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피부과 신학철 박사

[시사매거진267호] 우리나라엔 의사와 약사가 너무 많다. 매스컴이나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얕은 의약 지식으로 스스로 병을 예단하고 약을 먹으니, 온 국민이 의사요 약사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항생제, 진통제, 소화제를 비롯하여 웬만한 피부 연고제 몇 개쯤은 쉽게 눈에 띈다. 따라서 피부에 작은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아무 연고나 바르고 보는 위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약 분업이 도입되었지만 사실 연고제에 적힌 설명서를 살펴보면 모든 피부병에 특효인 것처럼 적혀 있어 소비자들의 연고 과용을 부추긴다.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피부에 이상이 생겼을 때 집에 있는 연고를 먼저 바르다가 그래도 낫지 않으면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생각지도 않은 다른 부작용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습진을 치료하는 연고에는 대부분 부신피질호르몬제 성분이 들어 있고 농도도 다양하다. 환부에 처음 바를 때는 1의 농도에도 잘 듣지만 그러다가 핏줄이 늘어나고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이 발생되면 그제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 연고를 바르면 일시적으로는 피부 질환이 사라지고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매끄러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주 바르면 연고 중독증이 생겨 피부가 얇아진다. 또한 실핏줄들이 늘어나는 증상은 물론이고 다른 부작용까지 발생한다. 이때 낮은 농도의 연고는 듣지 않기 때문에 더 높은 농도의 연고를 바르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상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 조금만 흥분하거나 당황해도 얼굴이 쉽게 붉어진다.

뿐만 아니라 추운 곳에 있다가 더운 곳에 들어가면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목욕이나 사우나를 하고 난 다음에는 얼굴이 온통 벌게지기도 한다. 따라서 얼굴 부위 피부 질환을 치료할 때는 바르는 연고의 종류와 농도를 잘 살펴야 한다.

피부 질환에 바르는 연고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제 외에도 곰팡이를 죽이는 항진균제와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첨가되어 있어 언뜻 보면 모든 질환에 잘 듣는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본디 약이란 여러 가지 성분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 것보다 단일 제제 성분 하나만 들어 있는 것이 치료 효과도 높고 부작용도 적다. 피부 질환 연고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피부 질환일지라도 스스로 진단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는 것이 좋다. 그래야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 있고 연고 오·남용에 따르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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