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대한의사협회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
정부, 해당 정책 논의 중단 및 의료계와 해당 법안 원점 재논의
의료계 집단휴진 중단과 함께 현장 복귀 예정…

(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67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4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제2차 총파업에 나섰다. 의료계와 정부의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대생들까지 참여한 파업으로, 결국 9월 1일 예정되어 있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일이 발생한다. 4일, 정부와 의협은 극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하고 원점 재논의를 약속한다. 그러나 의료계 내에서 해당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분이 일고 있으며, 몇몇 시민사회단체 역시 '밀실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규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은 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증원, 공공 의대 신설, 원격의료정책 4개 의료정책을 ‘의료 4대 악’이라고 칭한다.  의협은 의료 4대 악이 국내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더욱 고착시키고 결국 의료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계획과 공공 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 우선 투입, 민관협력체계 구축 운영 등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비대면 진료 중단 등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논란이 되는 4개 의료정책 중 특히, 큰 관심을 받는 정책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신설'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 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 의사 1차 총파업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_뉴시스)

지난 7월 23일, 제10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공공 의대 신설'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연간 400명씩, 10년간 총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양성된 인력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 종사하게 된다.

해당 정책을 통해 기존 의대 정원 3,058명에서 2022년부터는 3,458명의 의대생이 배출 된다.


정부가 보는 한국 의료의 문제점

정부가 말하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신설'의 배경은 이렇다.

 첫째, 지역에서 근무할 지역 의사의 부족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 명이나, 현재 활동 의사 수는 10만 명에 정도이다. OECD 평균 활동 의사는 약 16만 명으로, 현재 우리나라는OECD 대비 평균 활동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인구 1,000명 대비 의사 수가 3.1명인데 반해 충남 1.5명, 경북 1.4명으로 지역 편차가 크고 지역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촌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의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예로 뇌혈관질환 사망비('15~17)가 강원 영월권이 서울 동남권 대비 2.4배, 응급 사망비('15~'17)의 경우 강원 영월권이 서울 동남권의 대비 2.5배를 넘어선 점을 들었다.

 둘째, 특수 전문분야 의사 부족이다. 전문 과목 내 쏠림 혹은 기피로 인해 감염내과, 중증외상, 역학 조사관 등 특수 전문분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문의 10만 명 중, 필수진료과목인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 의사 역학 조사관은 23명에 그친다. 수가 조정, 전공의 배정 검토 등의 노력과는 별개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에 대해서는 정원 확대로 충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다.

 셋째, 전문 의과학자 육성의 필요다. 감염병 등에 대응할 백신 치료제 개발, 기초의학, 제약·바이오 분야의 과학자 양성은 대한민국 보건의료발전의 기초가 되는 분야이지만 (2017년 기준) 바이오 메디컬 분야 종사 의사 수는 67명에 불과하고, 의대 졸업생 중 기초의학 진로 선택 인원은 약 30명으로, 1% 미만에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

이에 정부는 지역별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의사 제’를 도입한다. 지역 내 인재 위주로 지역 의사를 선발하고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게 하는 정책이다.

의무복무 기간 동안 지역의 중증·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되며, 전문 과목 선택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필수 전문 과목으로 제한하는데, 이때 과목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 대책이다.

이로써 정부는 지역 불균형과 특수 전문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또한, 의무복무가 끝난 후에도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 의료체계 개선도 병행할 계획이다.

의료공급이 취약한 지방의 의료기관에는 ‘지역 가산 수가’를 도입하여 지역의 의료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의 양질의 필수 중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가칭) 지역 우수병원’으로 지정하고, 지역의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공공 의대'를 설립한다. 의대 정원 증원은 기존에 설립된 의과대학의 정원을 확대하는 반면에 공공 의대 신설은 기존 정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의과대학 총 정원은 증가하지 않는다.

졸업 후 10년간 의료취약지 등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학비 전액을 지원해 공공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정부는 앞서 폐교된 전북 남원의 서남대(정원 49명) 의대를 활용해 오는 2024년 3월 개교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직에 종사하는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지난 8월 26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 전공의들이 벗은 가운이 바닥에 놓여져 있다.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선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사진_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공공 의대 신설' 배경에 비판적 시선

 우선, 정부가 제시한 ‘OECD 대비 평균 활동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대해 단순 ‘숫자’가 아니라 ‘접근성’을 비교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수 대비 의사가 많아야 의료의 질이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OECD 국가 중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가장 많은 국가의 의료 질은 어떨까? OECD 국가 중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1, 2위를 기록하는 국가는 쿠바와 그리스로, 두 국가는 오랫동안 의료대란을 겪고 있는 나라다.

