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同雨 시사매거진전북본부 논설실장/정치학박사

[시사매걱진] 전 세계가 코로나19 퇴치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한국은 공복(公僕)인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여야의 대리전도 점입가경이다.

“역겹다”, “더 역겹다”, “고삐 풀린 미친 말”, “미친 막말”, “지라시 버릇” 등 여야 할 것 없이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내면서 합리적인 논쟁은 사라지고 시정잡배 수준의 막말 공방만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자기 당 소속 의원들을 격려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일반인들이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추미애 장관 모습을 보면 너무너무 역겨워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도 곧 바로 대응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추 장관을 향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막말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연이은 ‘막말 대잔치’를 TV속에서 보시는 것이 국민 여러분께는 더 역겨울 것”이라며 “사람 된 도리로 최소한의 인격과 품격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어야 하는 국민들의 고통만 배가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작가 김훈이 “말(言)이 병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일갈했겠는가.

다행히 오늘(3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출한 ‘총장 직무정리 명령 집행정지’ 신청사건에 대한 법원의 심문절차가 진행되고 12월 2일(수)에는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열린다. 이른바 ‘추·윤 키킨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한 주가 시작되었다. 이 허망한 싸움의 결론이 어떻게든 곧 날 전망이다.

광복 이래 한국정치는 항상 보수와 진보로 나눠진다(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구별할 수도 없다). ‘보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30~1797)의 고향 유럽의 보수는 그 이념적 기초가 민족과 국가이익 우선이다. 따라서 외국에 대해서는 배타적이고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와 민족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한국의 보수는 어떤가. 우선 반공에 기초하여 반북(反北)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다. 친미성향이 강하며 항상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앞세운다. 세계화를 지향하며 민족주의를 국수주의로 여기고 이를 극히 경계한다.

반면 한국의 진보는 또 어떤가. 대게 유럽의 진보는 민족주의를 멀리하고 세계화를 지향한다. 국민과 국가공동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인권과 권리를 더 우선 시 하고, 국가와 민족보다 인류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보편적 인류애를 강조한다. 다만 한국의 진보는 반외세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다른 나라 진보와 차이가 있다.

문제는 한국의 보수나 진보는 전 세계의 일반적인 보수와 진보와는 거의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먼저 선진국이 된 나라는 국민 개개인 삶의 질이 향상되는 일이라면 보수 진보 구별 없이 정책을 제도화해서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영국에서 노동자에게 선거권을 주고 사회개혁 입법을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불리는 영국식 복지시스템을 완성한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9C 영국총리)와 사회주의 혁명 세력을 탄압하면서도 건강보험, 노령연금, 산업재해 보상금 등을 도입해 현대적 노동·의료 복지의 기틀을 마련한 ‘비스마르크’(Bismarck, 19C 독일재상)는 모두 대표적인 보수 우파 정치인이다. 미국의 노예해방도 보수주의자인 ‘링컨’(Lincoln, 제16대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갑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가 2016년 9월 19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현 미국대통령)가 자신들을 무차별 공격하자 한 말이다.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가 품격 있게 가자’는 말은 상식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비상식을 일상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말일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흙탕물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한 줄기 맑은 물과 자정(自淨)으로 맑아지듯이 ‘깨끗한 세상, 맑은 정치’를 향한 우리들의 소망까지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李同雨 전북본부 논설실장/정치학박사 samera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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