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16일 부여 대조사 일원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천편일률적인 산사음악회에 경종 울리다!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올해부터 매년 4월 신록축제로 개최하려고 했던 부여 대조사(주지 현중) 산사문화제가 지난 8월 15일과 16일 양일 간 대조사 경내와 성흥산 사랑나무 일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는 주제로 펼쳐진 문화제는 이전의 산사음악회와는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지역 문화축제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두 차례나 미뤄졌던 행사는 코로나로 지친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 다시 희망을 찾자는 의미로 진행됐는데 취지에 부합하듯 이틀간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많은 참가자들이 함께 하면서 성공적인 산사문화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천편일률적인 산사음악회에 경종 울리다!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대조사 산사문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은 당연히 15일 저녁에 열린 산사음악회지만 음악회 이외의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져, 지역주민들과 외지 여행객들이 함께하는 부여의 대표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 낮에 열리던 음악회는 지난 가을 ‘구절초와 함께하는 산사 작은음악회’를 개최하면서 콘셉트의 변화를 예고했고, 이번 산사문화제 기간에 획기적인 콘텐츠로 구성, 무대에 올렸다.

공연의 콘셉트는 ‘우리 음악!’. 트로트 음악이 대세를 이루던 산사음악회에서 벗어나 공연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공연을 구성, 수준 높은 한 편의 콘서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희문과 놈놈,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이번 대조사 산사음악회의 헤드라이너는 ‘국악계의 BTS’라 불리는 이희문과 놈놈. 지난 2018년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대조사 산사음악회 무대에 올랐던 이희문과 놈놈은 불과 2년 사이 ‘세계적 명성의 엔터테이너’가 된 이후 다시 이 무대를 찾았다.

KBS TV의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에 음악 큐레이터 겸 뮤지션으로 참여,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확보한 이후 첫 번째 산사음악회 무대였다. 앞선 무대에서 신바람 나면서 맛깔스러운 경기민요를 선보인 바 있던 이희문과 놈놈은 이번 공연에서 ‘국악계의 이단아’다운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머리를 부풀린 가발과 짧은 반바지 그리고 하이힐로 무장한 이희문과 한복에 하이힐을 신은 신승태, 조원석 두 놈놈의 무대는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한껏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이희문의 카랑카랑하면서도 낭창낭창한 보컬, 놈놈의 해학적인 재담과 재치 넘치는 하모니가 얹어진 ‘난봉가’, ‘육칠월 흐린 날’, ‘청춘가’, ‘뱃노래’에 앵콜곡인 ‘이리렁성 저리렁성’까지 쉽게 만날 수 없는 최고의 음악을 선보였다.

 

이다해금, 이정표...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대조사 산사음악회의 특별한 의미와 가치 가운데 하나는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하지만 뛰어난 실력의 음악인들을 무대에 불러 세운다는 것이다. 2년 전의 이희문과 놈놈이 그랬고, 최근 TV조선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 나가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트로트 신예 김경민, 국악 신동 김태연 등이 대조사 산사음악회 무대에 선 후에 스타덤에 오른 음악인들이다.

이번 산사음악회 무대에도 그 전통은 변함없이 빛났다. 그 주인공은 가야금 싱어송라이터 이정표와 해금 연주가 이다해금. 우리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두 사람은 뛰어난 음악성으로 주목받는 미래의 스타들이다.

일제 강점기의 노래들로 꾸민 음반과 공연 ‘경성살롱’으로 알려진 이정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젊은 음악’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뮤지션이며, 유튜브를 통해 뛰어난 해금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이다해금 역시 젊은 음악팬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전천후 스타이다.

두 사람이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연주와 노래는 산사의 풍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 밖에 부여지역에서 활동하는 어쿠스틱 밴드 동네삼춘스와 풍물패의 길놀이와 사물놀이도 인상적이었고, 기타리스트 최훈과 선주의 무대도 고즈넉한 산사를 잔잔한 감동으로 물들였다.

 

기와그림 그리기,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음악회 이외의 프로그램도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어린이 문화예술체험 ‘기와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에는 20여 명의 부여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참여해, 풍부한 상상력과 재능으로 멋진 기와 그림을 완성, 대조사 미륵불 가는 길에 전시해 대조사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풋풋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안재인 사진전,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10여 년간 어머니를 모시고 전국의 산사를 찾아다니며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 안재인 작가의 특별 사진전 ‘어머니와 함께한 10년 간의 꽃마실 이야기’도 이틀간의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프로그램으로 작가가 직접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성불도놀이,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대조사 주지 현중 스님과 함께 하는 성불도놀이도 또한 흥미로웠다. 지옥, 아귀, 축생 등 육도윤회를 벗어나 깨달음을 얻는 해탈의 과정을 놀이에 담은 성불도 놀이에는 많은 불자와 일반 관람객들이 참가하면서 이틀 동안 세 차례나 펼쳐졌고 대부분 처음 대하는 불교 전통문화임에도 뜨거운 관심과 호응 속에 진행됐다. 현중스님은 앞으로도 대조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성불도 놀이를 가르치고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원길 걷기 지도,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이번 산사문화제 기간 동안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산사 소원길 걷기’ 프로그램으로 대조사에서 시작, 산길을 따라 성흥산성 사랑나무에 오르고 다시 내려와 미륵불에서 마치는 약 1시간 코스의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사랑나무와 미륵불, 그리고 두 곳을 잇는 산길에 ‘소원’ 콘셉트를 부여해 ‘산사 소원길’로 이름 짓고, 코스 중간 중간에 있는 스탬프를 찍어오면 소정의 기념품을 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됐고, 사랑나무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유애포의 ‘사랑나무 버스킹’이 열렸다.

 

유애포 사랑나무 버스킹, 부여 대조사 산사문화제 / 사진_ 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대조사 산사문화제 측은 최근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한껏 명성을 얻은 성흥산 사랑나무를 찾아 사진을 찍는 젊은 여행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랑나무를 찾는 젊은 여행객들에게는 작고 아름다운 천년고찰 대조사의 소중한 가치를 알려주고, 대조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성흥산의 명물인 사랑나무를 찾게 해, 대조사와 성흥산 사랑나무, 그리고 두 곳을 잇는 소원길이 부여 여행의 필수 아이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랑나무 연출사진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도시인들이 한적한 여행지로 부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치유와 희망의 문화 축제 대조사 산사문화제는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처럼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관심 속에 펼쳐졌다.

작지만 아름다운 산사 대조사의 의미 있는 행보가 천편일률적인 여타의 산사음악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떠들썩하고 소모적인 일회성 행사가 아닌 대중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문화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용한 울림이었다.

치유와 희망을 드리는 조용한 산사가 되기 위해 문화제의 콘셉트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대조사 주지 현중스님은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지만 환한 희망을 안겨드리고 싶다”며 “머지않아 고난과 고통이 멈추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올 것”이라고 위무했다. 

대조사 전경 / 사진_시사매거진 하명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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