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검거된 마약 사범 18,000여 명, 마약류 사범 ‘단속 이래 최다’ 기록
SNS·가상 화폐 등 비대면 경로 통해 교묘해진 유통과정, 낮아지는 마약 연령…
“구체적 실태 파악하고, 처벌 수위 개정해 범죄 사례 근절해야”

[시사매거진273호]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검찰, 관세청, 해경 등 정부 기관이 합동으로 검거한 마약 사범은 전년(16,044) 대비 12.5% 증가한 18,000여 명이었다. 이는 마약류 사범 단속 이래 최다 인원에 해당한다. 경찰이 검거한 마약 사범 12,209명은 20대가 3,21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018596명이던 국내 외국인 마약 사범은 지난해 1466명으로 3년 사이 145% 넘게 폭증했다. 마약류의 종류는 향정신성의약품 8,238(67.5%), 마약 2,027(16.6%), 대마 1,944(15.9%) 순이었다.
 

[사진_뉴시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비교적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번지고 있는 마약범죄는 과거의 영광을 무색게 하고 있다.

2019년 한국경찰연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은 약 30배로 추정된다. 검거되지 않은 마약 상습 투여자가 검거된 마약 사범보다 약 30배 정도 많다는 이야기다. 앞선 결과에 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 18,000명을 대입해보면 2020년 국내에는 최대 54만 명 정도의 상습투여 인구가 있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이에 경찰은 마약범죄 차단을 위한 집중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오는 31일부터 531일까지 3개월간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을 실시한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앞서 222일부터 28일까지 마약 사범 첩보 수집 기간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경찰청은 시도경찰청과 경찰서 전담 수사 인력을 중심으로 마약류 불법 유통 사범 검거에 주력할 예정이다.

 

신분·연령 문턱 낮추며 퍼지는 검은 유혹

과거 마약은 일부 연예인들이나 재벌 등 사회구성원 극소수의 일탈범죄처럼 언급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연예인과 재벌, 유흥업소 종사자 외에도 평범한 주부와 회사원, 학생까지 마약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현직 소방공무원이 마약 투약혐의로 검거되어 직위해제됐다. 놀랍게도 소방공무원 A씨는 소방 간부인 소방경이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에 접근성이 낮아지자, 마약에 손을 대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마약 사범 인원 중 20대가 26.3%(3211)로 가장 많았고, 30(22.9%)40(19.2%)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대 마약 사범은 241명으로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681명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지난 2020년 11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관계기관 합동 마약류 특별단속 중간점검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해양경찰청장·식약처 등 5개 기관은 최근 마약 범죄 유형을 분석하여, 다크웹·SNS 등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 항공·해상 등을 통한 국내 밀반입,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의 마약류 유통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사진_뉴시스)

손쉬운 마약 정보획득, 유통구조의 변화가 문턱 낮춰

일반인들이 손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통망의 변화를 꼽는다.

마약유통 특성상,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신원 노출을 꺼린다. 이런 이유로 과거의 마약 거래는 은밀히 이루어졌다. 마약상이나 유통 조직원 등의 경로를 아는 사람만 마약을 실거래로 구매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마약을 들여오는 경우는 항공, 선박을 통한 밀반입이나 신체 일부에 마약을 직접 숨겨오는 방식이 성행했다.

기술발전은 마약 거래 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마약은 이제 경로를 아는 사람만 은밀히 살 수 있는 직거래 방식이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일뿐더러 손꼽히는 배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마약유통이 활개 치기 좋은 환경이다.

신분 노출의 위험이 적은 SNS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마약 거래 창구가 되었고, 이제 아는 사람 소위 말해 끄나풀없이도 돈과 마약을 사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거래 대금 방식도 가상 화폐를 이용하는 추세로, 얼굴이나 목소리, 성별을 노출하지 않고도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 5명 중 1명은 인터넷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으며, 다크웹을 이용한 범죄 역시 5년 전에 대비 9.1배나 늘었다

이런 이유로 자연히 기성새대 보다 인터넷사용에 익숙한 1020세대의 마약범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잦은 재범, 일상의 파괴를 넘어 2차 범죄로 이어지는 마약 중독

