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제명과 탈당의 당위성

왼쪽부터 김홍걸 의원, 박덕흠 의원, 이상직 의원(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 268호] 김홍걸·박덕흠·이상직 의원처럼 극심한 논란을 빚은 의원들이 탈당 또는 제명 뒤에도 버젓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공정과 정의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국민의 눈총을 받는 의원들을 끌어안고 가는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고육책으로 읽힌다. 제 식구 감싸기, 정치적 면죄부가 아닌 실질적인 처벌과 책임이 따르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난달 1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홍걸 국회의원에 대해 당에서 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 의원은 부동산 투기와 허위 재산신고 등의 논란에 휩싸였고, 민주당 윤리감찰단의 첫 조사 대상이 되면서 의원이 된 지 불과 몇 달만에 당에서 제명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 의원 측은 “당의 출당 결정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무겁고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사진_뉴시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제명

지난달 1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홍걸 국회의원에 대해 당에서 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 의원은 부동산 투기와 허위 재산신고 등의 논란에 휩싸였고, 민주당 윤리감찰단의 첫 조사 대상이 되면서 의원이 된 지 불과 몇 달만에 당에서 제명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0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의 재산신고 누락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결정타였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민심이반이 극심한 마당에 김 의원의 부동산투기 논란은 내로남불의 전형이 돼버렸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의혹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였다. 갈 길 바쁜 여권에서도 방어가 불가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이라는 특수 지위 때문에 쉬쉬했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공개비판이 나왔다. 김대중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은 지난달 18일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들의 실망과 원망”이라고 탄식하면서 “납득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김홍걸 의원이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 최고위원회 결과를 전하면서 “당이 김홍걸 의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나 이에 김홍걸 의원이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부동산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다보유에 따라 (김홍걸 의원이) 당의 품위를 훼손한만큼, 긴급 소집한 최고위에서 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 측은 “당의 출당 결정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무겁고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을 하면 의원직도 잃지만, 제명을 당할 경우에는 무소속으로 의원 신분을 유지한다.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계가 뚜렷한 무소속 신분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명’이 아니라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부실 검증론을 제기하면서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통한 ‘의원직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박덕흠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당에 진) 마음의 빚은 광야에 홀로 선 외로운 싸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결백을 증명한 뒤 비로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_뉴시스)

박덕흠 국민의힘 국회의원 탈당

국토교통부 등 피감기관으로부터 관급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달 23일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건설사 회장 출신의 박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을 맡았을 때 박 의원 일가 회사들이 거액의 공사를 따냈다는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지 꼭 한 달 만이다.

지난 8월말 박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사임 성명서를 통해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제 권한을 사용한 적이 없지만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지울 수 없기에 사보임을 요청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발 악재에 따른 ‘물타기 정치공세’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에 공사 수주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정부가 만들어 놓은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G2B)’의 공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박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당에 진) 마음의 빚은 광야에 홀로 선 외로운 싸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결백을 증명한 뒤 비로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여당과 다수 언론의 왜곡 보도에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국토위에 있었을 뿐이지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들어 공정과 정의의 추락은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윤미향 추미애 사태에 이르러 극에 다다르고 있다”며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화살을 돌렸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난달 21일에 이은 2차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료 의원들의 조언 등을 들은 뒤 “당 개혁에 장애가 되면 안 되지 않느냐”면서 탈당을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박 의원의 탈당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은 반성도 사과도 없이 본인의 억울함만 토로하는 기자회견이었다”라고 지적하면서 “국회의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기 바란다”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정의당도 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의원은 어설프게 이런 식으로 도망가서 될 일이 아니다"면서 “박 의원의 탈당 정도로 이 사태를 종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미지급과 정리해고, 기타 제 개인과 가족 관련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고 자진 탈당했다.(사진_뉴시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탈당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이스타항공 창업주로서 임금체불과 대규모 정리해고 등으로 ‘악덕 업주’라고 지탄받는 이상직 국회의원에 대해 당 윤리감찰단 출범과 동시에 그를 감찰대상 1호에 올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의원의 사퇴 촉구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검토까지 언급하면서 강공에 나섰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의원은 즉각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하고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윤리감찰단에 회부하기로 한다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고, 허울 좋은 면피용 조치”라면서 “이대로라면 수년이 걸리는 대법원 판결까지 윤 의원은 의원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상직 의원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이 의원은 1천여 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잃게 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입장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스타항공 매각에 따라 지분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고, 창업자로서 굉장히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며 “지분을 헌납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은 없다”고 호소했다.

이스타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사재 출연과 관련해서는 ”그건 다 했다”며 “지분을 다 헌납했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이 의원은 윤리감찰단의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소통관에서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미지급과 정리해고, 기타 제 개인과 가족 관련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더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고 자진 탈당했다. 이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당 차원의 조사는 중단되게 됐다.

김홍걸·박덕흠·이상직 의원처럼 극심한 논란을 빚은 의원들이 탈당 또는 제명 뒤에도 버젓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게 과연 정당한지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공정과 정의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국민의 눈총을 받는 의원들을 끌어안고 가는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고육책으로 읽힌다.

중요한 점은 이들 뿐만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이르지 못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막론하고 재산신고 누락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 이해충돌과 관련해 시비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고 정치권의 처리방식은 공식화돼 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행동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해충돌과 관련해 국회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의 의지가 워낙 박약하다 보니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실체적 진실을 가릴 사법적 판단과는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먼저 책임을 지겠다는 행위가 제명과 탈당이지만, 이는 해당 의원과 소속 정당에겐 타격이지만 종종 정치적 면죄부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 식구 감싸기, 정치적 면죄부가 아닌 실질적인 처벌과 책임이 따르는 제도가 필요하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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