2017년 기준 한국국민들은 평균 16.6회 의사에게 진찰을 받은 데 비해 OECD 평균 국민들은 6.8회에 진찰을 받았다. 한국의 절대적인 의사 수는 OECD 평균 대비 부족하다 할지라도 정작 중요한 ‘진료’ 자체는 전혀 부족하지는 않다는 설명이 된다.

또한, 선진국 11개국에서 의료가 필요할 때 당일 또는 다음날까지 의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경우는 네덜란드가 77%, 영국이 57%, 미국이 51% 수준이었고 노르웨이와 캐나다는 43%만이 이틀 안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통계국 평균은 57%였다.

반면 한국은 2019년 기준 99.2% 확률로 ‘당일’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앞선 11개 통계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국가들이다.

이처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의료 품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의사 수 문제는 단순히 '숫자'만을 놓고 비교할 것이 아니라 국가면적, 그에 따른 인구의 밀도와 인프라 차이 등을 모두 종합해, 실제 '접근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역에서 근무할 지역 의사의 부족’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 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지역 간 의료격차는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와 지방의 격차는 의료계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든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며 현재 한국은 OECD 보고에 일본과 함께 지역 간 의료격차가 작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특수 전문분야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의대 정원 확대’라는 해결책에 동의하지 않는단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매년 400명 중 300명의 특수 전문분야 의사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전문 과목으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필수과는 전공 후 취업할 병원이 많지 않은 이유로 소위 비(非)인기과로 불린다.

그런데 취업할 병원은 늘리지 않고 의대생만 뽑는다면, 기존에도 취업이 어려웠던 해당과를 전공하려는 의대생들은 더 줄어들 것이며, 당장 내년부터 해당 과들의 공백은 더 커질 확률이 높다. 추가로 뽑은 의대생은 2028년부터 배출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15년이 소요된다.

이외에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 의대' 후보 학생 추천 선발 과정이다. 엄청난 양의 의학지식을 공부하게 될 의대생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재들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공공 의대 학생 선발 시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하여 추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다.

여기서 보건복지부가 말하는 선발대상은 장학생이 아니다. 의대생 선발에 시민단체가 관여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특혜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 의대'로 배출된 의대생에게 특수과, 생명줄을 잡는다고 해서 일명 바이탈(vital)과로 불리는 과들로 전공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바이탈 과를 전공하는 의대생들을 추천을 통해 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면접을 통해 개인의 인성이나 미래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성은 좋지만 실력은 없는 의사는 의사로서 결코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료소에서 '덕분에 챌린지' 수어 동작을 하고 있다. (사진_뉴시스)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진짜’ 문제점

현재 지방에는 '비인기과'로 분류된 필수과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병원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 문제의 ‘진짜’ 근본적인 원인은 해당 과들에서 행하는 수술 수가가 너무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을 일괄로 정하고, 이를 수가라 부른다. 그리고 환자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부담금의 합을 원가보전율이라 한다.

가령, 어떤 수술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100만 원이라고 했을 때, 원가보전율이 100만 원이 되어야지만 병원은 손실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고 있는 일산병원조차 원가보전율이 70%가 채 안된다.

병원은 결국 수술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갖는다. 이 때문에 필수적으로 주차장, 장례식장, 식당 등 기타 부대시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수요가 도시보다 적은 지방의 경우 손해를 면하기 어렵고 이런 이유로 지방에서 유지가 어려운 필수과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제도는 단순히 병원만 손해를 보고 지방에서 특정과가 사라지는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에서 나아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건수별로 가격이 책정되는 의료수가는 행위별로 가격이 채택된다. 이런 이유로 수익을 내고 싶은 일부 병원에서 과잉 진료를 남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의 이번 정책에는 막대한 세금이 필요하다. 한 학기 등록금을 약 600만 원으로 가정하고 8학기 4,000명. 여기에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오직 등록금만 2,000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타 건물 건축 및 시설관리, 운영 및 인건비까지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세금이 필요할까?

제도개선이 꼭 필요하다면 현직종사자들이 확신에 차서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는 정책 대신, 지금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정책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리라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해봤을 때 굉장히 낮은 편이다. 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칠레가 48, 한국이 57수준이며 일본은 93, 미국 130, 스위스가 192 수준이다. 의료수가는 의료행위의에 따라 다르지만, 맹장 수술의 수가를 예로 들자면 한국은 약 2,000달러로 가장 비싼 미국 1만 4,010달러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그 밖에 호주, 스위스, 캐나다, 칠레도 우리나라의 2.7~3.4배에 달한다.

여호수 기자 hosoo-1213@sisa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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