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우울’ 경험 16.9p 급증…정신과 문의 4배 급증

[시사매거진268호]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적색불이 켜지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불안함과 고립감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 모임 등에 제한이 생길 뿐만 아니라 실직, 폐업 등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에 코로나블루(Blue·우울)’를 넘어 코로나레드(Red·분노)’로 번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블루는 감염병 확산에 의한 사회 활동 제약으로 부정적 감정을 호소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정부는 코로나우울에 새로운 질병분류코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각 지자체들에서도 정신상담을 지원하는 등 코로나우울로 인해 지쳐가는 이들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등의 강구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_뉴시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비대면 알바채용 바로면접 알바콜이 지난 4월과 6, 93회에 걸쳐 코로나우울 추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우울(코로나블루) 경험비율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기간인 지난 4월에 실시한 조사결과는 54.7%, ‘생활방역 전환 이후인 지난 6월 실시한 조사결과는 69.2%, 9수도권 2.5단계중 실시한 조사결과는 71.6%로 각각 집계됐다.

거리두기 추이별 우울감 수치도 0점부터 100점까지 10점 단위 척도로 매우 그렇다100, ‘전혀 그렇지 않다0점에 가깝게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의 우울감 수치는 49.1, 생활방역 기간 이후에는 53.3, 그리고 9월 현재 우울감 수치는 67.2점으로 집계됐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코로나우울도 심해지는 느낌을 받으셨습니까?’라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월에는 89.6%, 990.4%에 달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변화에 따라 코로나 우울 증상도 달라졌다. 지난 4월 조사결과 코로나우울 증상 1위에는 외출자제로 인한 답답함 및 지루함’(22.9%)6월에는 일자리 감소채용 중단 등으로 인한 불안감’(16.5%) 줄어드는 소득으로 인한 우울감’(13.9%)1,2위에 꼽혔었다. 서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체감되고, 실제 소득 또한 줄어들어 불안하고 우울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 97일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첫 번째 설문조사에서는 시민들이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됐다(55.0%),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50.9%),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낌(39.3%), 실제로 우울감을 느낌(38.4%)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_뉴시스)

코로나우울정신과 문의 4배 급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98일 교회와 집회로 시작된 지난달 재확산 이후 코로나 우울로 인한 정신건강 관련 정보 문의가 4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심리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1.8배 늘었다. 수도권 중심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8143085건이었던 정신건강 관련 정보 제공 건수는 같은 달 206244, 261193건으로 늘어나더니 21일 만인 이달 4일에는 12300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코로나우울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우울을 정식 질병으로 인정해 질병 분류 통계에 넣을지 여부를 전문가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진 학교생활에 학생들도 코로나우울심각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또래와도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비대면·격주 등교 등 달라진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이 지난 529일부터 614일까지 총 82개교 중고등학생 81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신건강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는 답변이 7.4%로 코로나19 이전 3.9%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16%는 코로나19견디기 힘든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는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77.9%였지만 이후 비일상적인 경험이 57.1%로 가장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의 변화가 청소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가족 간의 갈등도 35%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휴대전화나 게임 등으로 부모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40대 주부 김모 씨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다툼이 잦아져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워킹맘인 김씨는 등교일 외에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아이와 다투게 된다고 했다.

김혜영 대구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올해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내재됐던 가정 내 문제들과 엮여 여러 형태로 분출되는 양상을 보인다. 아이 학대와 부부 폭력 등 가정 내 갈등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청소년의 경우 신체 활동도 불충분하고 분출할 곳도 마땅치 않다. 부모 역시 양육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정부와 교육기관에서 온라인 심리 상담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또래와도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비대면·격주 등교 등 달라진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_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한 자살 증가 영향 있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 및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될 수 있고, 자살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과거 감염병 유행 시기별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를 보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399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창궐했던 시기인 20095~20103월 자살사망자 수는 1364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155~12월에는 88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각각 늘었었다.

사스 때에는 2002~2003년 카드대란, 신종인플루엔자 시기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쳐 사회·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지만 감염병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염민섭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살위험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종 긴급 민생·경제 지원과 함께 적극적 심리방역 및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 29일부터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관계부처와 함께 심리상담 및 휴식‧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사진_뉴시스)

지자체 코로나 우울 극복에 나서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우울현상이 확산되면서 지자체 내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광주시는 지난 318일부터 지난 920일까지 코로나19 심리지원단과 자치구 심리지원반과의 전화·대면을 통한 심리 상담을 9452건 실시했다.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의 경우 지역사회 정신건강전문의로 구성된 마음건강주치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광주시는 심리상담 서비스 등 심리지원 외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마음회복과 일상생활 복귀를 돕기 위한 생활 속 심리방역 추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천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다툼이 잦아져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워킹맘인 김 씨 역시 등교일 외에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아이와 다투게 된다고 했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심리방역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내 위(WEE)클래스나 교육지원청 위센터, 병원 위센터 등을 통해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담임교사가 요청하거나 학생이 직접 요청하면 된다.

서울시는 마음이 힘든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음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92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우울 극복을 위해 전문적인 검진이 필요한 시민에게 마음건강검진과 상담지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시의 마음건강검진 및 상담지원은 만 19세 이상의 서울시민에게 정신의료기관의 검진과 상담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202개소의 서울시 정신의료기관이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난 3월 발족한 서울시 코비드19)COVID19) 심리지원단은 가을 마음처방전 등 코로나우울 심리지원을 위한 콘텐츠를 지속·배포하고 있다.

 

정부, 심리방역 추진에 박차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이른바 코로나 우울현상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자살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29일부터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관계부처와 함께 심리상담 및 휴식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18일까지 실시한 심리삼당 건수는 499000건에 달한다. 심리방역은 정신건강 자가검진과 24시간 심리상담 강화,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마음건강주치의무료연계 지원, 코로나 우울 극복을 위한 대시민 실천 캠페인 전개 등이다.

행정안전부(재난심리회복지원단)와 교육부(Wee센터) 등 각 부처와 민간단체에서도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우울을 겪는 일반 국민의 상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518일부터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내에 심리지원반을 설치·운영 중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국립정신의료기관에서 확진자와 그 가족 등에게 심리상담에 대해 안내하고 상담 동의자에게 상담해주는 식이다.

대국민 마음건강지침을 배포하고 심리 안정을 돕기 위한 반려식물 보급과 실내 정원(스마트가든)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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