마약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범죄다. 2016년 법무부가 공개한 전체 출소자 재복역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절도죄 수형자가 50%로 가장 높았고 마약류 범죄가 45.8%로 뒤를 이었다. 특히, 마약류 범죄로 출소 후 재복역한 수용자 가운데 88.8%는 또다시 마약류 범죄를 저질러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마약이 위험한 이유는 쾌락의 탐닉을 일으키는 중독성·습관성에 있다.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뇌 신경세포 기능에 변화를 가져와 오남용할 경우 이성을 마비시켜 현실을 벗어난 행동을 하게 한다. 이에 자제력을 잃고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되어 범죄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강한 중독성을 지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마약은 작은 양만 섭취하더라도 강력한 진통 작용과 마취 작용을 나타낸다. 종류에 따라 반응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각성과 흥분을 일으키거나 쾌락과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강한 중독을 느끼며, 쾌감을 지속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게 되는 것이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투여를 중단할 경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금단증상을 겪게 된다. 불안과 우울, 불면증, 쇠약감이 나타나며 심하면 간질 발작, 섬망,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약을 했을 때의 흥분과 무감각을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며, 그 욕구를 채울 수 없을 때는 자신을 억누르지 못해, 폭력과 성범죄 등 각종 강력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지난해 7,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유기한 범죄 역시 마약으로 인해 발생한 살인 사건이다. 평소 함께 마약을 투여해 온 A씨 등 세 명은 마약 투여 후, 흥분한 상태에서 갈등을 빚었다. 마약 투약 중, B씨가 던진 가위가 A씨가 맞게 된다. 마약으로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했던 A씨는 C씨와 함께 B씨를 구타했고, 결국 B씨는 둔력에 의한 머리 부위 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와 C씨는 다음날 오전 인천 중구 잠진도의 컨테이너 뒤 공터에 B씨의 시신을 유기하였으나, 곧 자수한다. 이들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8일에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의 한 이면도로에서 둔기로 무장한 외국인 남성들이 흰색 승용차를 내려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흰색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이들 일당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는데, ‘묻지마폭행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들은 범행은 마약을 도둑맞은 데에 앙심을 품은 보복범죄로 확인됐다. 경찰은 가해 일당 중 일부가 피해자로부터 마약을 뺏겼다라고 진술했다고 밝혔고, 현재 이들이 마약 유통 등에 관여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실제 구속된 이들 중 한 명은 검거 당시 합성 대마 80.1g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마약 중독은 개인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범죄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주거지에서 재배한 대마.(사진_뉴시스)

국내 마약 처벌 수위와 해외 사례

우리나라는 마약류에 대해 투약, 복용, 흡연 등은 물론 비밀리에 마약을 조제 하고, 사들이는 행위, 판매, 알선하거나 허가받지 않고 소지하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마약범죄는 유형에 따라 처벌 수준이 상이하며 연관된 법률도 다를 수 있으며 투약한 경우 음성 반응과 양성반응에 따라 처벌 수위나 대응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마약 사범의 처벌 수위를 두고도 여전히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그간 검찰은 최근 마약 중독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위주의 단속에서 치료·재활정책으로 전환을 시도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솜방망이처벌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7년 마약류 범죄로 기소된 사범 4681명의 형 선고 내역 가운데 40.1%(1876)는 집행유예였다. 벌금을 선고받은 경우는 3.6%(169)였다. 반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0004%(2)에 그쳤다.

사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마약 처벌이 약한 편이다. 단적으로 중국에서는 마약범죄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며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기도 한다. 작년 6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시 중급인민법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 법원이 마약밀수 혐의를 받는 호주인에게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마약을 고가로 거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도 낮은 편이라 마약을 밀수가 늘고 있다.

2020년 9월 14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교차로에서 포르쉐 차량이 앞서 달리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으면서 연쇄 추돌이 벌어져 승용차 5대와 버스 1대, 오토바이 1대 등 7중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포르쉐 운전자 A씨는 대마초를 흡연한 뒤 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사진_뉴시스)

마약범죄 관련 처벌 및 검사 강화 필요성

국내 마약 투약 추정 인구가 50만에 이르는 가운데, 마약 사범의 처벌 강화는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마약범죄의 검거율을 높이고 날로 늘어가는 거래와 밀반입 등을 막기 위해서는 교묘해지는 범행 수법을 한발 앞서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해외에서 반입되는 마약의 경우, 단순 경유 물량일지 국내서 유통되기 위해 들어온 물량인지 불분명하다. 따라서 국내 소비 확산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살펴야 하며, 경찰과 검찰뿐 아니라 국정원 등 다 각도의 정보를 확보해 국경선을 차단하는 등 적극적인 마약 유입 루트 단속에 나서야 한다.

해외에선 투약자에겐 치료를 제공하고, 판매자에겐 무관용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마약 시장은 연대가 강해 다단계 방식투약자가 곧 판매자가 된다. 따라서 당국은 이런 실정을 정확히 파악해, 보다 능동적인 수사 방법을 세워 마약범죄 근절을 목표로 움직여할 것이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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