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세계 와인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포도 재배 최적의 환경에서 선진기술 도입 한창 …알마비바·돈 멜초 등 ‘명품’양산
칠레는 우리나라의 정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다. 비행기로 30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그 거리만큼이나 아직까지 칠레라는 나라는 낯설다. 아옌데나 피노체트 등 몇몇 정치인의 이름을 제외하면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는 편이다.
칠레의 국토는 폭이 좁고 (평균 170km)태평양 연안을 따라 4,300km가 넘게 길게 내려오는데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북부는 약 26만 평방 킬로미터의 아타카마 사막과 산지로 구성되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건조 지대이다. 이 지역은 동식물이 거의 살지 못한다. 중부는 높은 산들이 솟아 있는 안데스산맥과 태평양 연안에 있는 산맥이 있으며 이 사이에 중부 협곡 지대가 펼쳐진다. 이곳은 기후가 온난하고 강수량이 적당하여 토양도 비옥하다. 칠레가 인구의 75%가 이 지역에 거주한다. 남부는 울창한 산림과 호수로 덮여 있으며 경승지가 많다. 칠레는 환태평양 조산대이므로 지진 다발 지역에 속한다. 총인구의 90%이상이 백인계이며 독일계 비율이 다른 남미 국가보다 매우 높다. 또한 스페인계와 원주민의 혼혈인 아라우칸 인디오와의 혼혈인 메스티조도 적지않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와 유럽풍의 전통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로에는 현대, 대우 기아 등 국산 자동차들이 널려있고, 삼성, 엘지 등 우리나라 가전제품 하나 정도는 어는 집이나 있다고 한다. 거리를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건 광고 간판들이 흔하다 싶을 정도로 눈에 띈다.
칠레는 아직도 1차 산업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주요 수출품은 농수산물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칠레산 홍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양국간의 무역관계는 가까운 사이다. 1차 산업에 의존하던 칠레는 다른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와인 산업이다. 미국시장에서 칠레산 포도주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상승 중이며, 일본의 중저가 와인 시장도 칠레 와인이 잠식한 지 오래다. 요즘은 유럽 시장으로 시장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와인 숍에서도 저렴한 가격의 칠레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칠레 와인은 세계 어느 나라의 와인보다도 싼 편이다. 하지만 단순히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없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싸구려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칠레 와인 업계는 품질 향상에 치중하면서 점점더 나은 와인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요즘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칠레 와인은 과연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싸고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일까. 칠레의 와인 산지들을 찾아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라펠 등 센트럴 밸리가 주요산지
칠레의 주요 와인 산지는 산티아고에서 가까운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북으로 100km내외, 남으로 300km이내의 지역에서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들이 생산된다. 주요 와인 산지로는 북쪽의 아콩카과 밸리(Aconcagua Valley)부터 카사블랑카(Casablanca), 마이포(Maipo), 라펠(Rapel), 큐리코(Curico), 마울레(Maule), 이타타(Itata), 비오비오(Bio-Bio), 벨리 등이 꼽힌다. 이중 라펠, 큐리코, 마울레밸리를 흔히 센트럴 밸리로 통칭하기도 한다.
포도가 잘 자라려면 몇 가지 기후적 특성을 지녀야 한다. 일조량이 넉넉해야 하며 비가 적게 내려야 한다. 날씨가 온화한 칠레의 기후는 포도가 자라기에 적합하다.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와인 산지들을 보면 배산임수 지역인 경우가 많다. 칠레의 서쪽에는 남태평양이, 동쪽에는 안데스산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조성되는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포도의 생장을 돕고 와인 맛에 깊이를 불어넣는다.
광할한 대지, 저렴한 노동력도 싸고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요소다. 남아메리카는 플랜테이션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수확되는 많은 양의 포도는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면서 품질이 유지된다. 칠레의 포도밭들은 넓다. 넓은 평지에 광활한 포도원들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평지에 위치한 포도원에서는 맛이 평이한 와인들이 생산된다. 아직까지도 칠레와인이 싸다는 인식이 강한 이유는 넓은 포도밭에서 와인을 대량생산해 온 탓 때문이기도 하다.
칠레의 여러 와이너리(Winery·와인 양조장)들은 프랑스의 양조기술자들을 초빙해 선진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그에 따른 결과로 프리미엄 와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칠레 최대의 와인회사인 콘차이토로와 보르도의 특등급 와인 샤또 무똥 로쉴드를 생산하는 바론 필립로쉴드가 제휴해서 만든 알마비바는 1996년 첫 선을 보였다.

