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울진군의 보이지 않는 대게 원조 논쟁, 저마다 대게축제 통해 ‘우리가 진짜 원조’
얼마 전 대게축제가 열린 경북 동해안의 영덕, 울진 해안포구에 살이 꽉 찬 대게 속살의 쫄깃한 맛을 떠올리며 전국 각지에서 대게를 좋아하는 ‘대게마니아’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대게맛을 보러 온 이들에겐 한 가지 ‘금기사항’이 있었다. 영덕 강구항에 가서 ‘울진대게’ 얘기를 꺼내거나, 울진 죽변항에서 ‘영덕대게’ 얘기를 꺼내지 말 것.

‘대장금’ 대사 놓고 다시 불붙은 ‘대게 원조논쟁’
경북 동해안에서 잡히고 있는 대게는 지난 90년 초부터 울진군과 영덕군이 대게원조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오다 수년 동안 잠잠했었다. 그러나 얼마 전 평균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MBC 사극드라마 ‘대장금’의 대사 한마디 때문에 다시 원조논쟁이 불거져 나왔다. 2003년 11월 11일 방영 된 드라마 ‘대장금’ 내용에서 극중 최상궁이 명나라 사신 접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어지느러미 대신 대게를 쓰는 장면이 있었다. 이때 ‘울진대게의 맛은 임금님도 경탄해 마지않으신 것이다’라고 언급한 극중 인물의 대사 한마디가 오랫동안 잠잠했던 대게 원조 논쟁의 불씨를 다시 당겼다. 드라마 방영 후 ‘대게하면 영덕대게인데 느닷없이 왜 울진대게를 거론하냐’며 영덕군청과 ‘대장금’ 홈페이지에 영덕군민들의 비난의 글이 쏟아졌고 영덕군은 드라마 제작진에게 항의편지를 보냈다. 반면 울진군은 후포항 입구에 ‘울진 대게의 맛은 임금님도 경탄해마지 않으신 것이다’라는 드라마 ‘대장금’의 대사를 큰 현수막으로 만들어 곳곳에 걸어두었다. 또한 MBC 문화방송에 ‘드라마에서 소개된 울진대게와 관련한 내용이 당연하고 역사적 자료 등에서 고증된 사실이므로 문제가 없다’며 “강원도지, 관동지, 관동읍지 등 역사 문헌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을 뿐만 아니라 울진 대게는 전국 총 생산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공식문서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수년간 휴식기에 있던 대게 원조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울진군과 영덕군의 대게 논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6년 울진군에서는 ‘대게는 울진에서 더 많이 나는 데 왜 영덕대게라고만 하느냐, 모든 대게에 영덕이라는 지명을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조논쟁이 심화되자 생산지별로 저마다 ‘영덕대게’ ‘울진대게’로 부를 것을 명하며 원조 논쟁의 문제를 일단락 지으려 했다. 하지만 영덕군과 울진군은 ‘대게의 원조’를 주장하는 원조 유래 기념조형물들을 세우는 등 대게 원조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대게 원조전쟁
‘대게元祖마을’비석과 ‘어촌민속전시관 건립

영덕군은 ‘대게는 영덕 강구~축산면 일대 3마일 해상에서 주로 잡히는데, 맛이 담백하고 살이 꽉 차 타 지역의 대게와는 차이가 있다’며 영덕대게가 원조임을 강조한다. 영덕에서 전해지고 있는 대게의 유래는 크게 두가지 견해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 하나는 고려 태조(왕건) 23년에 지금의 영해지역에 처음 순시때 임금님의 주안상에 특별한 음식을 올린 것과 다른 하나는 조선 초기에 지방 특산품을 중앙에 조공하여 임금님의 수랏상에 대게를 올린 것인데 이때 올린 대게가 지금의 축산면 죽도에서 잡은 대게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나무와 같고 침이 있기에 ‘죽침언기어’ 또는 대나무의 곧은 줄기와 같고 다리의 마디가 여섯마디라 하여 ‘죽육촌어’라고 부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죽해(竹蟹)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영덕대게의 산지로 알려진 영덕축산의 차유마을이 전국적으로 대게 원조마을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하며 영덕군에서는 축산면 경정2리의 차유마을에 ‘대게元祖마을’ 비를 세웠다. 비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고려 29대 충목왕 2년(서기 1345년)에 초대 정방필(鄭邦弼) 영해부사가 부임하여 관할지역인 지금의 축산면 경정리의 자연부락이며, 대게의 산지(産地)인 이곳 마을을 순시하였다. 그후부터 마을이름을 영해부사 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 왔다고 하여 차유(수레 車 넘을 )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마을 앞에 동해의 우뚝한 죽도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흡사하여 대게로 불리어 왔으며 우리는 이 마을의 내력을 따라 영덕대게 원조(元祖)마을로 명명하여 표석을 세워 길이 기념코자 한다. 1999년 4월 17일 영덕군수 김우연”
또한 영덕군은 영덕발전 5개년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00년부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2001년 해양수산부의 중기건립계획 사업으로 확정, 삼사해상공원 내로 부지를 선정 해 ‘어촌민속전시관’을 건립하고 있다. 총사업비 6,949백만원으로 8,246㎡(2,494평)의 부지위에 지상3층 지하1층의 규모로 학예연구실, 일반전시실, 대게전시실, 특별전시실 등 해양문화 전시공간과 3D입체영상관, 관광편의시설, 수장고등 체험관광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여 지난 2월 10일 기공식을 갖고 2005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진군 ‘울진대게 유래비’
SBS『폭풍속으로』촬영장소로 각광

