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이사장과 찌엔(사진_헐크파운데이션)

2019년 1월. 라오스에서 개최된 국제야구대회에 하노이에서 활동하는 사회인 야구팀이 참가를 하였다. 그 속에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베트남 선수 한 명이 동행을 했었다. 그저 신기했고 베트남에도 저렇게 야구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잠깐 스쳐가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2019년 12월. 하노이에서 그를 재회하였다. 하노이 야구 연합팀의 일원이자 라오스 국가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투수로 당당하게 투구하던 그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전문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지고 120km가 넘는 속구를 던질 수 있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찌엔(Chien)은 학창시절 야구 만화를 통해 처음 야구를 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야구에 흥미를 느껴 대학시절 선수들을 모으고 야구를 처음 시작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야구를 배우고 베트남에서 야구가 먼저 시작된 호찌민에도 내려가 직접 야구경기를 보고 오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하노이의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고 고등학교까지 야구동아리 팀이 만들어진 것은 모두 그의 공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축구에 매진할 때 야구 불모지인 베트남에서 야구의 명맥을 이어가게 만든 그를 나는 감히 숨겨진 영웅이며, 개척자라고 일컫고 싶다. 

2021년 4월 10일 창립된 베트남 야구협회(VBSF)에 그는 집행부 멤버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화훼업을 가족 사업으로 하고 있는 터라 일과 야구를 병행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야구에 미치도록 만들었는지 충분히 야구를 알고 있는 나의 이성적 판단으로는 결론을 낼 수 있지만 척박한 야구환경에서도 그 열정을 불태워왔음은 50년 야구인생을 보내온 나로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협회장과의 만남에서 쩐 득 판 회장에게 찌엔은 앞으로 베트남 야구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며, 앞으로 베트남에서 야구 지도자로 반드시 활약해야하는 당위성에 대해 재차 강조를 하였다. 덧붙여 훈련장을 찾았을 때 베트남 선수들을 결속시키고 집중하게 만드는 지도력, 리더로서 보여주는 부드러운 리더십과 책임감은 야구 지도자로서 현장을 경험한 나에게도 많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루하루 베트남 야구의 신선함, 잠재력 등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 동안 필드에서 선수로 대활약을 한 그도 볼 수 있었고, 베트남 야구의 정신적 지주로서 많은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도 지켜봤다. 지금껏 베트남 야구가 협회 창립까지 이뤄낼 수 있었던 모든 원동력을 그에게서 찾고 싶다. 

이제 베트남 야구협회가 공식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창립총회 이후 공식 업무를 위한 승인 절차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늦게 야구를 시작한 그들이지만 앞으로 창단하게될 베트남 야구국가대표팀 무서운 응집력으로 동남아시아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다. 그 중심에 찌엔이 있다. 그가 있기에 베트남 야구팀은 무섭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스포츠에서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코칭이다. 물론 지금 베트남 선수들은 그런 전문적인 코칭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건 이제 나와 베트남 야구 지원단에서 전폭적으로 도움을 줘야 되는 것이다. 

경기력을 향상 시키는 요인 중 내가 더 현장에서 더 강조하여 왔고 팀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팀워크이다. 이것은 때로는 경기력과 전술보다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투지있는 허슬 플레이 한 번은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보다 더 가치를 발현할 때가 많다. 지금 베트남 야구는 찌엔. 한 사람으로 인해 그것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수고로움을 덜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찌엔이 그 동안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만들어 놓은 엄청난 무기를 이제 하노이가 아닌 광활한 세계 무대에서 선보일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훗날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베트남 야구를 호령하는 멋진 지도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내 확신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가 현재 지도자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어서가 아니라 그는 베트남 야구의 역사와 함께 한 인물이며, 야구를 제일 잘 하고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구성될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에서의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뒤 나는 흐뭇한 모습으로 야구장을 누비고 있을 찌엔 감독의 당당한 뒷모습이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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