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거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사는 것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전셋값도 집값도 무섭게 오르고 있으니 평범한 청년들에게 서울에 거주하는 것은 점점 꿈같은 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이곳저곳에 안 쓰이는 자투리 공간들을 이용해서 집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러한 생각을 주제로 ‘집’이라는 공간을 표현한 흥미로운 전시가 있다.

10월 15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익선동 야외 3곳에서 열리고 있는 박진희 작가의 ‘서울에서 거주하기’ 전시는 우리가 현시대에 집을 ‘소비’하는 형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익선동의 낡고 낮은 건물들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좁은 골목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거주만을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침대, 화장실, 식탁은 언뜻 보면 급조된 듯 조약해 보이지만 독창적인 재료와 색감 때문에 볼수록 흥미롭다. 특히 작품들이 설치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조금만 튀도록 제작된 것을 보면 작가의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박진희 작가는 “새로운 거주 형태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소개해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관객은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의문과 함께 현 상황을 비판하고자 했다.”라며 이번 전시를 설명했다.

건국 대학교 공예, 산업 디자인을 복수 전공한 후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Design Interactions 석사를 졸업한 그녀는 주로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주목하여 그 현상이 지속되었을 때 일어날 법한 가상의 사회 또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디자인적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임지훈 기자 cjs1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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