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환 칼럼] 오페라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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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환 칼럼] 오페라는 계속되어야 한다
  • 편집국
  • 승인 2020.10.0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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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안지환

[시사매거진268호] 이미 2500년 전에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는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말했다.

운명은 인간의 의지와 반대로 간다라고 ...

올 초에 기획하고 공연장을 예약할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끌지는 몰랐다. 바이러스는 더운 여름이 오면 사라진다는 말도 들렸다. 그래서 8월 말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필자가 단장으로 있는 그랜드오페라단의 올댓 푸치니갈라 콘서트 공연은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봄에 공연을 즐기지 못한 클래식 애호가들 덕분에 여름이 끝날 무렵에 입장권도 더 잘 팔릴 거라는 계산도 없지는 않았다.

올댓 푸치니공연 당일은 2.5단계의 방역지침이 내려온 시점이라 공연 당일 송파구청의 방역 점검이 시행되었다. 오페라단은 롯데콘서트홀과 협력하여 좌석 띄어 앉기와 공연관람 간 마스크 쓰기, 출연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선제적이고 강력한 방역조치를 강구했다. 결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연장 풍경이었다. 공연 당일에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모든 연주자들은 연습 시간에도 마스크를 착용 하였다. 그러나 호른, 트롬본 등 관악 연주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주할 수는 없다. 마스크 착용한 상태에서 노래는 부를 수는 있지만 관악기를 연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일부 관악 주자들은 합창단원들과 함께 연습하기를 거부했다.

코로나가 극심하기 전에 티켓을 예매한 관객들은 예매를 취소하고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은 코로나19에 공연을 진행한다는 주변의 싸늘한 반응과 여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꼭 보겠다는 관객도 있었고 기꺼이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가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는 계속 되어야한다는 필자의 강한 의지는 이 공연을 강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만약 신이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라는 아일랜드 속담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지휘자 빨레스끼는 자진해서 출연료 30% 삭감에 동의 하였다. 그러나 그랜드오페라단은 합창단 단원과 오케스트라 단원에게는 출연료를 한 푼도 깍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출연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랜서이거나 정부 지원 사업에 의존하는 영세한 예술단체 단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신의 은총은 이번 공연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성균관 대학교 산학협력단 창조경제본부장 최재붕 교수는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제목의 책에서 코로나 사태로 아이들 학교수업도 강제로 온라인, 즉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지는 문명의 변화가 가속화된다고 진단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은 코로나 사태로 지난 3월 폐쇄 되었다.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 극장은 그날 이후로 전 세계 오페라 팬들을 대상으로 매일 다른 오페라 작품들을 스트리밍 공연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메트오페라극장의 주요 아티스트들은 화상을 통해 일제히 ‘The Voice must be heard'를 주창하고 나섰다. 그러나 오페라를 온라인으로 즐기는 방식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향후 세계 오페라 공연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오페라계가 펼칠 오페라 운동의 슬로건으로 'The Opera must go on 오페라는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확신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필자는 롯데콘서트홀의 다른 공연이 취소되는 와중에도 솔직히 올댓 푸치니를 취소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연 도중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제기될 비난을 감당할 배짱도 없었다. 솔직히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공론화와 관련하여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가 오페라하우스가 부유층의 놀이터라는 것이다. 필자는 퇴직금을 담보로 그랜드오페라단을 수십 년 운영했고 지금도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다.

필자에게 오페라는 종교 그 이상이다. 코로나19에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여론에 필자는 떳떳하지 못했다. 굳이 변명한다면 교회 예배는 1주일에 한 번씩 기회가 있지만 올댓 푸치니공연은 올해 한 번의 기회 뿐 이었다.

필자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예술을 하려는 사람은 화가 반 고흐처럼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그렇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건강에 대한 위협, 무엇보다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지휘한 지휘자, 노래 불러준 가수, 합창 단원, 오케스트라 단원, 그리고 건강에 위협을 받는 가운데서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이 글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기고_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안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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