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 받아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102년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사진은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오른 배우 윤여정)

[시사매거진]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아카데미 93년 역사에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째 수상이다.

지난해 '기생충'의 4관왕에 이어 보고도 믿기 어려운 새로운 역사를 '미나리'의 윤여정이 써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이원 생중계로 진행됐다. 매년 돌비극장에서 개최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야외와 바로 연결되는 유니언 스테이션이 시상식 메인무대로 사용됐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하는 쾌거를 거뒀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소감 첫 문장부터 유머 감각을 뽐냈다. '미나리'의 제작자이자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브래드 피트에게 "브래드 피트를 드디어 만나게 돼 감사하다.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이어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사실 윤여정인데 많은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나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며 유머러스함을 자랑했다. 또한 "제가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앙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런데 오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떨리는지 잠시 버벅대던 윤여정은 "제가 조금 정신을 가다듬도록 해보겠다"고 한 뒤 "감사하다.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드린다. 저에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미나리' 가족들께도 감사드린다.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엘런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님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감독님께서는 우리의 선장이자 또 나의 감독이었다"고 전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사진_아카데미 공식 SNS)

윤여정은 "제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봐왔다. 다섯 명의 후보들은 다 다른 역할을 다른 영화에서 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우리 사회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저는 그냥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또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을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 모든 게 제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다. 애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된다"며 가족들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1947년생인 윤여정은 1971년 개봉한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 데뷔를 했는데, 광기 어린 연기를 해 배우로서 입지를 다녔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저의 첫 감독이셨다.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다"며 존경을 표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부문에 아시아 배우가 후보로 지명된 것은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모래와 안개의 집'의 쇼레 아그다슐루, '바벨'의 키쿠치 린코에 이어 윤여정이 네 번째다. 수상은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에 두 번째다.

윤여정 외에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가 올랐다.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사진_생중계 캡처)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다른 부문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은 이날 감독상 시상자로 나서 반가움을 안겼다. 봉 감독은 시상식장에 직접 나오진 않았지만 서울 돌비시네마에서 화상 연결로 감독상 수상자를 호명했다. '봉준호의 입'으로 주목 받았던 샤론 최가 이번에도 등장해 통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93회 아카데미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통역가 샤론 최와 봉준호 감독(사진_방송 캡처)

봉 감독은 "다섯 감독들에게 만일 길에서 어린 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라는 직업을 20초 내에 설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건지 이런 질문을 보냈다"며 한국어로 다섯 감독들의 답변을 소개했다. 그 가운데 정이삭 감독은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진정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스토리를 위해서 스토리텔러는 늘 우리 삶에 뿌리 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작품상의 영예는 '노매드랜드'에게 돌아갔다. 또한 '노매드랜드'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가져가면서 이번 아카데미에서 3관왕으로 최다 수상을 하게 됐다. 감독상을 받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 노미네이트에 이어 수상까지 하게 됐다.

10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됐던 '맹크'는 촬영상, 미술상 등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한국계 미국인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가 단편 애니메이션상에 후보로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모이기도 했는데, 이 부문 수상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로 결정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넷플릭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처음 가져가게 됐다.

배우 윤여정 (사진제공_후크엔테테인먼트)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선정, 시상하는 미국 최대 영화상이다. TV조선은 이날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동시통역사 및 방송인 안현모의 사회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국내에 독점 생중계했다.

오형석 기자  yonsei6862@gmail.com

새시대 새언론 시사매거진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