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점의 작품으로 알아보는 몸짓 언어의 기원과 인류 문화사의 결정적 순간

“그림을 보면 포즈가 보이고 인간이 보인다!"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 | 옮김 이한음 | 출판사 을유문화사

[시사매거진] 상징적 기능을 수행하는 '제스처'는 특정 문화권이나 국가별로 각기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가령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만드는 제스처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OK’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브라질에서는 외설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문화나 국가별로 다른 의미를 갖는 제스처와는 달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 ‘몸짓 언어’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하품하는’ 자세나, 혐오를 느낄 때 ‘얼굴을 찡그리는’ 동작은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몸짓 언어이며, 이런 몸짓 언어는 특정 문화권이나 국가에서도 모두 통용된다.

흔히 ‘항복’의 신호를 나타내는 ‘손드는 자세’는 과거부터 상대에게 자비를 청하는 의미로만 쓰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1814)가 있다. 작품은 두 손을 들어 올린 남성의 모습을 통해 나폴레옹 군대에 무력한 스페인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고대 문명부터 잠자는 모습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표현돼 왔다. 약 5천 년 전에 발견된 ‘몰타의 잠자는 여신’은 돌베개에 머리를 얹고 오른쪽으로 엎드려 자는 자세를 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전역의 ‘와불상’ 역시 잠자는 사람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잠자는 미녀’를 모티프로 한 수많은 작품에서도 미녀들의 자는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이처럼 과거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류 보편적 몸짓 언어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이자 3,000점이 넘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려 온 화가, 데즈먼드 모리스는 231점의 작품을 통해, 몸짓 언어의 기원과 인류 문화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모아 책으로 집필했다.

인류 보편적 몸짓 언어에 관한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탐구인 저자의 신작은 일평생 과학과 예술을 오가며, 활발히 탐구해 온 그의 성취들을 완벽히 융합시켰다. 저자는 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 '포즈'에 주목하고 이에 따라 놀라운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해 나간다.

책은 미술 작품 속 악수, 포옹, 무릎 꿇기 등 방대한 몸짓 언어를 수집하여 환영, 모욕, 위협, 자기 보호 등 총 아홉 가지의 의사전달 형태로 분류한다. 그리고 각 포즈가 지닌 사회적 기능과 보편적 의미를 분석하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선사 시대 가면과 로마 시대 조각상부터 현대 회화와 조각을 아우르는 231점의 미술 작품 속 포즈를 과학적‧예술적 전문성과 결합해 설명했다.

책장을 넘기며 몸짓언어를 이해하다 보면, 친숙한 작품들까지도 새롭게 보이게 된다. 세계적인 석학 '데즈먼드 모리스'의 신작을 통해, 지난 수 세기 동안 하나의 ‘몸짓’이 일으킨 역사적 사건들의 면면을 따라가다 보면, 사소한 행위 하나가 빚어낸 결과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될 것이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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