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고속철, 삶의 지도가 바뀐다” 물류·경제·수송·교통·생활 등 일대 혁명 예고
고속철은 단군이래 최대 역사로 일컬어지며 우리 사회 전반에 일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시속 300㎞로 우리 국토를 가르며 질주하는 고속철은 국가 경제 측면에서 보면 동북아에서 중국과 시베리아, 그리고 유럽까지 세계 경제의 대동맥을 이어주는 접점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기지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고속철은 경부고속도를 4개 더 개통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동시간의 절약을 통한 국토공간 이용 효율화는 자연스럽게 물류혁명, 수송혁명, 교통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속철은 경제대혁명의 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고속철은 사람들의 일상 전반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빠를 수 없다
서울 시내에서 대구까지 가장 빠르게 가려면 어떤 교통편이 좋을까.’
국내선 항공기의 평균 속도가 시속 800∼850㎞이고 고속철이 평균 220㎞로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비행기 쪽 손을 들어줘야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도심간 이동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선 도심으로부터의 접근성, 대기시간 및 실제 운항시간 등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비행기로 서울∼대구간을 이동하는 소요시간을 계산해보자. 승객이 김포공항을 출발, 대구공항에 내리는 시간은 55분. 하지만 승객들은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미 40분에서 1시간을 보내야 했고 탑승수속에도 최소 20분이 걸린다. 이에 대구시내까지 들어가는 시간인 15분을 합치면 총 소요시간은 2시간10분에서 2시간30분이 걸린다.
반면 도심과 도심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은 대구까지 1시간39분이면 충분하다. 서울∼부산,서울∼광주 등 기타 노선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서울역을 출발한 고속철 승객은 2시간40분이면 부산의 중심인 부산역에 도착하지만 항공편 여행자들은 그 시간에 김해공항에서 부산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모 항공사 관계자는”대구 등 일부 구간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고속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이 마련한 고속철도운임체계(안)에 따르면 요금은 서울∼동대구 4만원, 서울∼부산 4만9900원 등으로 항공기 요금의 70% 수준이다. 이에’고속철로 인해 최대 80%까지 국내선 항공기 승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항공사들은”내년부터 항공편 감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고속버스는’레일 위를 날아다닌다.’는 고속철과 비교하면’거북이’신세지만 가격경쟁력에 있어선 탁월하다. 서울∼대전 구간은 고속철 요금이 2만 600원인데 반해 일반 고속버스는 7000원으로 33.9% 수준이다.

소리없이 강하다

고속철은 진동이 없다. 진동이 없으니 소음도 없다. 진동이 없는 이유는 레일에 이음매가 없기 때문이다. 길이 25m의 레일을 용접해서 300m로 늘인 뒤 현장으로 운반해 다시 용접하기 때문에 고속철은 하나의 레일로 시공돼 있다. 그래서 고속철 구간인 광명∼대전 140㎞와 옥천∼동대구 98.7㎞ 구간은 레일이 하나이다. 레일에 이음매가 없으니 당연히 덜컹거림이 없다.
진동이 없는 또 하나의 비밀은 관절 대차에 있다. 대차는 객차와 레일을 연결하는 주행장치. 기존 열차는 2개의 대차가 1량의 열차를 떠받치고 있지만 고속철은 1개의 관절 대차가 2대의 차량 사이를 연결한다. 이 1개의 대차가 2량의 열차를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곡선 구간에서도 진동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관절대차 때문에 소음 및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이 향상된 것이다. 고속철끼리 교행 시에는 공기 마찰 때문에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 당하는 사람은 조금 놀랄 정도다.

비상탈출용 유리창에서 팩스서비스까지

고속철의 1편성은 열차 20량으로 돼 있다. 그래서 전체 길이가 388m나 된다. 여객전무가 한바퀴 도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창문은 대형이어서 전망이 좋다. 천장에 달린 2개의 모니터가 주행속도 등 차량 정보를 제공해준다. 장애인용 휠체어 보관대도 마련돼 있다. 팩스를 보내고 받을 수도 있다. 실내온도는 자동센서가 온도를 감지, 항상 22 를 유지하게끔 해준다. 1등실 좌석은 1열 3석의 회전식이지만 2등실 좌석은 1열 4석의 고정식이다. 고속버스처럼 앞만 보고 가야 한다. 그러나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가족용 테이블이 8석 설치돼 있다. 각 객실 앞뒤에는 비상연락 벨이 설치돼 있어 여객전무와 통화할 수도 있다. 또 비상탈출용 망치가 객차 당 4개씩 비치돼 있다. 출입문 쪽 4개 유리창은 비상탈출용으로 제작돼 있어 쉽게 깨진다. 선반 바닥은 투명해서 물건이 잘 보여 놓고 내릴 염려도 없다.

