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야구협회(VBSF) 초대회장을 맡은 쩐 득 판(Tran Duc Phan) 현 스포츠 총국장(왼쪽)과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사진_헐크파운데이션)

하노이에서 생활한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가고 있다. 격리기간 2주를 제외하면 많은 일정들을 소화하며 2주가 지났다. 하루하루 베트남 야구가 가진 무한한 잠재성을 확인하며 기대와 걱정이 내 머릿속에 공존하고 있다. 

2021년 4월 28일.

베트남 야구협회(VBSF) 초대회장을 맡은 쩐 득 판(Tran Duc Phan) 현 스포츠 총국장과 만남을 가졌다. 라오스에서 정부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3년을 기다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편한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동남아시안 게임(SEA GAME) 준비로 인해 하루하루 눈코 뜰새없이 바쁜 와중에 기꺼이 베트남 야구발전에 의미를 더해줄 이 만남을 위해 달려온 그가 그 누구보다 반가웠다. 

그 동안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이며, 메이져리그 코치를 역임한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인 이만수 감독이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영광이라는 그의 첫 인사에 긴장했던 내 마음이 쉬이 누그러졌다.

베트남 음식을 나누며 그와 진행된 베트남 야구발전에 대한 논의는 꽤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야구장 건설에 대한 의지와 장기적인 베트남 야구 발전 프로젝트를 한국 야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내가 가지고 있던 베트남 야구의 청사진에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서로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그의 따뜻한 눈빛과 야구발전에 대한 의지는 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유학시절 야구를 접해본 그가 가지고 있는 야구에 대한 기본 지식과 야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신념은 나와 견주어 다름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기에 오늘의 만남이 내가 가진 베트남 야구에 대한 의지와 의미를 더해 주기에 충분하게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 야구를 하고 있고 앞으로 야구를 하게 될 많은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 판 회장은 정부에게 꿈의 구장을 지을 토지를 받기 위해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감에 불편함이 없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베트남 야구의 꿈을 짓고 싶어 한다.

아마 그 날이 오면 지난 시절 많은 한국 야구팬들과 약속했고 그것을 실천했던 속옷 세러머니의 쑥스러웠던 기억을 잊어버리고 아마 그 마운드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헐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왜 베트남 야구인가?’를 묻는 이들에게 오늘의 만남을 꼭 전하고 싶다. 50년 동안 야구는 인생이자 삶 그 자체였던 나에게 야구의 매력을 이들에게 심어주는 일은 봉사가 아닌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고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미리 경험했던 우리의 노하우를 진정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야구인으로서 이 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니 발벗고 나서서 해야하는 숙명과도 같은 의무이다. 

베트남에 야구가 활성화되어 야구가 곧 삶이 되고 문화가 되는 지금의 우리들처럼 곧 그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만남이었다. 

식당을 나서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다. 베트남 야구는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 판 회장의 굳은 신념을 경청하며 베트남 야구 발전의 의지와 의미를 더해줄 많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귀국 전 또 한 번의 뜻깊은 만남을 약속을 뒤로 한 채 각자의 위치에서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한 행보를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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