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고도(孤島) 아따우루서 코로나19 긴급지원 및 관정개발 박차

제주의 비영리민간단체 ‘글로벌이너피스’ (대표 강경희) 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손잡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티모르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지원에 나섰다.

동티모르와 제주는 지리적으로 섬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1년 동티모르가 겪었던 ‘산타크루스 대학살(Santa Cruz massacre)’ 사건은 과거 제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역사인 4․3사건을 연상케 한다. 

글로벌이너피스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특별자치도의 동티모르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위탁 받아 ‘동티모르 우정의 숲 조성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3년 동안 동티모르ODA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글로벌이너피스는 현지인들의 당면 과제와 구체적 요구를 충족해야할 필요성을 체감했고, 향후 장기적인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2019년에 ‘글로벌이너피스 동티모르 지부’(지부장 신은경)를 설립했다.

현재 글로벌이너피스 제주본부와 동티모르 지부는 코이카의 ‘2020년 시민사회협력을 통한 개도국 코로나19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 8월부터 동티모르에서 취약계층 긴급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이너피스의 사업 대상지는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 주에 속해 있는 섬 아따우루(Atauro Island)이다. 

아따우루 섬은 딜리로부터 약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고, 딜리에서 3시간가량 배를 타고 가야 진입할 수 있는 지리적 접근성이 취약한 곳이다.

아따우루 섬은 기반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지만 2016년 국제보호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로부터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평가되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주말마다 찾는 관광지이자 휴식의 장소가 되었다.

<딜리 주 아따우루 섬>

그러나 올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운송이 제한되자 ‘군소도서국의 부속 섬’인 아따우루는 다른 지역들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동티모르 정부가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아따우루 섬은 3개월 동안이나 고립되었다.

이로 인해 섬 주민들은 심각한 식량 및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 처했고, 기존의 고질적인 영유아 영양결핍 문제 또한 더욱 악화일로에 놓이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이너피스는 아따우루 섬의 군수와 5개 마을(Biqueli, Beloi, Vila, Maquili, Macadade) 면장들과의 협의 하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식료품 지원, 영유아에 대한 영양보충식 지원, 기존의 노후관정 보수 지원, 신규관정 개발, 영유아 양육 가정 대상 정수기 보급 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제주는 군소도서지역으로서의 지리적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등 다양한 기획을 추진해왔다.

일례로 2005년에 지정된 ‘세계평화의 섬’은 제주의 전통적인 ‘삼무(三無) 정신’을 계승하고, 제주4․3사건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탈냉전 후 평화 정착을 위한 정상외교 경험을 이어받는다는 기획으로 마련되었다.

2012년 들어 제주특별자치도는 평화 확산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제주의 역할을 기대하며 그 해를 ‘국제개발협력 원년의 해’로 선언하였다.

지난 8월 14일부터 시작되어 올 12월 말에 완료되는 글로벌이너피스의 아따우루 섬 지원 사업은 현재까지 현지 수요조사와 사전설문조사, 긴급 식료품 운송 및 소포장 작업, 노후관정들의 수질 및 이용 실태 파악, 신규관정 개발 부지 확보, 영유아 양육 가정에 공급할 정수기 구매 등을 완료한 상태이다.

향후 취약가정에 대한 긴급 식료품 전달, 노후관정 보수 및 신규관정 개발, 영유아 양육 가정에 대한 정수기 전달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동티모르는 제주와의 지리적 공통점과 역사적 유사성이 크다는 점이 반영되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첫 번째 ODA 협력국가로 공식 선정된 나라이다.

동티모르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ODA는 ‘국제개발협력 원년의 해’를 선언한 직후인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시행되어왔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 7주년을 맞아 시작된 제주특별자치도의 동티모르ODA 사업은 제주가 정립하고 표방해온 평화 가치의 세계적 확산에 있어 선도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이너피스의 아따우루 섬 코로나19 긴급지원 사업도 큰 틀에서는 제주의 ‘평화 가치’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다.

제주가 추구하는 평화 가치가 ‘전쟁과 폭력이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평화를 넘어서 ‘인간의 욕구와 정의가 실현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상태’라는 적극적 평화 또는 확장된 평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글로벌이너피스의 해외사업이 향후 군소도서지역들과의 개발협력과 평화 증진에 자그마한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경희 글로벌이너피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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