울진군은 울진대게가 영덕대게로 알려진 것은, 울진 앞바다에서 잡은 대게가 1930년대 교통수단이 원활치 못한 당시 서울, 경기, 대구, 포항 등 대도시에 해산물을 공급할 때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중간 집하(수집)되어 반출하여 집하지인 영덕의 지명을 사용, 영덕대게로 불려져 오고 있으며 ‘임원경제지’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울진지방이 예주(현, 영해)에 속해 있던 까닭으로 울진지역 인근을 통틀어 예주로 인식한데서 비롯되어졌다고 한다. 동해안에서 생산되는 대게의 50% 이상이 울진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울진이 대게의 원조라는 것이다. 울진군 후포항 입구에는 나무로 큰 대게 모형을 조각해 바다를 배경으로 세우고 ‘대게의 본향’이라고 새겨 놓았다. 후포항에서 등대뒤로 돌아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첫 마을이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다. 그곳 해변 길가에 ‘울진대게 유래비’가 서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국여지승람과』과 『대동지지』등에 『자해(자주빛 紫 게 蟹)』라고 기록된 울진대게는 14세기 초엽인 고려시대부터 울진의 특산물로 자리잡아 왔으며, 우리 고장 주민들은 울진대게를 처음 ‘크고 단단함’의 뜻이 담긴 『박달게』,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같이 곧다’ 하여 『대게』로 불러왔다. 특히 『해포(게 蟹 물가 浦 )』, 『해진(게 蟹 나루 津)』, 『기알게(지형이 ‘게 알을 닮은 바닷가’라는 뜻』로 불리는 거일리는 울진대게의 주요 서식지이자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왕돌초(짬)와 맞닿아 있는 마을로서 그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울진대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울진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울진대게 자원의 서식지와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울진대게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군민의 뜻을 모아 대게잡이의 역사적 현장인 마을에 『울진대게 유래비』를 세우고 이를 역사와 후대에 전승하고자 한다. 2003년 4월 12일 울진군수”
울진군은 해양관광어촌 건설의 미래 비젼을 실현하게 될 프로젝트인 ‘바다목장화사업’은 2002년 5월 유치위원회 및 9월 바다목장팀을 구성, 12월 울진을 포함한 4개소가 예비후보지로 선정됨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예비후보지 평가조사 및 현지 확인, 공청회를 거치고 각지에서 협조하여 준 결과 지난해 12월 26일자로 울진군이 최종 확정되었다. 그리고 점차 늘어나는 해양레저관광의 수요에 부응하여 청정해역의 풍부한 자원조성과 연안생태계 보전으로 바다이용 기회를 확대하여 동해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각시켜 어가소득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바다목장 조성 및 관리를 하고 있다


닮은꼴 다른 대게축제

닮은꼴 다른 대게축제

울진군과 영덕군이 대게 원조싸움뿐 아니라 대게축제까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으로 각각 개최하면서 두 군의 신경전이 뜨겁다. 1994년 4월부터 영덕군이 강구를 중심으로 대게축제를 시작하자 울진군도 다음해부터 같은 시기에 후포와 죽변에서 대게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 4월 17일 영덕군민의 날을 전후하여 열린 『제7회 영덕대게축제』는 4월 16일부터 4월 18일 3일간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강구?경정?대진항에서 출항하는 ‘대게잡이 1일선원체험’과 전국 처음으로 개최되는 ‘전국 제트스키 경주대회’, ‘전국 가족레프팅 대회’ 등 오십천과 동해바다를 이용한 수상레포츠를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또한 대게요리, 대게조각대회, 무료시식회 등 저렴하게 영덕대게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였다. 울진에서 열린 『제5회 울진대게축제』는 4월 3일부터 4월 5일 3일간 울진군 후포항 한마음 광장에서 열렸다. 후포어린이집 흥겨운 뱃노래 공연을 시작으로 ‘제 1회 울진대게컵 전국 프로 암 바다낚시대회’와 ‘울진대게 줄 당기기’ ‘어린이넙치방류’와 ‘선박무료 시승’ 등 울진군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가 열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두 축제 모두 대게 원조 생산지로서 대게 판매수익을 높여 자신의 지방의 판매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
영덕군과 울진군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게 원조논쟁과 함께 한편으로는 양 군이 비슷한 내용으로 각각 대게축제를 개최하면서 일부 주민들로부터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주민들 간 반목만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양 군이 행정협의를 통해 대게 원조 논쟁을 마감하고 동해안 특산물인 대게를 널리 알려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경북도가 뒷짐만 지지 말고 서로 Win·Win 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대게 이모저모

대게의 이름은 몸체가 크다고 붙여진 ‘大게’가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竹)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경북이북의 동해안, 함경북도 연해에 분포하고 주서식지는 수온이 13℃이하인 해저 200m~400m의 모래바닥 또는 진흙인 곳에 서식한다. 11월 1일부터 대게 잡이가 시작되며 4월까지 활발한 조업이 이루어진다.

