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끌어 모아 빚내 집·주식에 투자…신용대출 증가

[시사매거진267호]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가계빚이 1637조 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빚투(빚 내 주식투자)’ 열풍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뒤늦게 문제점을 인지하기 시작한 금융당국은 지난 820일 신용대출·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공언하며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신용대출 규제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매매 거래를 위한 자금 수요가 일반 신용대출로 몰리는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례적 현상까지 일면서 증가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사진_뉴시스)

신용대출 급증

한국은행이 지난 819일 발표한 ‘20202/4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대비 259000억 원(1.6%) 늘어난 16373000억 원을 나타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4분기 이후 사상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 잔액을 더한 액수로 가계가 진 빚의 총합을 보여준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5457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239000억 원(1.6%) 증가했다. 지난 1분기(173000억 원), 지난해 2분기(163000억 원) 수준과 비교했을 때 증가 폭이 모두 커졌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대비 148000억 원 늘어나면서 지난 1분기(153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소폭 축소됐다.

최근 신용대출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2000억 원에 불과했던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221000억 원으로 뛰어오르더니 637000억 원, 74조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세값 상승으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사진_뉴시스)

빚투(빚 내 주식투자)’ 열풍으로 대출 수요 급증

신용대출이 늘어난 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수요가 커진 데다, 주택시장 과열 현상이 지속되면서 긴급 매매자금 수요가 몰리는 복합적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매매 거래를 위한 자금 수요가 일반 신용대출로 몰리는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례적 현상까지 일면서 증가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07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41000억으로 전년동월(22000억 원) 대비 19000억 원 확대됐으나, 전월(5조 원) 보다는 9000억 원 축소됐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은 91000억 원 급증했다. 1분기 증가규모(19000억 원)보다 대폭 확대된 것으로 지난해 4분기(105000억 원) 수준에 거의 맞먹었다. ‘동학개미운동열풍이 불면서 빚을 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도 신용대출 급증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증권시장의 신용공여 규모 증가로 기타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빚 내 주식투자에 나선 수요가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규모도 역대 최고치인 15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7151000억 원으로 15조 원을 돌파했다. 12일 현재 신용융자 잔고는 156287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2414조 원을 넘어선지 불과 2주 만에 15조 원을 넘어서는 등 빚투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 증가는 막대한 유동성이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식시장으로 몰린 영향이 크다. 증권사가 증권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등으로 투자자에 빌려준 신용공여액은 2분기 79000억 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역대 최고치인 15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15조 1000억 원으로 15조 원을 돌파했다. 12일 현재 신용융자 잔고는 15조 6287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24일 14조 원을 넘어선지 불과 2주 만에 15조 원을 넘어서는 등 빚투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사진_뉴시스)

정부 규제 속 영끌 대출수요 늘어

집값 급등으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가세한 점도 대출 급증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규제에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막히자 대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린 것이다. 전세값 상승으로 전세자금 대출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구매 열기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모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주식에 투자하려고 마이너스 통장을 뚫거나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상당히 몰렸다고 말했다.

기관별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144000억 원 늘어 전분기(129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2분기(133000억 원)에 비해서도 증가액이 컸다. 주택담보대출은 102000억 원 증가했고, 기타대출은 41000억 원 늘어났다. 특히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93000억 원 늘어 눈에 띈 급증세를 보였다. 이중 증권사가 포함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103000억 원으로 20152분기(254000억 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의 가계대출은 12000억 원 감소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권, 특히 제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대책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모든 종류의 부채를 합산해 연 소득 대비 상환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여겨진다.(사진_뉴시스)

정부, 금융회사 차원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
DSR 보완해 부채관리 지표로 도입해야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당분간 긴급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당장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연이은 대출 조이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자금 융통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으러 오는 고객 돈을 안 내줄 수는 없지 않겠냐갑자기 신용대출을 줄이라고 하면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 자금 융통까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신용대출 급증세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용대출은 가계부채 부실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경우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집값 안정대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8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전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이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6월 이후 증가폭은 더욱 확대됐다금융회사 차원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날인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은행권, 특히 제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대책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모든 종류의 부채를 합산해 연 소득 대비 상환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여겨진다. 시중은행은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이 전체 대출의 15%를 넘지 않고 내년 말까지 평균 DSR4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차주 개별적으로 DSR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비율을 맞추려면 대출 총량을 옥죄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분별한 신용대출을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들도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만 받는 고객의 자금 용도를 파악하고 관리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신용대출 폭증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결국 총량 규제 방식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보통 생활안정자금으로 나가는데, 현재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긴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오는 고객들에 자금을 안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 하면서 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을 토대로 나가는 상품이기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면 심사과정을 까다롭게 하기는 어렵다은행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향후 연체 가능성이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보기에는 신용대출 급증으로 증시나 부동산시장 버블 뇌관 터질 우려가 있으니 경각심 주는 차원으로 은행들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DSR은 주택구입자금 뿐만이 아니라 생활안정자금도 다 제한하는 정책인데 무작정 강화한다면 일반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빚 1637조 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를 경신한 지금,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패닉 바잉흐름에 빚투 열풍까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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