼
  2. 짧은 거리에서 빠르게 케치볼 테스트 (30초 안에 얼마나 많이 주고 받는지 테스트)
  3. 멀리 던지기
  4. 펑고 수비 (내야수와 외야수 펑고)

※ 타격
  1. 타격 : 개별 타격 실시 ➜ T 배팅 ➜ 코치 송구 타격 
 
※ 실제 시합을 통한 선수들의 경기력 확인.
 
※ 1일차(주루, 던지기, 타격)과 2일차(실전 시합을 통한 경기력)을 점수로 환산하여 최종 국가대표 선수 선발.

이러한 선발 계획을 세우고 베트남에 들어왔고 베트남 야구협회의 공식 업무가 시작되고 나서 집행부 회의를 통해 이 내용을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 베트남의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이번 하노이 일정에서 준비한 내용들을 실시를 할 수 없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선수들이 이러한 테스트 자체를 소화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을 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꽤 수준이 높은 한국 사회인 야구팀과의 대결에서도 무난하게 승리를 할 정도의 기본 실력을 잘 갖추고 있었다. 내가 가진 많은 걱정들은 단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야구의 규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시합을 할 때 공과 상관없는 수비의 움직임까지 꽤 짜임새 있는 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동남아시아 야구전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라오스와의 비교가 너무 당연시 되어 백지에서 시작한 라오스 야구를 자꾸 베트남에 대입시키는 착각을 범하는 내가 멋쩍어진다. 이미 야구를 잘 알고 있기에 이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야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해 가지게 된 좋지 못한 습관들을 고쳐나가야 된다는 양면이 다 존재하고 있다. 

이제 베트남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서 야구가 좋아서 그냥 야구를 즐기던 동아리 수준의 야구에 멈춰서는 안 된다. 쉽게 말해서 동네 야구를 벗어나야 된다. 이제 협회의 탄생과 더불어 국가 수준에서 야구가 체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곧 그들은 몇 십 년 전 야구를 배우고 국가수준의 야구를 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경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 야구는 거창한 수준이 아니다.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야구 세계에 고작 입문한 것이다. 야구인으로 50년을 살아온 내가 경험한 야구를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보았다. 그리고 선수들의 열정과 의지를 보았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불꽃을 피워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경험한 전문적인 지도자가 1년 정도의 시간을 이들에게 투자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도를 한다면 가히 그 발전 속도는 엄청날 것이다. 무섭게 동남아시아의 야구 맹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경험한 베트남 야구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가정 하에 계획하고 있는 10월 말 라오스와 베트남 간의 국가 대항전이 꼭 열리기를 기대하며 그 박진감 넘치는 현장에 서 있을 내 벅찬 기분을 미리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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