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이루겠다”

[시사매거진273호] 사진작가이기도 한 류안 시인. 그는 사진작가이지만 시조시인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시조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부르짖으며 페이스북에 친구에게 들려주는 시조그룹을 개설하여 1300여 명을 회원을 갖춘 시조협회를 이끌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뒤로 가는, 다소 엉뚱한 시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류안 시인. 처음에는 내세울 게 전혀 없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이 인터뷰 기사가 시조운동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득하여 그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류시인이 일찍이 화가들과 함께 시화집을 낸 경험이 있다. 그는 여러 장르를 걸쳐 작품 활동을 하는 하이브리드 작가다. 그의 작품에 매료된 필자가 2인전을 제안하여 인사동 화랑에서 2인전을 열었고, 전시회 중 류작가 주도로 시조협회의 첫 번째 동인지 출간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사진은 류안 작가와 차홍규 화백.

어릴 적 꿈은

전북 장수가 내 고향이다. 해발 500m가 넘은 산골이다. 원래 산골소년처럼 도시에 나가서 출세하여 금의환향하는 거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대학을 가라는 부친의 당부도 뿌리치고 기어코 서울로 유학 왔다.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대기업 그룹홍보실에 입사하여 홍보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고교시절 쓴 시가 지방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문재(文才)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며, 그 당시 귀한 사진기를 들고 들판을 돌며 찍기도 했다.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전형적인 홍보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시조를 쓰고 사진을 담았다. 좋은 사진을 담으려다 한겨울에 강물에 빠져 죽을 고비도 넘겼다. 셔터를 누르면서 떠오르는 찰나의 시상으로 시조를 쓴다. 10년 동안 퇴고를 마치지 못한 시조가 10여 편이다.

 

대기업에서 홍보담당 임원까지 지냈는데, 시인의 길을?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인터넷 문학 동호회를 찾아 활동했는데 우연히 내 사진과 시를 눈여겨 본 중견화가들로부터 시화집 참여를 요청받았다. 화가들은 그림과 함께 시를 쓰고, 시인들의 시에는 내 사진작품을 곁들인 시화집으로, 시인 9명과 화가 8명이 참여했다. 저명 시인 8명을 섭외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2년 시화집 출판과 동시에 전시회까지 열게 되어 문학과 사진부문에 동시 데뷔하는 행운까지 있었다. 곧 바로 스토리문학에 시조 신인문학상을 받아 문단에 데뷔했다. 국내 최고의 시조시인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오늘의 시조시인 회의에 추천을 받아 가입했다. 고교시절 은사님이신 권승근(전 장수문화원장)시인께서 시심을 키워주셨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의 한시집 임천풍운(林泉風韻)’을 출간하여 봉정해드렸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이른바 정통 문예지에 활동에 주력하는데, SNS를 통한 문학 활동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인상인데…….

‘3612음보 45내외라는 정형 틀을 가진 시조는 절제된 언어와 리듬과 가락, 음률,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에 이른바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 멀티미디어시대에 적합한 장르이다. 17자 한줄 길이의 단시(短詩)인 일본 하이쿠는 이미 세계적인 문학 장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고, 하이쿠의 영향을 받은 외국 시인들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사례가 많다. 훌륭한 시조작품을 보면서 널리 알리지 못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시조를 읽는 독자가 정말 너무나 한정되어 있는데다, 인터넷 매체에 자기 작품을 발표하지 않는 보수적인 풍조도 안타까웠다.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조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까 많이도 고민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인터넷을 통한 시조 일상화와 대중화를 모토로 201511월에 친구에게 들려주는 시조’ (약칭 친시조)그룹을 만들었다.

류안작가 사진작품

시조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장르라니 이해가 안 되는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대시대에 짧으면서 울림을 주는 시조이기에 시대에 적합한 장르이다. 시조의 기본 단위는 음보가 가지고 있는 리듬성은 우리말의 특성이다. 이러한 음보를 기본으로 하여 평시에 우리가 쓰는 말이 시조의 바탕이다, 장이라는 율격을 정해 시절의 아픔. 웃음, 그리고 서정을 버무려서 리듬성이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 시조이다. 시조는 외국인들이 쉽게 따라 배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한류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시조는 천여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얼을 담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세계에서 우리만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시 형식이다. 그래서 우리만의 독창성이 있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세계적인 장르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시조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주창하고 있는데, 시조가 정형시라 어렵지 않나?

