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서 저녁 연습을 마친 하노이 선수들과 함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초조하고 급해진다. 이장형 선생을 통해 평일 광장 같은 곳에서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다.

저녁 8시. 실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설레이기도 하지만 그 열악함을 직접 눈으로 봤을 때의 받게 될 실망감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도착을 알리는 이야기를 듣고 주위를 둘러봐도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하차했다. 그리고 아스팔트 위 하노이 선수들의 희미한 움직임이 보이면서 오랫동안 한국에서 상상했었던 그 실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펑고를 치는 유재호 감독과 그 희미한 한 점의 공을 보면서 수비 연습을 하고 있는 하노이 야구 선수들의 모습에서 많은 감정들이 머릿 속을 채운다.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진 나에게 날아오는 공을 쉽게 잡아내는 하노이 선수들에 대한 신기함과 놀라움, 지금까지 마땅한 연습장 하나 없이 이 어두운 곳에서 본인들의 발전과 만족을 위해 힘든 학교와 직장생활 이후 모여서 연습을 했을 선수들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 앞으로 베트남 야구를 위해 해야할 계획들에 대한 막연함과 기대감 등 단 하나의 감정도 순위를 매겨 지금 내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때마침 주 베트남 한국문화원과 베트남 야구 지원단이 베트남 야구 홍보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인 유투브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브라더스(HQB)라고 하는 유투버가 하노이까지 와서 하노이 선수들의 뜨거운 훈련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 관찰하고 조금 더 좋은 자세를 위해 피드백을 주는 지금 이 순간이 또 다시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무엇이 이 암흑 속에서도 자신들의 오감을 발현시켜 가며 저렇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아마 학생 선수시절과 프로시절 내가 야구에 미쳐 야구만 생각했던 그 때의 마음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팔이 밖으로 굽지 않듯 자꾸 포수인 바오(Bao)에게 눈길이 간다. 얼마 전 공을 잡고 막는 능력에 비해 부족했던 송구 동작에 대한 자세한 동작들을 직접 시범을 보여주니 2~3번의 반복동작으로 그것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손을 들어 나누는 둘 만의 세러머니 속에 바오 선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바쁜 하노이 일정동안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야구인으로 살아오면서 야구에 대해 열정을 지닌 이들에게 무엇 하나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베트남 하노이의 날씨 환경과 물리적 시설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야구장.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들이 그 곳에서 펼쳐갈 미래와 베트남 야구의 발전은 지금 먼 이상이 아니라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그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 곳에서 또 다른 세러머니를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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