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목사

아내들이 남편과 대화할 때, 보통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 말합니다. 상의해야 할 이야기조차도 잔소리처럼 하니까 그 이야기마저 남편들은 듣기 싫은 거지요.

잔소리할 때는 하더라도 "여보, 이제부터는 상의해야 할 이야기야"라고 구별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늘 똑같은 패턴으로 이야기하니까 아내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남편은 손을 휘저으며 “알았어,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해 버립니다. 잔소리가 싫어서 일단 피하고 보는 거지요.

그러면 아내는 '내 남편은 대화를 회피하는 사람'이라고 단정을 짓습니다.

아내가 잔소리하는 이유는 대개 남편이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보통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 과신하는 편입니다. 모르는 것도 안다고 생각하죠.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증상을 설명한 후에 의사나 약사 등의 전문가에게 처방을 받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내 몸은 내가 알아요”라며 대뜸 “주사 놔 주세요”, “이 약 주세요"라고 합니다.

증상을 말한 뒤 의사나 약사가 처방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지만 많은 경우 그냥 환자가 해 달라는 대로 해줍니다.

하지만 성깔 있는 의사를 만날 경우는 다르지요. "당신이 의사요? 환자는 증세만 말하세요. 처방은 제가 합니다."

남편들은 “세상에 우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가 어디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아내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평범한 아주머니지만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너는 장동건보다 100배는 잘생겼어”라고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거든요.

남자와 여자의 대화법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여자가 하는 말이 조금만 더 일목요연하면 5만 단어도 1만 단어로 줄일 수 있습니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말투성이입니다. 그걸 남편들이 끝까지 잘 들으려면 그야말로 인내가 필요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잘 들어 주기를 바라지만 남편들은 결론만 얘기해 주기를 원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얘기해 봐야 짜증만 납니다. 이때 아내들은 짜증 내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푸념으로 들어 넘기기에는 남자의 뇌 구조상 불가능합니다.

아내를 답답하게 하는 남편의 행동이 있습니다. 집안 형편도 모르고 돈으로 자존심을 세웠을 때라든지, 미리 말 안 하고 일 터지고 나서야 말할 때, 그리고 될 시켜도 몸은 꿈찍 안 하고 입만 움직일 때 등입니다.

반대로 남편을 답답하게 하는 아내의 행동도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었는데 상한 음식이 가득할 때, 쓸데없는 데 돈 쓰면서 항상 돈 없다고 할 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욕을 막 할 때 등입니다.

부부가 싸워서 한 달 동안 말 안 한 적이 있습니까? 저도 예전에는 아내와 싸우면 삐쳐서 별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먼저 아내에게 말을 겁니다.

살면서 아주 중요한 것을 하나 터득했거든요. 예전에 말을 안 하면 저는 편했어요. 하지만 제가 편한 만큼 아내는 힘들어했습니다. 그 힘듦이 느껴지면서 제가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기분 좋은 사람 수십 명이 달려든다고 하면 저는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할 수 있습니다. 화난 사람 단 한 명과 이야기하는 것이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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