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개인전 ‘잘-못-하다’
전시: 인사동 킵인터치 (8/20-9/2)
글: 김동규 작가의 전시 서문 중에서

안부(박종일) 개인전 ‘잘-못-하다’ 전시: 인사동 킵인터치 (8/20-9/2)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안부(박종일) 작가의 개인전 ‘잘-못-하다’가 오는 8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인사동 소재 킵인터치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 대해 안부 작가는 “지난 몇 년 간 진행해온 ‘만나게 해 주쇼’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애증과 불통으로 점철된 아버지와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해왔다”며 “아버지를 바로 눈앞에 모델로 앉혀두고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리는 행위는 점점 소원해졌던 부자관계를 반 강제적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일종의 무대 장치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동등한 인격으로 대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 불통을 느끼며 아버지의 권위와 침묵을 올려다봐야 했던 한 창작자가 변화를 모색하는 와중에 취한 첫 선택은 아버지와의 권력관계를 역전시키는 것이었다.

평생 권력의 상징이었던 아버지는 난생처음 아들 안부 작가의 지시에 순응한다.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의 신체는 속수무책으로 굳어진다. 세세한 질문과 답변의 문장들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정보는 적나라하게 객관화된다. 캔버스에 휘두르는 붓과 나이프로 인해 아버지의 신체는 무방비로 변형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그 행위의 주체인 작가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그는 관계의 당사자이자 대화의 제안자 그리고 재현의 기술자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전공한 그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 문외한에 가까운 상태였다. 아닌게 아니라 아버지를 그리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 속에서 아버지는 의아해하며 “니 그림도 하나?” 또는 “네가 그림을 잘 그리나?”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권력관계의 역전’이라는 양상에 있어서 분명한 오류이다.

안부 작가의 그림 이력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역전시킬 만큼의 권위를 갖지 못한다는 지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부는 그림 그리기를 강행했고, 아버지는 무방비로 주저앉아 그에게 순응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 오류의 지점이 본 프로젝트의 분수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을 저리 마주 앉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무엇인가? 안부 작가는 어쩌면 이미 이 게임의 전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안부 작가는 지속적으로 회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위압적이던 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하던 초기 몇 점의 그림들과는 달리 그의 최근작들에서는 터치와 분절적인 선묘를 통해 ‘아버지’의 도상을 해체하는 경향이 역력하다.

그가 해체하려는 것은 아버지의 실존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맺혀왔던 ‘불통’이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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