1. 대게 제대로 고르기
다리가 몸에 비해 가늘고 길어야 하며 다리가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게 좋다. 배가 말랑말랑하거나 검은 것은 싱싱하지 못하다. 들어봐서 다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싱싱하다. 게뚜껑에 검은 게딱지가 붙은 게 좋다. 검은 게딱지는 공생관계에 있는 미생물로 게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2. 대게 바르게 찌기
대게는 찌기 전 반드시 죽어 있어야한다. 살아있는 대게를 찌면 몸을 비트는 바람에 다리가 떨어지고 몸통속의 게장이 쏟아지게 된다. 삶기 전 반드시 미지근한 물에 담궈야 한다. 대게는 물에 삶는 것이 아니라 김으로 쪄야한다. 대게의 배를 위로해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새어나오지 않는다. 정종이나 맥주를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않는다.

3. 대게의 효능
대게는 단백질의 함량이 많으며, 그중에서도 필수 아미노산(리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풍부해 발육기 어린이에게는 아주 훌륭한 식품이다. 특히 지방 함량이 적기 때문에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소화도 잘되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고 한다. 또한 게의 알에는 세포를 활성화하는 핵산이 많이 들어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게 껍질에는 키토산 성분이 있어 유방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

4. 대게 100배로 즐기기
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다리만 먹고 게장이 든 아까운 몸통은 못 먹는 줄 안다. 다리살은 맨끝 마디를 부러뜨려서 당기면 살이 통째로 빠져나온다. 게장은 참기름을 몇방울 떨어뜨려 공기밥과 비벼먹으면 대게의 참맛을 모두 맛볼 수 있다.


한상한 영덕군수 대행 일문일답 / 김용수 울진군수 일문일답
한상한 영덕군수 대행 일문일답
『제7회 영덕대게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게잡이 1일선원 체험’을 통하여 손끝으로 직접 잡아 올리는 영덕대게 참맛을 볼 수 있는 이색체험과 ‘전국 제트스키 경주대회’, ‘전국 가족레프팅 대회’ 등 수상레포츠를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롭게 준비 하였습니다.
울진군과의 대게 원조 논쟁에 대한 견해는?
최근들어 대게의 높은 수익성 때문에 대게원조에 대한 해프닝이 잠시 있었습니다만, 우리 영덕군은 천년의 맛을 자랑하는 영덕대게의 명성을 유구히 잇고, 영덕을 찾는 누구나가 수려한 자연을 감상하면서 대게를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원산물 표시 등 고객만족에 더욱 주력할 것입니다.
현재 영덕지역의 가장 큰 현안과 어촌민속전시관의 건립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리지역은 교통 최대낙후지라는 장애요인으로 인하여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동해안중부선 철도건설과 동서6축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일부구간인 영덕~안동간 고속도로 조기건설을 추진 중이며 어촌민속전시관이 준공되면 어촌체험관광명소로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지역경기활성화에도 적잖게 기여하리라 기대됩니다.

김용수 울진군수 일문일답
『제5회 울진대게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이번 축제의 가장 기본적인 컨셉은 저렴한 가격과 확실한 원산지표시에 중점을 두었으며 고시가 보다 싸게 판매되었다는 점입니다. 올해 첫 시도한 ‘제1회 울진대게컵 전국바다낚시대회’, ‘어린넙치방류’와 ‘선박무료 시승’ 등 관광객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전시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울진대게가 원조라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면?
각 역사서에서 현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가 대게의 주 생산지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단지 1900년대 영덕이 경상도 내륙지역을 잇는 교통의 요새지로 자리잡으면서 울진 등 동해연안 어촌에서 생산되는 각종 해산물의 집산지 기능을 담당한데서 비롯된 것이지, 당시 대게잡이에 종사했던 울진 지역의 원로 어부들은 울진대게를 소달구지에 싣고 영덕갯장으로 이동해 유통시켰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 제작지원에 따른 효과와 국내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날 방안은?
최근 MBC 『사랑한다 말해줘』와 SBS 『푹풍속으로』가 울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특히 『폭풍속으로』는 우리군에서 세트장 건립에 따른 부지매입, 스텝 및 연기자의 숙식비 등을 지원하였으며 현재 폭발적인 드라마 시청률 상승으로 이번 대게축제 때 135,000명이 몰려 작년 95,000명 대비 42%나 증가하였습니다. 앞으로 교통인프라 확충을 조기에 완공하여 2005년 ‘울진 세계친환경 농업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와 향후 ‘Sea Food Festival’ 등 해양 울진의 면모를 차곡차곡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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