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백색입자 독감백신, 안정성과 유효성에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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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269호] 최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가 잇따르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020년 9월 코로나19와 독감의 구분을 위해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확대 실시하기로 발표했다.

발표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9월21일, 22일부터로 예정됐던 겨울철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 계획이 백신 유통과정에서 관리상 문제점이 발견돼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야기됐다. 만 13~18세 아동·청소년 대상 공급 물량을 수송차량에 옮기는 과정에서 2~8도 유지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 품질 검증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서도 품질이 검증 된 경우에만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함과 동시에 문제의 백신을 전량 수거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정성 여부를 끝낸 뒤 순차적으로 접종을 재개한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우려를 잠재웠다.

올해 무료 독감백신 접종 대상자는 만 6개월 유아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과 임산부 그리고 만62세 이상의 고령층 등 모두 1900만 명이다.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무려 37프로에 이르고 있다.

문제가 발견된 백신은 22일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하려고 준비한 만 13~18세 아동·청소년 공급분 중 일부 물량이라고 밝혔지만, 전체 백신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상온노출, 백색입자…무엇이 문제인가

백신은 적정온도가 고온에서 유지될 경우 화학적 변화가 발생해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적정 온도보다 낮아 동결이 될 경우 다시 녹이면 침전물 형태가 발생해 주사기가 막히는 등 접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7일 설명자료를 통해 “잠시라도 2~8도를 벗어난 196회 운송에 해당되는 물량은 258만 2590도즈”라고 밝히며, 지난 6일 인플루엔자 백신 품질검사·현장조사 브리핑을 통해 각 회사가 제출한 차량 온도기록지를 검토한 결과 9월10~9월21일까지 1톤과 11톤 차량의 운송횟수는 총 391회라고 전했다. 잠시라도 2~8도를 벗어난 운송횟수가 196회인 것이다.

정부는 백신 상온 노출 신고가 접수된 539만 도즈의 백신 중 48만 도즈를 수거하기로 했다. 품질에 우려 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고 품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 및 전문가 회의를 거쳐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부 백신 약 48도즈에 대해 수거조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상온에 노출돼 접종을 중단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중 105명이 정부 접종 중단 요청 이전에 접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달계약업체를 통해 9월21일까지 공급된 백신 인플루엔자 물량은 1259만 명분 중 46%인 578만 명분이며 전국 256개 보건소와 1만8101개 의료기관에 공급됐다. (그래픽_뉴시스)

또 식약처는 6일 영덕군 보건소로부터 제품 안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아, 이후 긴급 수거・검사, 제조사에 대한 현장 조사, 콜드체인 분석, 전문가 자문, 관련 제품 추가 수거 검사를 실시했다. 수거・검사 결과 해당 백신에서 백색입자가 확인됐다.

백색 입자의 성분은 단백질 99.7%, 실리콘 오일 0.3%로 확인됐다. 식약처와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백색 입자는 백신의 구성 성분, 주사기 제조방법 등의 차이로 흡착・응집의 양상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중 시간이 경과하면서 입자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색 입자는 항원단백질 응집체로 보이며 주사부위 통증・염증 등 국소작용 외에 안전성 우려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이후 9일 한국백신이 제조한 독감 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일부에서 항원 단백질 응집체로 보이는 백색 입자가 발견되며 해당 제품 61만 5000개를 제조사가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트윈데믹, 독감포비아→독감 예방접종포비아

코로나19와 독감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감예방접종 수요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 보도가 잇따르자 시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9월 14일 인천의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접종 한 17세 남자가 접종 이틀만인 16일에 사망했다고 발표되었으며, 전북 고창의 78세 여성과 대전의 83세 남성 등 세 명이 백신 접종 이후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78세 여성은 19일 오전 9시쯤 전북 고창군 상하면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이튿날 오전 7시쯤 숨진 채 발견됐으며, 대전 83세 남성은 20일 오전 10시쯤 백신을 맞고 같은 날 오후 3시쯤 숨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10년 전에 대장암과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경북과 경남의 백신접종자도 사망하는 등 사망자 집계가 점차 늘어 26일 00시 기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신고 된 사람이 59명으로 늘었다.

