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진_시사매거진)

[시사매거진] 기업이 자사 영업과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해 운영하거나 정부·공공기관이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운영하는 번호의 통화요금을 발신자인 고객과 국민이 계속 부담하고 있다.

고객에게 전가되는 통화료 부담을 덜기 위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가 지난해 개시한 수신자 부담 '14○○○○' 대표번호 이용률이 단 0.0017%인 것으로 나타났다. '15○○-○○○○' 등 전체 대표번호 통화량 약 78억분 중 13만3000분에 불과한 수치다.

당초 과기부는 기업·공공기관 대부분이 '고객 민원 콜센터' 번호로 사용하고 있는 '15', '16' 등 대표번호 서비스가 발신자인 고객에게 통화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에 '14'로 시작하는 6자리 대표번호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14'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수신자인 기업·공공기관이 통화료를 내도록 한 것이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기업·공공기관이 '14' 대표번호를 이용해 통화한 시간은 약 13만3000분으로 전체 대표번호 통화량 약 78억분의 0.0017%에 불과했다.

'14' 대표번호를 이용한 통화건수의 경우도 총 34억5만5509건 중 11만7000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현재까지 '14' 대표번호 회선 수 자체도 전체 대표번호 회선 15만7482개 중 53개로 매우 적었다. 비율로는 0.03%에 해당하는 숫자다.

'14' 대표번호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기업·공공기관이 오랜 기간 사용해 온 기존 대표번호를 바꾸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 꼽힌다. 새 번호를 다시 고객에게 알리는 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선 '고객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의 '14' 대표번호를 아예 도입하지 않으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일부 기업은 '꼼수'를 쓰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대표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14' 대표번호도 혼용하지만 고객에게 새 번호를 적극 홍보하지는 않는 식이다.

이 때문에 과거 과기부가 수신자 부담 번호로 도입한 '080' 번호의 경우처럼 결국 '14' 대표번호도 사장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고객에게 '콜센터 번호'로 각인된 '15', '16' 대표번호를 대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국회 과방위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자신이 통신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대표전화 서비스를 사용하는 실정"이라며 "'15', '16'로 시작하는 기존 대표번호 서비스를 수신자 부담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공공기관과 정부 부처부터 우선적으로 수신자 부담 대표번호를 전면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해당 방안을 포함해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새시대 새언론 시사매거진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