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고독의 무게를 감당하며 미아로 떠도는 이들에게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저자 박노자 | 출판사 한겨례출판

[시사매거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과 고독, 불안은 일상의 풍경이 됐다. 

한국에서 소득 상위 1퍼센트는 가구당 평균 6.5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상위 10퍼센트는 전체 부동산의 절반을 소유하지만, 47퍼센트가 자신의 집 없이 떠돌고 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 20년 만에 신간 '미아' 돌아온 박노자(朴露子)는 한국을 '급(級)의 사회'로 규정한다. 어느 사회든 서열이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서열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제목처럼 스스로 집을 떠난 사람이 되어 2020년의 한국을 다시 사유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1장에서 저자는 먼저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본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한국에 귀화해 한국인이 되었지만, 노르웨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저자는 자신이 왜 탈로(脫露, 탈러시아)와 탈남(脫南)을 선택했는지 돌아보며, 자신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담담히 서술한다.

2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내밀한 곳, 즉 가족 질서의 실상을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를 '급의 사회'로 규정하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존엄할 권리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책의 4장에서는 역사적인 차원에서 한국 사회가 겪은 상처를 돌아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질투의 감정을 신자유주의와 연결하고, 전쟁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휘발유와 자동차에 비유하며, 풀어간다.

저자는 책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미아가 된 구성원들이 연대가 아닌 혐오로 고립을 벗어나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안전한 ‘집’을 짓자고 제안한다.

책은 오늘날 우리의 자리를 돌아보고, 우리 모두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을 '공감과 연대, 협력'을 통해 짓는 방법을 제시한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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