전혀 어렵지 않다. 요즈음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제7의 장기가 이미 되었다. 시조는 제7의 장기인 스마트폰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문학 장르이다, 누구나 쉽게 쓰고 읽으며 즐길 수 있다. ‘친시조에서는 시조와 사진, 시조와 캘리그라피, 시조와 사진과 캘리그라피를 융합하는 퓨전 아트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래서 친시조에는 시조인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화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 낭송가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타 장르 작가가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리고 시조가 정형시이기 때문에 노래가사로 쉽게 쓸 수 있으며, 한국 산문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사설시조는 랩 가사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말은 2음절이나 3음절에 조사 1음절이 더해져 3음절이나 4음절 말이 대부분인데, 시조의 기본 음보 단위가 3음절, 4음절이기에 아주 쉽게 배울 수 있다.

 

친시조동인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나?

인터넷을 통해 매일 시조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 작품을 올리고, 댓글로 서로의 느낌과 감상을 실시간으로 교환한다. 아울러 운영위원과 등단시인들이 좋은 시조를 선별하여 해설과 함께 올리기도 한다. 각종 시조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있으며, 초보 입문자를 위한 멘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시조 지어주기, 화답시조 짓기, 아호 지어주기, 타 장르와 융합한 퓨전 시조 짓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1300명이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회원에는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일본 등지의 해외교포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동인지는 20176월에 창간호를, 20182월에 2호를 발간했으며,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 4호를 발간할 계획이다. 동인지이지만 문예지 못지않은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전국에서 인터넷으로 활동하지만 국내 최대, 최고의 동인 모임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시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회원 모두가 서로 배우고 즐기는 마당이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류안 시인. 그는 사진작가이지만 시조시인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시조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부르짖으며 페이스북에 ‘친구에게 들려주는 시조’ 그룹을 개설하여 1300여 명을 회원을 갖춘 시조협회를 이끌고 있다.

향후 친시조활동방향은

활동을 확대하려면 우선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일단 긍정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활동하다보면 여러 후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뜻이 있어야 길이 열린다. 일단은 시조강좌 및 세미나 개최, 어린이 시조교실, 해외 동포 작가 발굴 확대, 다문화가족 시조 지도 등 서두르지 않고 차분차분 해나가고자 한다.

 

대단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데?

운영위원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다. ‘어리석게 시조운동을 한다하여 어리석을 를 넣어 우송(愚松) 김종호 시인, 우산(愚山) 나병춘 시인, 우현(愚峴) 정준원 시인, 그리고 나는 愚江으로 아호를 정했다. 주로 인터넷을 통한 교류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비용 지출은 많지 않지만 시간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에 나의 시조운동에 관심을 가진 문화콘텐츠 회사와 시조아카데미, 시조 도서관 개설 등에 관해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곧 성과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

 

류안 시인의 시조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시조가 있다면 한 수만 소개해 달라

아직 내 맘에 드는 시조는 없다. 오랫동안 알아온 중소기업 사장이 내가 시조를 쓰라고 권유하자, 이틀 만에 써낸 시조를 제일 좋아한다. 사는 게 시다 // 시 깨나 쓴다는 친구놈이 찾아와서 / 시 쓰는 사장이 멋있다고 꼬셔댄다 // 미친 놈 / 내가 사는 게 시인데 / 시처럼 살라한다. 그렇다 사는 게 시인데 뭐 시 쓴다고 까부냐며 나를 질책했다. 우리는 모두 사는 게 시이기에 시인이다. 다만 침묵하는 시인이다. 가슴을 열어 외치면 시가 되는 것이다. 그 외침을 우리말 운율로 받아 적는 게 시조이다.

 

작가로서 꿈은 무엇인가 ?

작가로서 명예나 욕심도 없다. 그냥 작품을 쓴다는 게 좋다. 좋은 작품을 쓰는 게 꿈이다. ‘사진은 시처럼 담고, 시는 사진처럼 담는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지만 항상 부족하다. 시조와 사진, 캘리가 융합된 시조집을 준비하고 있다. 저의 권승근 은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요즘 새기고 있다. “내가 정말로 좋은 시 한편 짓게 된다면 바로 내일 죽을 수 있다나는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고 믿는다. 고교시절 은사님께서 읊어 주신 시 한 줄이 내 인생을 관통하고 있다.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썩 좋은 시조 짓는 게 꿈이다. 욕심이 있다면 내가 태어난 버들둔덕에 버드나무 숲을 조성하고 시조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필자 : 차홍규 (車鴻圭)

홍대 미술학석사, 동신대 공학박사
기능올림픽, 장애인 기능 심사위원,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개인전 59회 및 미주, 유럽, 아시아 등 비엔날레, 초대전, 등 단체전 300여 회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작가(한국, 중국 유일 작가)

북경칭화대 미대 정년퇴임. 현 한국조형예술원석좌교수, 한중미술협회 명예회장

 


차홍규 화백 farm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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