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이 한 생명을 살리는 길

박부순 전북대 강의 초빙교수(사진-박부순)

2019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해마다 증가추세다. 예를 들면, 2015년 1인 가구 비중이 27.2%였다면 2019년에는 30.2%로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요인들로는 젊은 층의 학업이나 취업,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 저출산, 이혼, 사별, 그리고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의 증가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고령(65세 이상) 1인 가구의 증가 일 것이다.

이러한 고령 1인 가구(독거노인)가 부딪히는 빈곤, 질병, 무위(無爲), 고독이라는 4중고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이들의 ‘고독사’라 할 수 있다. 물론 ‘고독사’가 독거노인에게 한정된 문제만은 아니다.

근래에 고독사는 소득,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발생하며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 가장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독거노인, 이들의 고독사에 더욱 관심이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면서 바깥세상과의 연결이 거의 끊어졌기 때문이다.

2년 전 KBS 광주방송국에서 제작한 <백년의 고독>과 6년 전 KBS 부산방송국에서 제작한 <시선 360>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독거 노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인터뷰한 몇몇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부산에 사시는 70세의 할아버지는 “아픈 것보다 더 싫은 건 외로움이지”라며 뼛속 깊은 외로움을 토해냈다.

여수에 사시는 80세의 할아버지는 폐결핵, 전립선 비대증, 우울증으로 약에 의지하며 살고 계셨다. 정부지원금이 대부분 의료비용으로 나가고 있는 이 할아버지에게는 TV마저도 사치품이었다. 아주 오래된 라디오가 할아버지의 유일한 소통의 통로였다.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이 있는 할아버지께 집 밖으로 나가기를 권유했다. 그래서 “주로 어디를 가시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할아버지께서는 “사람이 많은 터미널에 가지요”라고 대답하셨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필자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옆집과 뒷집의 어르신이 최근 3~4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말벗이 떠나신 후, 어머니는 자주 냇가에 있는 원두막에 우두커니 앉아계시곤 했다. 쌀쌀한 늦가을 어느 날 여쭤보았다.

“추운데 왜 혼자 여기에 앉아 있어요”라고 묻자, “그래야 사람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되는 순간, 필자의 의식은 어느덧 며칠 전 뉴스에서 보도된 고독사에 멈추었다.

돌아가신 지 일주일 후에 우유 배달원에 의해 발견된 60대 할아버지와 한 달이 넘어 “썩은 악취가 난다”는 신고로 발견되었다는 파주의 할아버지에 이어 먼 기억 하나가 소환되었다. 그것은 4남매를 둔 70대 할아버지가 추석 연휴에 죽음을 선택한 사건이었다.

이 할아버지께서는 “자식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주변의 도움을 거절했다”고 한 이웃이 전했다. 고통으로 몸과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도 자식을 걱정하며 세상과 작별한 70대의 할아버지, 그분의 삶이 바로 우리 세대의 부모님 모습이다.

이분들의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우리들의 문제며 우리 후손들의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곧 명절이 다가온다. 마더 테레사는 “가장 끔찍한 빈곤은 외로움, 그리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빈 둥지에서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가장 끔찍한 빈곤, 즉 외로움에 지쳐가는 어르신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이웃이 되어야 한다. 부모님의 집 문을 넘지 않거나 또는 넘지 못할 친자식을 대신하여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으로, 따스한 시선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도 고령으로 “몸은 병이 들었지만, 영혼은 병들지 않았다”는 확신으로 자아(自我)를 붙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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