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1.3%로 하향, 기준금리 0.5% 동결 사상 최저 수준

[시사매거진267호] 한국은행이 827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3%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0.2%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은의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인 1998(-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자 역대 3번째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적은 2차 석유파동이 발생한 1980(-1.6%), 1998년 등 두 차례뿐이다. 또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진_뉴시스]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8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회의를 갖고 올해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상당폭 하회하는 -1%대 초반 수준으로 예상되고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성장률 -1.3% 대폭 하향 조정22년만의 역성장

한은은 올해 경제전망 발표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제시한 -0.2%에서 -1.3%로 대폭 하양 조정했다. 5월 전망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분기 정점에 이르고 하반기 진정된다는 전제 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되자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하반기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내 수출과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된 하향 조정의 이유가 됐다“2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돌고,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 호우도 하향 조정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국내 경제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0.8%보다도 더 비관적인 수치다. OECD는 지난 811(현지 시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8%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OECD는 만약 코로나192차 유행할 경우에는 한국 성장률이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한은의 전망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인 1998(-5.1%)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자, 역대 세 번째로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적은 2차 석유파동이 발생한 1980(-1.6%), 1998년 등 두 차례뿐이다.

정부는 6월 당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0.1%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반등 속도 지연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당초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며 역성장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8월 27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3%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사진_뉴시스)

수출, 민간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도 줄줄이 감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출은 물론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8월 수출금액은 1~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수출 전망은 -2.1%에서 -4.5%로 내려갔다. 한국은행이 지난 826일 발표한 ‘7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00.60(2015=100)으로 전년동월대비 8.6% 하락했다.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수출물량지수는 112.86으로 전년동월대비 0.7% 하락하며 지난 4(-13.2%) 이후 넉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화학제품(7.1%)과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6.9%) 등의 증가에도 기계 및 장비(-15.3%), 운송장비(-11.1%)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민간소비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 5월 전망 -1.4%에서 -3.9%로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계가 다시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6월 소매판매지수는 전월대비 2.4% 상승했으나 소비 부진으로 다시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0.4%, 내년 1.0%로 제시됐다.

금통위는 올해 중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지속, 수요 측면에서의 낮은 물가 상승 압력 등으로 0%대 중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있어 소비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비투자는 1.5%에서 2.6%로 올라갔다. 건설투자는 -2.2%에서 -0.7%로 상향 조정됐지만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됐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 정도와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출은 물론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간소비는 지난 5월 전망 -1.4%에서 -3.9%로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계가 다시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진_뉴시스)

두 달 연속 기준금리 0.5%로 동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은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 3월 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내리고 5월 다시 0.5%로 인하한 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3월 이후에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고,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는 등 적극적 통화정책을 펼쳤다적극적인 통화완화정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됐고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 결과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는데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대 성장률 충격이 현실화됐지만, 이미 기준금리를 낮출 만큼 낮춘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준금리 0.5%는 사실상 실질적 금리의 하한선인 실효하한에 맞닿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부동산 주식시장 자산가격 상승도 추가 금리인하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정도가 크게 확대돼 실물경기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커진다고 하면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금리 정책도 활용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와있어 더 낮춰야 할 지 여부는 그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와 부작용을 같이 따져보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금리 외에 다른 정책 수단도 충분히 갖고 있다. 대출제도, 공개시장 운영 등 정책수단을 펴왔고 앞으로도 (다른 정책 수단을) 추가로 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금리 외에 도입할 수 있는 정책 수단에 대해 여지를 남겨뒀다.

국고채 매입에 대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국고채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총재는 국고채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수급 불균형이 만약 생겨서 장단기 금리변동성이 커진다면 국고채 매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률이 -1.3% 하향 조정과 관련해 “지난 5월 하반기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내 수출과 소비 개선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된 하향 조정의 이유가 됐다”며 “2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돌고, 예년보다 길었던 장마와 집중 호우도 하향 조정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진_뉴시스)

코로나 재확산 겨울까지 이어지면 성장률 -2.2%까지 추락

올해 성장률 전망치 -1.3%는 코로나 재확산세가 10월 중 진정된다는 전제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 재확산세가 올해 겨울까지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2.2%까지 추락할 것으로 봤다. 이번 경제전망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을 가정하지 않은 수치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코로나 재확산이 없었더라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까지 하향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 재확산이 지난 2, 3월과 비슷한 기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일평균 1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수가 나왔던 지난 2월과 3월을 보면 그 기간이 40~50일 정도 된다. 이 같은 기간이 8월 중순부터 이어진다고 보면 10월부터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2%대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우리 성장 흐름은 코로나 전개상황,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 각 경제주체의 행태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결국 코로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기본 시나리오 성장률(-1.3%)을 달성하기 위한 3, 4분기 성장률에 대해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3, 4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각각 평균 1% 중반대, 전년동기 대비로는 마이너스 1% 후반대가 나온다면 연간 -1.3%가 가능할 것으로 계산된다. 코로나 재확산이 없었다면 -1%대까지 하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 재확산이 지난 2, 3월과 비슷한 기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일평균 1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수가 나왔던 지난 2월과 3월을 보면 그 기간이 40~50일 정도 된다. 이를 감안해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8월 중순부터 이어진다고 보면 10월부터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진정세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지표가 언제쯤 호조를 보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신혜영 기자 gosisashy@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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