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우)과 이장형 선생(좌)(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번 글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국국제학교 이장형 선생의 야구교본 기고문 2부를 전해드립니다.

2027년 8월. 만원관중이 자리한 고척 돔구장에서 한국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드림 올스타 선발투수로 등장한 베트남 Chien 선수가 상기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위해 겪어왔던 수많은 일들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축구에 미쳐 유년기를 보내던 그에게 학교에 도착한 야구배트와 글러브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 물건이었다. 베트남어로 된 야구교본 속의 모든 야구 동작들은 낯설음 그 자체였다. 먼지 날리는 맨땅에서 슬라이딩을 해대는 그의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열정이 느껴졌다. 야구공을 던지고 받고, 치는 기술들을 오래 익힌 노력의 결과 점점 운동기능이 숙달 단계에 이르기 시작했다. 각 성(成) 단위로 스포츠클럽 대회에서의 승리를 통해 스포츠의 내재적 목적인 신체적 쾌락을 경험하는 단계에 이르며 그는 야구의 진선미(眞善美)를 느끼고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2022년 3월 하노이에 국제경기가 가능한 정식 야구장이 개장했다. 개장 기념으로 치러지는 제2회 이만수배 유소년 야구대회에 참가해 많은 베트남 유소년 야구팀들과 경쟁을 하면서 한국 프로야구에 꼭 진출하리라는 열정과 포부를 키워나갔다.」

꿈같은 이야기다. 아니 꿈이다.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다고 단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필자가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체육교사로 야구부를 이끌며 베트남 클럽 야구팀과 교류하면서 베트남에서의 야구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베트남 야구선수들과 야구협회와 국가대표를 만들어 보자며 치기 어린 주장을 시작한 그날부터 늘 머릿속에 꿈꾸던 영화 같은 시나리오의 한 장면이다. 

이역만리 베트남에서 야구의 역사가 한국 야구와 이어지며 이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야구교본과 야구 동영상을 통해 시작된 대화를 통해 한국 야구의 다이내믹(Dynamic)이 그들의 삶 속에 문화가 되는 그 첫 단추를 꿰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는 것이 너무나 흔해 그것이 야구인지도 모르는 우리네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야구.

힘든 직장생활 후에 찾아오는 주말의 달콤한 휴식을 야구장에 나와 좌중간을 가르는 호쾌한 2루타를 치고, 야구배트와 공의 호쾌한 마찰음에 모든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우리.

가족과 직장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장한 야구 경기장에 들어서며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들과 나누는 음식과 치킨, 맥주 한 잔이 단합과 화목의 상징이 된 지금 우리네 일상.

10개 프로야구 구단의 시즌과 시즌 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 헤드라인이 되는 한국의 야구문화가 베트남에서 펼쳐지는 상상을 한다.

2020년 12월 16일. 베트남 야구협회 공식 창설. 

베트남 야구가 첫 걸음을 시작했다. 1999년 호치민의 한 대학에서 만들어진 베트남 최초의 야구팀을 시작으로 그들은 스스로 베트남 야구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과거와 지금이 공존하며 끝없는 대화 속에 이뤄진 뜻 깊은 일이다. 베트남의 짧은 야구 역사 속에 한국 야구인들이 베트남 야구의 가능성을 보고 달려왔던 노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4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1982년 3월 27일 대망의 한국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역사적인 첫 홈런을 기록한 헐크 이만수가 그들과 함께 서 있다. 헐크가 만들어낸 꿈같은 야구 이야기가 이제 베트남에서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았다.

헐크는 야구인으로 50년을 받아온 사랑을 이제 베트남에서 나눠주고 그들이 만들어 낼 기적 같은 행보에 동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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