이 중 46명의 사인은 독감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59명 가운데 46명은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25일 사망자 20명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모두 심혈관계 질환 등의 기저질환이나 대동맥 박리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23일 질병관리청의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후 중증 이상 반응 신고 사례’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는 36명이다. 이후 26일 00시 기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사람이 59명으로 늘었다. (그래픽_뉴시스)

유료백신 vs 무료백신

하지만 이 같은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자 무료백신에 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맘카페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내산이 아닌 유료백신을 접종하자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무료접종 받아 사망하는 경우가 생긴 백신의 경우 국내산이라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은 병원에 해외산 백신여부를 묻고 백신접종을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유료 독감백신의 접종비는 약 3만 5000원에서 4만 원 수준이다. 이번에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이상반응 내용이 신고 된 건수는 지난 23일 기준 1154건이다. 무료접종이 848건, 유료접종은 306건이다. 증상별로는 알레르기 반응 245건, 발열 204건, 국소 반응 177건, 기타 480건이다. 나머지 48건은 접종 후 사망했다고 보고됐다.

현재 접종 된 이 백신은 한번은 접종으로 네 종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으로 기존의 세 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3가 백신’에서 진일보한 차세대 백신이며 2012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등은 4가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는 백신이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노피 메드이뮨 등 3개 회사만 제품을 내놓은 최신 백신이며 국내업체로는 녹십자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제약업체로는 최초로 4가 독감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2015년 11월 26일 발표했으며, SK케미칼도 2015년 12월 4가 백신인 ‘스카이셀플루(SKYCellfluQuadrivalent)’에 대한 허가를 획득하고 2016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국내에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회사는 국내8개사, 해외 2개사 총 10개사이다. 이 중, 국내에서는 녹십자, 일양약품, SK바이오사이먼스만 독감 백신을 자체 개발 및 생산을 하고 있고, 나머지 5개사는 일종의 ‘반제품’인 독감 백신 원액을 공급받아 사용 중이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쓰이는 무료독감 백신과 일반 병원으로 공급되는 ‘유료’ 독감 백신은 동일한 제품이다. 병원마다 공급받는 제약사가 다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무료 및 유료 백신 제품의 차이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무료 예방 접종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영유아 백신 부족.. 품귀현상

정부가 독감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일정대로 추진키로 했지만 물량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무료접종의 경우 어린이 예방접종사업 의료기관으로 지정 된 전국 총 10,200개소 병원 및 의원의 백신 물량 품귀현상마저 일어나는 등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용 독감 백신은 1차적으로 병원에서 선 구매 후 접종하고 그후 정부가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미 대부분의 병원 및 의원에서 구매 한 백신의 상당수가 소진되었다. 이 때문에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고 싶어도 접종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른 조치로 질병관리청은 만 13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용으로 공급한 무료 독감 백신 중 최대 15퍼센트 이내를 어린이용 독감 백신으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인원으로 따지자면 약 35만 명분 정도를 어린이용 독감 백신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청소년용 독감 백신을 보유한 병원 및 의원들이 15퍼센트 내에서 전용 가능한 물량 비율을 결정하기에 어린이용 독감 백신으로 전용하는 백신 총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발생 된 독감 물량 부족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라는 의견이 많다.

청소년용 독감 백신과 어르신 분들 독감 백신의 경우 정부에서 현물로 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고, 목적에 맞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 12살 이하 어린이용 독감 백신은 의료기관이 유통업체로부터 자체 구매한 뒤 정부가 가격을 보상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와 공급의 예측이 불가능한 구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만 12세 이하 어린이(1회 접종자)의 백신 접종률은 27일 0시 기준 71.1%로 전날(70.8%)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부터 무료 접종을 시작한 만 12세 이하(1회 접종자)의 경우 올해 무료 대상자는 478만 820명으로 해당 일까지 229만 8813명이 접종해 71% 가량이 접종을 마쳤다.

예년 접종률이 80%를 상회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80만 명 이상이 대기수요로 남은 셈이지만 현장에서는 백신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19와의 구별성을 위해 예방 접종을 하려는 수요가 몰리면 더 많은 물량이 부족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세종시의 한 병원을 찾아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_뉴시스)

해마다 이뤄진 독감 예방접종이건만 코로나19와 상온노출 사고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련의 사태는 준비과정부터 실시까지 많은 부족함을 실감케 하고 있다. 또 그간 독감 백신의 부작용 역시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독감예방접종 포비아에 한몫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당국의 수습과 대처, 그리고 어떻게 국민 납득을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건 기자 dikihi@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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