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오바마’ 캐멀라 해리스

카멀라 해리스 연방 상원의원(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68호]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겁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라고 평가하면서 11월 대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연방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바이든 후보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흑인은 물론 여성과 소수계의 확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은 해리스의 지명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했다. 미국 진보와 보수의 극명한 대결 구도가 형성된 이번 대선에서 과연 미국 헌정사 최초로 흑인 여성 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에 기대를 모아본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알렉시스 뒤퐁 고등학교 유세장에서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엉망인 나라를 해리스와 함께 고치겠다"라고 말했고 해리스 의원은 "11월 3일에 우리는 승리 그 이상이 필요하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사진_뉴시스)

바이든 대통령 후보, 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지명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겁없는 전사이자 최고의 공직자”라고 평가하면서 11월 대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가주 출신 카멀라 해리스 연방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별명은 '여자 오바마'다. 유색인종으로는 처음 주 법무장관에 올랐고 지금도 상원의원 100명 중 유일한 흑인 여성이다.

로이터를 비롯한 주류 언론은 지난 8월 11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가주 출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바이든 후보는 러닝메이트로 여성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 전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 사태와 맞물려 흑인 여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리스 의원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가 됐다. 당선되면 미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된다.

미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에서 후보지명 수락 연설을 한 이후 화면에 뜬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_뉴시스)

카멀라 해리스는 누구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풀네임은 카멀라 데비 해리스(Kamala Devi Harris, 1964년 10월 20일생)로 변호사이자 2017년부터 현재까지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1964년 가주 오클랜드에서 타밀족 출신의 인도계 미국인 어머니인 유방암 전문 과학자 시아말라 고팔란(Shyamala Gopalan, 1938~2009) 해리스와 자메이카계 미국인 아버지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해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카멀라 해리스의 어머니 시야말라 고팔란은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 델리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약관 25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해온 지식인이었다. 고팔란은 자메이카 출신으로 스탠퍼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도널드 해리스(Donald Harris)와 결혼했으나 카머라 해리스가 7살 때 이혼하고는 1971년부터 두 딸을 홀로 키워낸 이른바 싱글맘이다.

카멀라 해리스는 “제가 다섯 살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어머니는 저를 혼자 기르셨어요. 아주 강인하고 자긍심 있는 흑인 여성으로 키우셨습니다”라고 자신의 어머니를 회상했다.

카멀라 해리스는 워싱턴DC 하워드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1989년 UC헤이스팅스 로스쿨에서 법학석사(JD)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대에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에서 일했으며,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제27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제32대 가주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2016년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는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친절히 알려주는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캐멜라가 아닙니다. 커멀러도 아니에요. 카멜라도요. 카멀라입니다”

카멀라란 이름은 인도인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지어졌다. 카멀라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연꽃' 또는 '옅은 붉은색'을 의미하고 힌두교의 최고신인 비슈누(Vishnu) 아내인 여신 락슈미(Lakshmi)의 별칭이기도 하다. 락슈미는 힌두교 신자들이 지혜, 식량, 지식, 재물, 후손, 풍요, 인내, 성공을 얻도록 돕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물질적이고 현세적 성취를 대표하는 여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되자 공격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 중 “해리스가 지명됐다는 것에 좀 놀랐다”면서 “그녀는 민주당 경선에서 매우, 매우 형펀없는 성적을 거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 과정에서 해리스는 바이든에게 매우 무례하게 굴었다”면서 “그렇게 무례한 누군가를 뽑기는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의원을 향해 ‘못됐다(nasty)’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비판했다. 그는 “내가 놀란 이유 중 하나는 ‘포카혼타스’보다도 바이든에게 못되게 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카혼타스’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트럼프 대통령이 조롱하며 부르는 별명이다. 워런 의원이 자신을 ‘인디언 혈통’이라 주장하는데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못됐다', '무례하다' 등의 표현을 한 이유로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을 꺼냈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렀고, 그녀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면서 “‘가짜(phony) 카멜라'는 자신의 도덕성 마저 버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바이든 후보와 해리스 의원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30초짜리 영상은 “해리스는 급진좌파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해 수조 달러의 새로운 세금을 주장했으며, 조 바이든은 인종차별적 정책을 이유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해리스가 가짜라는 걸 발견했고, (경선에서)거절했지만, 바이든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느린 조’와 ‘가짜 카멜라’. 완벽한 조합, 미국엔 잘못됐다”고 했다.

미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이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지명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고 바이든 후보를 중심으로 미국을 다시 통합하자고 호소했다.(사진_뉴시스)

바이든이 해리스를 선택한 이유

사실 바이든 후보가 해리스를 택한 것은 지지층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지지층의 결집을 염두에 둔 또 다른 선택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선출과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여성 득표율 우위에서 잘 드러나는 것처럼 민주당은 이미 전통적으로 공화당보다는 흑인이나 여성 득표력이 태생적으로 강한 정당이다.

하지만 백인인 바이든 후보는 흑인 지지층에 대한 한계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초기 경선 과정에서 한때 탈락 위기에 처했던 바이든 후보가 14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이른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기사회생한 것도 흑인 여성인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후보가 태생적으로 여성이면서도 흑인과 소수인종을 모두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낙점한 것은 결국 지지층 결집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미 언론들도 해리스를 최초의 ‘흑인이자 아시아 출신 미국인(African and Asian American)’ 부통령 후보로 소개하고 있다.

첫 토론 앞둔 대선 여론의 추이

미국 대선을 4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안정적으로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ABC뉴스와 공동으로 지난달 21∼24일 전국 등록 유권자 8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5%)에서 민주당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53%의 지지율로 공화당 트럼프-마이크 펜스 후보(43%)를 10%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양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8월 조사에서 양측 후보 간에 12%포인트의 지지율 격차가 있었다면서 “통계학적으로 그 때와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에 대한 상당한 여성 지지표가 확인됐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투표 의사가 있는 남성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 55%대 42%로 앞섰지만, 바이든 후보는 여성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 65%대 34%로 큰 폭의 우세를 보였다.

바이든 후보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이제 공화당과 민주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더욱 노선 대결 양상이 분명해졌다. 흑인은 물론 여성과 소수계의 확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은 해리스의 지명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백인 중산층과 노동자층을 확고한 기반으로 하는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도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해리스가 진보와 소수의 상징과도 같다면 펜스 부통령은 그와 정반대로 자신을 정체성을 가진 기독교 신자, 보수주의자, 공화주의자라고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 진보와 보수의 극명한 대결 구도가 형성된 이번 대선에서 과연 미국 헌정사 최초로 흑인 여성 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에 기대를 모아본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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