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오는 10일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기념일을 맞아 9일 기념사를 발표했다.

박 의장은 기념사에서 “임시의정원 개원과 임시헌장 제정으로 우리 겨레는 반만년 민족사에 다시없던 역사 대전환의 순간을 맞이했다”면서 “3·1운동을 임시의정원과 임시헌장, 임시정부로 모아낸 것처럼 국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아내는 또 한 번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의장은 “임시의정원이 3·1 만세운동으로 표출된 겨레의 한결같은 마음을 임시헌장에 충실히 담아냈다”며 “2021년, 대한민국 국회가 표상으로 삼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진영 대결과 격차 확대를 언급하며 ‘국민 모두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민통합의 제도적 완성은 결국 개헌”이라며 “국민 대다수가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 개헌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 임시의정원 개원 기념식은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103주년 기념식은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박물관 재개관식과 병행 개최키로 했다.

국회사무처는 앞으로 국회박물관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 등을 통해 매년 임시의정원 개원기념을 축하하고 그 설립 취지와 활동 성과 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특히 5년 주기로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개원 기념식을 개최함으로써 대한민국 국회가 임시의정원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회사무처는 임시의정원 개원 기념일을 포함한 각종 기념일을 지정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 향후 국회가 주최하는 각종 기념행사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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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병석 국회의장 102주년 임시의정원 개원 기념사 전문

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기념일입니다. 망국의 지사들이 이국땅 상해에서 새로 나라를 세우고,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 날입니다.

이천만 동포를 대표해 선출된 임시의정원 스물아홉 분 의원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헌법 제정이었습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임시의정원 의원들이 합의한 임시헌장의 첫줄입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반만년 우리 겨레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선언으로 우리 겨레는 임금이 주인이던 반만 년 역사를 끝내고, 국민 모두가 주인인 새 나라를 갖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고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으로 운영되는 민주주의의 시민이 되기로 했습니다. 반만년 민족사에 다시없던 역사 대전환의 순간이었습니다.

임시의정원 개원과 이튿날 이뤄진 임시헌장 선포, 임시정부 수립은 ‘희망의 복음’이었습니다. 일제의 압제에 신음하던 우리 겨레는 국경 넘어 들려온 복음을 들으며 숨죽여 환호했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새 희망이 물결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임시의정원은 국회의 뿌리입니다. 임시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은 1948년 제헌 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내부 로텐더홀에는 임시의정원 스물아홉 분 의원들의 모습과 임시헌장이 모셔져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민주공화국’과 ‘의회민주주의’의 문을 연 임시의정원을 계승한다는 상징입니다.

뿌리를 닮는 것이 나무의 숙명입니다. 임시의정원이 그랬던 것처럼 2021년 대한민국 국회도 국민의 희망이 돼야 하겠습니다.

지난 한 세기, 대한민국은 일취월장했습니다. 임시의정원의 우국지사들이 뿌린 ‘민주공화’의 한 톨 씨앗은 식민통치와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고 백년 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임시정부 김구 주석께서 희구하던 ‘높은 문화의 힘을 지닌 나라’ 라는 세계인의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로 많은 국민이 1년여 동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격렬한 진영 대결과 날로 심각해지는 격차 확대도 걱정입니다.

‘국민 모두의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3·1운동을 임시의정원과 임시헌장, 임시정부로 모아낸 것처럼 국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아내는 또 한 번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담아내는 그릇은 ‘헌법’입니다. 1919년, 임시의정원은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정을 통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3·1 만세운동으로 표출된 겨레의 한결같은 마음을 임시헌장에 충실히 담아냈습니다. 2021년, 대한민국 국회가 표상으로 삼을 일입니다.

국민통합의 제도적 완성은 결국 개헌입니다. 개헌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필요성에 공감하는데도 끝없이 쳇바퀴만 돌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34년 된 낡은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습니다.

102주년 임시의정원 개원일을 맞아 김구 주석이 주창하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떠올립니다. 정처 없는 고단한 망명객의 삶이었지만 문명국 대한민국을 설계하던 임시의정원 지사들의 꿈을 기억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2021년 국회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10일

국회의장 박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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