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2020년 내 사임해야”…아베 “차기 총리 지명까지 임무 수행”

[시사매거진267호] 지난 828일 아베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8월 상순 확인됐다며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총리 임무를 수행키로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임 총리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사진_뉴시스)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아베의 사임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의 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10일자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7%로 지난 조사보다 2% 포인트 하락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미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또 한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 절반이 ‘2020년 내 사임해야 한다고 응답한 가운데 건강 이상설까지 나오면서 아베가 총리직을 임기까지 수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됐었다. 결국 지난 28일 아베는 건강 문제로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20219월까지였다.

 

코로나 19 대응 미흡, 아베 지지율 하락에 큰 요인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코로나 19 대응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대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정부의 지금까지의 대응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6%였다. 지난 조사보다 18% 포인트나 뛰었다. “(높이) 평가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특히 아베 총리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하는 데 대해서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신속히 내려야 한다49%로 지난 조사에 비해 2% 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지난 823일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일본의 의료·검사체제에 불안을 느끼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불안하다는 응답이 62%불안하지 않다” 2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지난 6월 조사 때의 50%보다 12%포인트나 크게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1파가 닥쳤던 지난 4월에 비해 중증 환자 수가 감소했고 병상 부족도 해소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오히려 더 커졌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743%였다. 2개월 연속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율을 뛰어넘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이 지지율을 낮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444명이었다. 6일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었다. 긴급사태 선언을 재발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아직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89일 기자회견에서 고용과 생활에 주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감염을 통제하며 (긴급사태) 재선언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5일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 관련 기자회견 하는 모습이 우라야스의 한 가전 매장 TV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등 나머지 지역에 대한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전면 해제했다. (사진_뉴시스)

아베, 개헌 미완성으로 남기고 결국 사임

아베 신조 총리가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로 추진하던 경제 살리기, 숙원인 헌법개정도 모두 미완성인 채로 끝나게 됐다. 임기 내 개최하려 했던 도쿄올림픽도 다음 정권으로 넘겼다.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오는 20219월 만료로 대체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마쓰모토 마사오 사이타마대학 교수는 개헌과 외교 등 총리에 기대하는 이유가 명확한 (지지)층만큼 코로나를 둘러싼 총리의 정권 운영에 에너지 부족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업적으로 남기려 한 헌법개정 등은 실현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이대로는 아베 정권이 나라 빚만 대거 남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2분기(4~6)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환산으로 27.8%를 기록했다. 2차 아베 내각 출범 시기인 20124분기(10~12) 498조 엔 이후 처음으로 500조 엔 밑으로 떨어졌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취임했을 당시 1230이던 일본 주가는 한때 24000까지 오르기도 했다. 산케이 신문은 민주당 정권 시대 수준으로 돌아갔다. 7년 반 성과가 사실상 증발한 형태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평생의 숙원으로 생각한 헌법개정도 결국 달성하지 못하고 끝났다. 그는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해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탈바꿈 하려 했지만 여야의 대립으로 개헌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유감스럽지만 여론이 충분히 고조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아베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8월 상순 확인됐다며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정해질 때까지 총리 임무를 수행키로 했다. (사진_뉴시스)

포스트 아베는 누구?

일본 총리가 사임을 표명한 가운데 후임 총리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력한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3)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3)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57)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67) 외무상이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유력 후보다.

여론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기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지통신의 8월 여론조사(87~10) 결과 차기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에 이시바 전 간사장이 24.6%1위였다.

이런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에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한 출마 의욕을 밝히고 협력을 요청했다. 사실상 지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 각각의 파벌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파벌에 속하지 않은 스가 장관에 대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가 지지를 던질 전망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된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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