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기고] Baseball...야구...그리고, 「bóng chà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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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기고] Baseball...야구...그리고, 「bóng chày」
  • 편집국
  • 승인 2020.11.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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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좌)과 이장형 선생(우)(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우)과 이장형 선생(좌)(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이번에는 베트남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이장형 선생이 작성한 글을 소개해 드린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명문구를 남겼다.

베트남에서 야구를 전파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내 의식의 저 언저리에 있던 이 말을 다시 회자하게 되었다. 무려 100여 년을 훌쩍 거슬러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대학에서 축구와 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선교사 질레트가 가벼운 캐치볼을 시작한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정체모를 움직임에 관심을 가졌던 우리네 청년들은 이내 야구배트와 글러브를 쳐다보며 상스러운 물건으로 여기고 고개를 돌렸을 터이다.

고민에 빠진 질레트는 “Baseball"을 YMCA 청년들에게 소개하고 가르치기 위해 밤새 고민을 한다. 야구교본을 만들고 야구기능을 가르치기에 한참이다. 

드디어 1906년 최초의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 질레트와 선수들이 가졌을 긴장과 기쁨이 요즘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1920년 전조선야구대회가 펼쳐지고, 1924년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일본동경 구락부의 친선경기에 한국인 야구선수 이영민이 참가했다는 소식을 접한 질레트의 몸에는 기분 좋은 소름이 끼쳤을 것이다. 

한국에서 ‘야구’라는 단어가 사용된 지가 이제 한 세기를 넘어선 지금 동남아에서 전쟁의 아픔을 딛고 급속한 경제적 발전을 경험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bóng chày(야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야구’를 뜻하는 단어조차 없던 라오스에서 척박한 환경요인을 딛고 야구를 처음 가르치기 시작한 한국야구의 레전드 ‘헐크 이만수’가 이제 베트남에서 100여년 전의 역사를 거슬러 지금 서 있는 것이다.

베트남 야구교본 기획안(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베트남 야구교본 기획안(사진_헐크파운데이션)

11월 어느 날. 햇살이 모처럼 눈부신 하노이의 한 축구장, 비장한 각오로 운동장에 서 있는 3명의 야구선수들.

최초의 베트남어 야구교본을 만들어 베트남 전역에 보낸다는 거창한 베트남 야구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질레트의 캐치볼을 보며 신기해하던 YMCA 청년들과는 달리 스스로 야구를 익히고 즐겨온 이들이지만 아마 베트남 야구 역사의 시작을 그들의 손에서 만든다는 떨림과 뭔지 모를 자부심이 묻어나 있다.

과거 100여 년 전 한국에서 빨래방망이 같은 요상한 물건을 손에 들었던 우리네 선조들과 이억 만리 떨어진 베트남 이 땅까지 이어진 오랜 시간의 대화가 이제야 소통을 시작하게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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