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같은 왕실, 그 안에서 자신의 것을 지켜야 했던 왕비

왕비의 삶으로 들여다본 조선의 역사

저자 신병주 | 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

[시사매거진] 일반적으로 '왕비'라고 하면 부와 권력이 보장된 내명부의 수장으로써, 고고하고 명예로운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왕비의 인생은 화려하다기보다는 살얼음판 같았다. 왕비는 세자 출산 여부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으며,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에 휩쓸리면서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다.

책 ‘왕비로 산다는 것’은 왕비의 삶이 고달팠던 이유에 대해, 왕위 계승을 둘러싼 정치적 변수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정통성 있는 장자가 아닌 이가 왕이 되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왕비가 되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10세 전후의 나이에 삼간택의 과정을 거쳐, 세자빈으로 간택된 후 세자가 왕이 되면 왕비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에 27명의 왕이 재위했는데, 정작 이 코스를 거쳐 왕비가 된 인물은 6명 정도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왕비들의 삶은 왕권과 신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요동치는 정국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답답한 구중궁궐에서 주어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야 했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역할을 쟁취하기도 했다.
 
저자는 조선시대 최고 전문가인 신병주 교수로, 왕실을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신변의 변화를 겪으며 고군분투해야 했던 43명의 왕비들과 그들의 삶을 통해 조선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들여다본다.

같은 조선시대 역사라도, 왕비를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측면이 보인다. 책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정설과 팩트에 근거하여 왕비를 다룸으로써 그녀들의 실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 등 사극의 대부분이 궁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사소한 배경과 인물 관계도, 명칭까지 이 책을 읽으면 이해가 쉽다. 크고 작은 작품 속 인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관계도가 일목요연하게 재정리된다.

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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