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5, 정읍 연지아트홀 전시실

정운광 작 '수줍음(oil on canvas 60.5×50cm)' 2020. 05, (사진_이용찬).

[시사매거진/전북]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5일 연속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속 103명→125명→113명→127명→124명 등 5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밝힌 가운데, 힘겨운 팬데믹(Pandemic) 상황을 위로하듯 오랜만에 신선한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전시가 마련돼 화제다.

정운광 작 '바람(oil on canvas 45×65cm)' 2020. 06, (사진_이용찬).

서양화가 정운광 작가가 10여 년 만에 개최한 개인전 ‘오지게 핀 서정성’전이 지난 1일, 정읍시 연지아트홀 전시실에서 개막됐다. 이번 개인전에는 정 작가가 2020년 초부터 완성한 마티에르(Matiere) 기법의 구상과 비구상 처녀작 25점이 걸렸다.

정운광 작 '카라 꽃을 든 여인(oil on canvas 61×91cm)' 2020. 06, (사진_이용찬)

캔버스 위에 직물과 나뭇잎, 두텁게 덧씌운 물감 등 다양한 오브제(Objet)를 이용한 가벼운 것 같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진지한 서정성을 보여준다. 정운광 작가의 유화 작품은 매우 화려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색감을 쫓다 보면 자연 그 신비로움에 자연스럽게 매료되고 만다.

마티에르 기법을 통해서 어쩌면 강렬하게, 더욱 시선을 끄는 색채를 따라가다 보면, 무지갯빛으로 바뀌는 이미지 들은 때로, 화면 앞에서 옆으로, 혹은 밑에서 위로, 더는 반대쪽 편에서 곁눈질로 작품을 돌려보며 바라보게 만드는 이미지 배열로 이어진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숙련된 작가의 숨은 작품 창작 배경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진저리를 치기도 한다.

정운광 작가는 지난 1990년대 미대 졸업 후, 프랑스 파리에서 서구의 현대미술 기법을 익혔고, 유학을 다녀와 현재의 정읍시 서영여자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해 오면서도 지난 30여 년 동안 한 번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창작을 위한 새로운 작업에 매진해 왔다.

정운광 작 '나른한 오후(oil on canvas 40×90cm)', 2020. 08.(사진_이용찬).

그래서일까? 그의 모든 작품에는 시선을 끄는 하나의 색채나 강렬한 문양, 혹은 짙은 어둠과 밝음이 교차해 있다. 그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찐득한 물감을 나이프로 쌓고 또 쌓았다가 그가 원하는 만큼 조금씩 긁어가다 이것을 잇는 암시적인 붓칠과 도형, 기호, 모형 등으로 완성하는 기법으로, 이것은 그가 즐기는 마티에르 기법이기도 하다.

정운광 작 '제비꽃 당신(oil on canvas 90×90cm)', 2020. 06. (사진_이용찬)

그런가 하면, 선명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정물화와 만나기도 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서정성 짙은 초상화와 마주치기도 한다. 그야말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지게 핀 서정성 가득한, 전시다. 어쩌면 정운광의 전시는 관람 시간 내내 직면한 코로나19 상황을 까마득히 잊게 하는 전시이자, 까마득히 잊고 있던 아련한 서정성을 다시금 만끽할 수 있는 전시다.

정운광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본래 지난 10월 초 개관 예정이었지만, 엄중한 코로나 상황 속에서 11월로 1개월 미뤄져 개관됐다. 대신 월요일 휴관 없이 오는 15일 오후 6시까지 쉼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정운광 작 '키스(oil on canvas 91.5×91.5cm)', 2020. 06.(사진_이용찬).

정운광 작가는 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관람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맨 나중에 만나게 되는 작품 ‘제비꽃 당신’과 ‘나른한 오후’ 작품은 아내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며, “특히 ‘제비꽃 당신’은 당신만을 생각하고 순수한 사랑을 담는다는 뜻으로 아내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1일, 정읍시 연지아트홀 전시실에서 만나 정운광 작가(사진_정운광).

한편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미술평론가이자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문리는 “정운광의 회화는 지극히 감각적이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울림을 준다”면서 “거듭 쓴 양피지처럼 끊임없이 감각을 유지하며 색채와 이미지들을 중첩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축적된 탄탄한 기량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런 강렬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용찬 기자 chans0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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