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윤 작가가 운영하는 ‘노 작가의 아지트’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노작가의 아지트' 전경(사진_노도윤 작가)

[시사매거진 270호] 중년 이후의 나이에 누군가와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면 신사동의 '노작가의 아지트'를 추천한다. ‘노작가의 아지트’는 40대부터 죽을 때까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누구나 다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테이블도 붙여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중년들의 ‘아지트’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여행 작가라고 하면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여행지의 느낌과 감성들을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어떤 작가는 현지의 날씨, 물가, 맛집 등을 전달하기도 하는데 저는 상황, 계절,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저의 느낌과 생각,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쪽에 가깝다. 여행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가치이자 활력소고 에너지다. 모든 사람이 기회만 된다면 빚을 내서라도 여행을 가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동기는

특별히 여행 작가가 되고 싶어 시작하지는 않았다. 여행지를 다니다 보면 글을 잘 쓰는 것과는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감히 상상하거나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런 모습을 대할 때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해보고 싶다’, ‘단어 하나로 적어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부터 메모를 하게 되고 그 느낌을 표현한 글들을 모아 놓다보니 여행 작가가 된 것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최고의 유적과 유물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안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그런 기쁨과 감정들을 메모를 통해 글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기록을 했고 그것을 엮어서 책으로 내게 되었다.

아프리카 말리를 방문했을 때 노도윤 작가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_노도윤 작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여행을 통해서 얻은 제 큰 삶의 변화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을 얻게 된 것이 여행의 큰 수확이다. 어렸을 때 나는 7남매 중에 막내로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였다.
여행 속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고, 납치를 당한 적도 있고 돈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 그 때마다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그 도움들을 갚고 싶지만,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갚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의 정기 고액후원자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서울지사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름을 바꾼 계기가 있는지

인생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이제 50 중반이 넘은 상황에서 내가 계획했던 또 다른 일을 해보자는 의미로 개명을 했다. 이제까지 ‘노미경’으로 살았다면, 앞으로의 삶은 ‘노도윤’으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내 다짐이자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

또 다른 계획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의 꿈은 ‘세계일주’였기 때문에 이미 이뤘다. 이제는 지구의 온난화를 막는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다. 30년 전에 가봤던 여행지를 얼마 전에 다시 방문했는데 환경이 너무 변했다. 환경은 자식 세대들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당장 1년 만에 빙하가 녹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는 걸 여행에서 느꼈다. 환경 문제에 대해 내가 직접 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을 이제는 스스로가 실천하면서 환경을 지키고 싶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제가 ‘세계 성문화와 성교육’이라는 강의를 하고 있는데 여성의 인권과 성(性)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하고자 하는 일 중의 하나다.

‘노작가의 아지트’는 어떤 의미인지

가게를 오픈한지 한 달 보름 정도 되었는데 ‘노작가의 아지트’는 제 꿈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는 이런 공간을 통해 만남과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어 만든 공간이다.
저희 집에 7년 동안 초대한 사람이 약 1500명 정도 된다. 주말마다 장을 보고 사람들을 초대했다. 특히 외로운 사람들, 삶이 힘든 사람들, 내 삶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마음껏 마시고 만약 외국에서 사온 술이 있으면 함께 나눠 먹었다. 내 이야기도 하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외로운 사람끼리 짝도 맺어주고 그랬다. 힘들고 삶에 지
친 사람들이 정말 삶을 끊고 싶었던 순간에 저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을 때는 정말 감동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초대를 하다가 집이 좁아지면서 그것을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계속 초대하고 함께 밥도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나누는 아지트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공간을 통해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 삶의 의욕도 재미도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노작가의 아지트'에 전시되어 있는 기념품들(사진_박희윤 기자)

프랑스의 살롱 문화처럼 편안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을 이룬 것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보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40-50대 이후 사람들이 누군가와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에 가기에는 부담스럽다. ‘노작가의 아지트’는 40대부터 죽을 때까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누구나 다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테이블도 붙여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중년들의 ‘아지트’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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