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기고] 베트남에서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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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기고] 베트남에서 소식 전합니다
  • 편집국
  • 승인 2021.04.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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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베트남에 입국전부터 경험이 한 번도 없는 2주 간의 자가격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갇힌 공간에서의 격리생활은 준비와 상관없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첫째 날 까다로운 입국부터 시작해 자가격리하는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어가니 이미 새벽 3시가 되었다. 4월 1일부터 시작하는 자가격리 첫날부터 앞으로 있을 2주 간의 자가격리를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2주의 시간은 나의 삶에서 다시는 오지 않는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이 시간들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첫 날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쥬스 오랜지 과일 하나가 전부였다. 점심과 저녁은 상상하지 않았던 한국식 도시락이 나온 것이다. 거기다가 점심과 저녁은 국과 함께 맛난 도시락이 나왔다. 베트남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한국 음식이 나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침의 간단한 서양식 식사, 점심과 저녁은 한국에서 먹는 식사와 같은 도시락이 제공되었다.

이렇게 하루 세 끼 다 먹다가는 과체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늘 생활 했던 식으로 하루 두 끼만 먹기로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자가격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이런 자가격리의 답답함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지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나도 60대로 접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언제까지 젊은 청춘으로만 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삶을 받아 드릴 수 있는 연륜이 생겼다.

베트남에 들어올 때 이미 많은 준비를 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2주 격리하는데 별 불편함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조금 긴장이 되었다. (외국에 나갈 때 큰 가방 두 개를 가지고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좁은 호텔 방에서 과연 2주 동안 자가격리 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첫 날은 모든 계획을 짜는데 하루를 보냈다. 

제일 먼저 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방 구조를 먼저 생각해 과연 몇 걸음이 되는지 체크했다. 화장실부터 시작해 방 끝까지 ㄷ 글자로 체크하니 모두 17 걸음이 나왔다. 겨우 17 걸음 밖에 나오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 도저히 운동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비록 좁은 공간이지만 천천히 뛰기로 했다. 큰 폭으로 뛰기에는 불가능하기에 좁은 폭으로 정말 천천히 제자리에서 많이 뛰면서 방을 돌기로 했다. 이렇게 한 시간 반을 하니 13000 보가 나오는 것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다시 팔굽혀 펴기와 하체운동을 모두 끝내니 어느 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하는 기분은 현역시절이나 환갑이 넘은 지금이나 항상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한 시간 이상 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옥한흠목사의 설교와 고전 강연을 듣는 것이다(내가 자주 듣는 것은 “책 읽어주는 여자“ 석영중 교수의 톨스토이 이다). 물론 이것 이외에도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여러 사람들의 강연을 듣는다. 또 “팬텀싱어“ 포레스텔라와 라비던스, 마지막으로 복음성가를 듣는다.

이렇게 오전을 보내면 어느 새 또 다시 점심이 나온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기도도 하고 성경을 본다. 오늘 하루는 나의 삶에서 다시는 올 수 없는 너무나 값진 시간들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상하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은 최고의 시간이다.

오후에는 집에서 가지고 온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자가격리 끝나면 앞으로 전개될 베트남 야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혼자서 구상하게 된다. 물론 이미 한국에서 모든 준비를 다하고 베트남에 들어 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정리에 더 신경을 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인생을 살면서 많이 깨닫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은 나에게 일어난 삶 속의 많은 다반사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포용하며 그리고 나 자신을 겸손하게 내려 놓음으로서 스스로를 더 성숙하고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다가오는 미래를 인정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눈앞에 보이는 화려함과 영광만을 추구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내게 주어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인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의 참된 의미가 무엇이며 어떠한 인생이 보람된 삶인지 나 자신을 성찰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젊은 시절의 화려함과 세상의 영광들도 시간이 지나면 쉬이 사라지는 것들이다. 세상이 나를 칭송하고 열광하게 만든 것들과 스스로를 뒤돌아보지 못하고 뽐내던 자태도 쉬이 사라짐을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된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신체의 건강함과 아름다움, 지적인 허영심도 생의 흐름에 모든 것들이 다 한 순간인 것을 더디 깨닫는 미련한 존재이다.

베트남에 들어온 분명한 목적과 계획, 꿈과 비전이 있기에 지금의 이 좁은 공간에서의 갇혀 있음조차 부담이 되거나 단지 힘듦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앞으로 내 삶에서 전개해 나가야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 고귀한 일들을 생각하자니 지금 스스로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지 깨닫게 된다. 

“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 “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단어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름에 있어 메멘토 모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톨스토이의 이야기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 그 해답은 ‘인간은 끊임 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함께 사는 삶.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인생이 우리를 참 행복하게 한다는 톨스토이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 멋진 아침이다.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50년간을 야구인으로 살아왔다.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고 야구를 위해 달려왔다. 내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위해 여전히 이 땅에서 할 일이 있고 야구를 전파하기 위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이다. 야구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삶의 관조, 의미를 전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행복을 줄 수 있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북받치는 감사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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