좁은 좌석 간격과 잦은 고장이 흠

아쉬운 점도 있다. 속도를 위해 차량을 경량화·소형화하다 보니 안락감이 희생됐다. 우선 2등실의 좌석배치가 너무 답답하다. 앞좌석 중심에서 뒷좌석 중심까지 거리가 93㎝에 불과하다. 기존 새마을호의 115㎝에 비해 22㎝가 좁다. 또 의자 1세트의 폭도 107㎝로, 새마을호 112㎝에 비해 5㎝ 좁다. 출입구와 좌석이 너무 붙어 있는 것도 흠이다. 출입구쪽 승객은 문 여닫는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 수익성을 고려해 좌석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편의시설 표지판도 너무 작다.
또 터널을 통과할 때는 압력차 때문에 귀가’웅웅’거린다. 터널통과 시에는 소음 때문에 옆사람과 속삭일 수 없다. 방음 펜스로 인해 바깥 경치 구경이 어려운 점도 아쉬움이다.
첫날부터 승객들을 다른 열차로 옮겨 타게 만드는 잦은 고장과 하루 2∼3건씩 갖가지 고장으로 저속 운전을 거듭하고 있는 등의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주말부부’에서’평일부부’로
고속철은 전국을’1일 생활권’에서’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게 된다. 이에 따라 출퇴근, 통학, 주거, 레저, 관광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혁명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또 역세권 지역은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26.남)씨와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B(26·여)씨는 1주일에 이틀만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주말부부’다. A씨는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대전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오는 길이 늘 아쉽기만 하다. 기차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오가는 데 최소 5∼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들도’평일부부’가 될 수 있다. A씨는”고속철을 타면 서울∼대전이 49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다.”면서”이제 서울에서 통근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ㄱ(29)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에 자주 가보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바쁘기도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 때문에 조심스러워 선뜻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
이런 ㄱ씨에게 고속철 개통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ㄱ씨는”비행기보다 싸고 안전한 데다 역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 집까지 쉽게 갈 수 있으므로 아내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자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전국의 1일 생활권 넓어진 생활반경

이처럼 고속철은 국토의 거리를 좁혀 생활반경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철도청 정문영(42) 고속철도홍보팀장은”서울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흑산도·홍도 등 섬 지역도 목포까지 고속철을 타고 간다면 하루에 왕복할 수 있다.”면서”명절에 고향에 가기 위해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에서 하루종일 견뎌야 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충청권과 수도권이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 비용을 감수한다면 서울에서 대전·천안지역까지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대학 등 교육기관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주거지역은 서울과 수도권 주변 도시를 벗어나 충청권까지 확장된다.
레저·관광의 범위는 한층 넓어진다. 영·호남지방이라도 고속철역과 가까운 지역은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으므로 주5일제 시행과 맞춰’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주말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대학 관광경영과 권혁률(41) 교수는”고속철이 개통되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관광산업이 전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면서”각 지역에서 특색있는 분야를 발전시킨다면 역 주변을 중심으로 특화된 문화·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도시 경제 활성화 기여

고속철 개통은 지방도시들을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지난 1964년 신칸센이 개통된 뒤 15년 동안 신칸센이 정차하는 8개 지역의 인구증가율이 1.4%로 전국 평균 1.17%보다 훨씬 높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는 다양한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5월까지 경부고속철 주요 역 주변에만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고속철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대전은 역을 중심으로 도시기능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천안역 주변은 종합위락단지와 대학 캠퍼스 등을 갖춘 복합신도시로 개발되고, 경기 광명과 안양 일대 60만평은 택지개발예정기구로 지정돼 중심상업지역으로 개발된다. 2010년 개통 예정인 충북 오송은 중부권의 신흥도시를 꿈꾸고 있고, 김천과 구미에는 첨단복합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루 15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 구내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역에는 백화점 콩코스가 문을 열고, 용산역에도 백화점이 들어선다. 할인점들도 입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RE멤버스 고종완(47) 대표는”지금까지는 시간거리와 공간거리가 비례했지만 고속철 개통은 이러한 구조를 재편시킬 것”이라면서”역 주변의 주거여건이 좋아지면서 점차 공단 등이 들어서고 대학과 공공기관이 이전, 지방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역사 마무리공사 한창中
오는 4월 고속철 개통과 함께 경부·호남선의 전국 주요 역사(驛舍)가’깜찍한’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된다. 또 광명, 천안·아산역은 고속철 개통에 맞춰 일반인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100년 철도역사의 흑백 사진이 사라지고 현대적·국제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컬러의 옷으로 갈아입고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통합 서울역사 오픈

지난 12월 18일 기존 서울역과 맞닿은 남쪽에 증개축된 역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 전체 공정률은 99%.지하 2층, 지상 5층의 건물로 전체적인 특징은 활을 형상화해 고속철도의 역동적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00년 5월부터 총사업비 987억원(철도청 125억원,한화역사㈜ 862억원)이 투입됐으며, 상업시설은 오는 6월 완전히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의 역사는 철도박물관 등’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하에 환승광장을 신설,서울역과 지하철역을 연결시키고 있으며 역사 2층에 환승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연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민자역으로 확 바뀌는 용산역

용산 고속철 역사는 경부·호남선과 지하철 1·4·6호선 등 모두 9개 노선이 지나는 철도교통의 새로운 심장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9년 1월 현대역사㈜가 5073억원을 출자한 민자역사로 2005년 9월 완공예정이다. 그러나 역무시설은 고속철 개통에 맞춰 완공된다. 지하3층, 지상9층에 이르는 현대적 친환경 건물을 표방하고 있다. 아울러 주변의 벽산 메가트리움, 대우 트럼프월드3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이 늘면서 대규모 주상복합타운이 형성될 예정이다.

광명역사 99.6%의 공정률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다. 지하2층, 지상2층으로 건물 외관을 첨단 고속철의 이미지로 장식했다. 2008년까지 정부가 일직동과 소하동, 안양시 석수동, 박달동 등 일대 70만평을 종합환승센터 및 비즈니스·상업·주거기능이 복합된 역세권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교통요지로 발전이 기대된다. 현재 주변도로 및 광장 정비공사 등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다.
천안·아산역사 지난달 완공
역사 명칭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천안·아산역은 지하 1층, 지상4층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다. 역 설계 개념은 미래 호남고속철 분기점을 고려했으며, 역사 토목구조물로 인한 도시 양분화를 극복하기 위해 동서 관통로 8곳을 설치했다. 총사업비 644억원이 투입됐으며 8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달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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