전체 생산량의 90%이상 해외 수출
칠레에는 100여곳의 대형 와이너리들이 있다. 그중 몬테스는 최근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와인이다. 전체 생산량의 90%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탓에 칠레보다는 오히려 우리나라 일본에서 훨씬 더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몬테스 와인의 라벨을 보면 산들이 첩첩하게 늘어서 있는걸 볼 수 있다. 칠레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안데스산맥이 라벨 안에 담겨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포도 수확은 3월 초에 시작된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에 달린 포도의 수량을 조절해 주는 게 필요하다. 와인을 만들 포도에 제대로 영양분이 가게 하기 위해서 포도송이를 골라내는 것이다.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 적당량의 포도가 있어야 와인은 제맛을 낸다. 큐리코의 밭에서는 적포도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청포도인 세도네이 품종 두 가지를 재배한다. 포도의 품질이 좋아서 여기서 생산되는 포도로 몬테스 사를 대표하는 고급 와인 몬테스 알파를 만든다.
아팔타지역은 최근 고급와인 생산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포도 성장에 좋은 배경이 되는 언덕을 뒤로 한 지형과 미세한 기후대가 좋다고 한다.
칠레에는 신진 와인 회사들만 있는 건 아니다. 칠레는 1800년대부터 와인을 만들어온 나라다. 칠레에는 100여년 이상의 전통을 지니 와인 회사들이 여러 개 있다. 콘차이토로, 쿠시뇨마쿨, 운드르라가 같은 회사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칠레 와인의 전통을 다져온 곳들이다. 이 와인 회사들은 대부분 마이포 밸리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 와인의 세계 48위 수입국이다. 아직까지 칠레 와인에서 우리나라가 점하는 위치는 그다지 크지않다. 하지만 칠레의 와인 수출은 중저가 와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 칠레 와인의 수출 금액은 무려 4억 달러에 이른다. 농수산물만 팔던 시절에서 와인이란 부가가치 높은 수출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성장의 중심에 바로 와인이 있다. 오늘도 칠레의 ‘와인쟁이’들은 한 병의 와인이라도 더 팔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국내의 칠레 와인들
몬테스(Vina Montes)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칠레 와인 중 하나. 강한맛과 섬세함이 어우러진 우아한 와인이다. 레드 와인은 카메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가 들어와 있다. 국내 와인 매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칠레와인 중 하나가 몬테스 알파 1997년산 이다. 맛이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경제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콘차이 토로(Vina Conchay Toro)
칠레에서 가장 큰 와인 회사로 칠레 최고의 생산량과 수출량을 자랑한다. 미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으며 다양한 등급의 와인들이 들어와 있다. 알바비초는 초특급 칠레 와인의 상징적인 제품이다. 콘차이 토로에서 생산하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네임 밸류로 잡리잡고 있다. 돈 멜초는 콘차이 토로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와인으로 듬직함과 섬세함이 잘 어우러진 레드 와인이다. 라벨에 있는 문은 실제로 콘차이 토로 와이너리의 정문이기도 하다.
에라주리즈(Vina Errazuriz) 세냐는 칠레 와인 업계 최초로 외국 기술과 제휴해서 만든 고급 와인이다. 로버트 몬다비와 에두아르도 채드윅이라는 미국과 칠레의 대표 주자들이 합작해 만들었다. 세냐는 균형이 잘 잡힌 맛과 부드럽고 달콤한 끝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세냐라는 고급 브랜드와 함께 저렴한 가격대의 칼리테라와인도 동시에 출시한다.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와 소비뇽 블랑이 들어와 있는데 칠레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 품종 중 하나가 신선하면서도 상큼한 맛이나는 소비뇽 블랑이다.


산타 헬레나(Santa Helena) 산타

헬레나는 산페트도에서 생산하는 브랜드 이름이다. 산페드로의 최고급 와인으로 카보 드 호르노스가 꼽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고 있다. 대신 대중적인 산타 헬레나 와인 네 가지가 들어와 있다. 산타 헬레나 셀렉션과 그랑 비노의 두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둘다 레드 와인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화이트 와인으로는 세도네이가 있다. 맛은 부담 없이 무난하고 약간 달콤한 여운이 남는 칠레와인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쿠시뇨 마쿨(Vina Cousino Macul)

가장 전통적인 칠레 와인중 하나로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쿠시뇨 마쿨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와인은 피니스 테라에, 그 아래로 안티구아 리제르바 등이 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의 조합이 구조적으로 잘 짜여져 있다. 고전적인 보르도 스타일의 묵직한 맛이 나는 피니스 테라에는 양고기처럼 무거운 육질의 음식에 잘 어울린다.

라 호야(La Joya)

비냐 비스퀘트에서 내놓는 가장 대표적인 와인이 라 호야다. 라호야 카베르네 소비뇽은 가볍게 마시기에 무난한 부드러운 맛이다. 평균 수명 30년정도의 포도원에서 생산하는 비냐 비스퀘트 최고의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면서도 메를로에 버금갈 정도로 부드럽고 우아한 맛이난다. 레드 와인은 고기에 잘 어룰린다는 고정 관념을 벗어나 기름기가 있는 참치나 새치 종류의 생선과도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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