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 저서 발간

[시사매거진]예술로 철학하는 Anarcho-Entrepreneur를 꿈꾸는 김상표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화가)를 봄날의 싱그러움이 가득 찬 파리공원에서 만나 ‘관념의 모험’ 시리즈 네 번째 저서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관념의 모험’ 시리즈를 연이어 발간하고 있는데, 그동안 어떤 책들을 저술했는가?

“진리, 아름다움, 모험, 예술, 평화라는 다섯 가지 관념에 조직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 비전을 품고 경영, 철학, 예술 세 분야에서 그동안 감행했던 모험들에 대한 기록을 ‘관념의 모험’ 시리즈로 계속해서 출간 중이다. 제 1권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년 11월)와 제 2권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년 1월)에 이어서 출간된 제 3권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솔과학, 2020년 2월)를 통해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내 나름의 문제의식을 알렸다. 이번에는 ‘몸과 예술 그리고 이념’ 삼자 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결과들을 정리하여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솔과학, 2021년 4월)를 출간함으로써 21세기 아나키즘 회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예술의 모험’에 뛰어 들었다.”

김상표_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경영학과 교수이자 경영철학자로서의 삶에 그치지 않고 ‘예술의 모험’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개척해 가고 있는데, 화가로서 그동안 열었던 전시들을 소개한다면? 

“화가로서도 이미 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면서 1, 2, 3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4회 개인전에서는 펑크락그룹 NIRVANA의 공연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하는 실험을 해냈고, 5회 개인전에서는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는 삶의 방안을 모색했다. 6, 7회 개인전부터는 신체성 전체로 회화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춤,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랑과 우정의 공동체, 구원 등 인간실존의 본연적인 문제들을 파고드는 회화적 고투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가졌던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화가-되기’의 모험을 계속할 것이다. 올 해에도 (사)무위당사람들의 초청을 받아 6월에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장일순’이라는 제목 하에 8회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회운동가이자 생명사상가인 장일순 선생님의 삶을 얼굴 시리즈에 담아서, 혁명가로서의 당신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다.”

김상표_미륵자화상1-COVID19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20

이번에 발간한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 책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 책에는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에 천착해왔던 내가, 최근 들어 신체성 전체로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며 실험해온 그림들 250여장과 그동안 틈틈이 써둔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나의 삶의 편린들과 사고의 단상들이 서로 모여서 그림을 대리하고 보충해주면서 각각의 고원(장)들이 만들어졌다. 그 밖에 당대를 대표하는 몇몇 평론가들의 비평글들은 수행성으로서 화가-되기를 실험하는 나의 실존 미학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몇 가지 열쇠말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상표_미륵자화상2-COVID19_캔버스에 유채_31.8×40.9cm_2020

이 책은 일반 화집과 달리 양도 내용도 매우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는데, 이 책의 구성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존재의 존재하려는 외침을 담아내려고 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나의 작품들은 푸른 아우성과 난장의 몸짓들로 표현되는 디오니소스춤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서 『나는 아나키즘이다: 회화의 해방, 몸의 자유』는 자신을 사회적 신체로 길들이는 기존의 규범들과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코드화된 삶을 거부하며 창조적 무(Creative Nothing)로서의 존재 그 자체임을 선포하는 나의 운명교향곡에 다름아니다. 그 교향곡은 처음에는 사회적 코드에 저항하는 아나키스트의 몸짓으로, 어딘가에서는 사랑의 열정과 죽음의 광기를 드러내며, 다른 곳에서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카산드라 베델의 춤으로,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폐허 속에서 구원을 찾는 꿈으로 변주된 채 한 권의 책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파노라마가 된다. 450쪽 가까이에 흩뿌려 놓은 글과 그림 곳곳에 다른 모습을 하고 등장하는 ‘존재의 존재하려는 외침’, 거기에 화가로서 나의 아나키즘적 저항성의 표식들이 숨쉬고 있다.”

김상표_미륵자화상3-COVID19_캔버스에 유채_193.9×390.9cm_2020

화가로서 김상표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의 특징은 

“예술가의 파괴적 충동은 창조적 충동이다. 파괴적 충동은 기질특이성이 반영되는 독창적 회화스타일의 창조를 결과한다. 하지만 이것이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회화의 스타일의 창조에는 예술가의 힘에의 의지만이 아니라 수많은 권력관계의 그물망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가의 창조적 자유는 표현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고 규제하며 명령하는 위계 관계나 타인을 억누르는 권력을 거부하는 정치학과 밀접히 관련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사회 변화의 촉매로서의 아나키즘과 스타일의 창조로서의 아나키즘이 연결되는 접점이 형성된다. 이러한 미학적, 윤리적 전통을 이어받아, 나의 회화에서도 회화적 스타일의 새로움을 창안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몸과 정신을 옥죄는 사회적 규범들에 저항하는 아나코 예술의 미학은 살아 숨쉴 것이다. 앞으로도 아나코 예술의 아포리아가 내재적으로 담고 있는 역설적 긴장과 함께 살아가는 삶, 그것이 나의 삶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로서의 삶의 창조라는 내 고유의 실존미학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상표_나는 아나키즘이다_캔버스에 유채_193.9×130.3cm_2021

삶의 모토를 ‘인생의 의미는 모험이다’로 삼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또다른 모험이 있는가?

“물론 앞으로도 아나키스트 예술가로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가장 큰 꿈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대학에서 경영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할 때보다 오히려 명예퇴직하고 화가-되기의 수행적 삶을 살아가게 되면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의문이 더욱 많아져 간다. 역할주체라는 사회적 굴레를 벗어 던지고 이제 이성과 감성을 무제한적으로 자유롭게 풀어 놓고 있으니 그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는 대학에서의 내 전공인 조직이론을 살려서 전위적 예술가들과 예술인 공동체 그리고 예술제도 등에 대해 체계적인 글쓰기를 시도하고 싶다. 희망사항을 한 가지 더 들자면, 서울을 떠나 우리 가족이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의 텃밭을 가꾸고 싶다. 여기에는 아내의 허락이 필수적이다. 초등학교 때 영암에서 원예반 활동을 하며 등교길에 코스모스 모종을 심거나, 시골집 텃밭에서 상추, 배추, 고추 등 여러 채소들을 직접 재배했을 때가 참 행복했던 것 같다. 낭만적인 도피라 비난받을지라도 말이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싶다. 한 점 번뇌도 남기지 않고 모두 태우고 이 생을 마치기 위해.”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