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한국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도약
빨간 바지(국립극장 달오름 8/28-29)
레드 슈즈(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9/4-5)

오페라 '빨간 바지'_포스터 (사진=국립오페라단)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성큼 다가온 가을 바람을 맞으며 초가을을 붉게 물들일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빨간 바지>와 <레드 슈즈>, 그들의 레드가 국립극장 달오름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오페라 <빨간 바지>

국립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8월 28일(금)부터 29일(토)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선보이는 <빨간 바지>는 최근 음악극, 발레, 오페라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 나실인과 2019년 창작 오페라 <텃밭 킬러>에서 인상 깊은 대본으로 주목받은 작가 윤미현이 협업한 작품이다.

두 창작자는 오페라 <검은 리코더>에서 독거노인에 관한 최근 사회 이슈를 다루며 합을 맞춘 바 있다. 오페라 <빨간 바지> 또한 당대 한국 사회 문제를 담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한국 창작 오페라계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블랙코미디’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이야기를 풀어가는 오페라 <빨간 바지>는 1970, 80년대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일명 ‘빨간바지’라 불리는 부동산계의 큰손 진화숙과 그녀처럼 복부인이 되고 싶은 목수정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작가 윤미현은 각각의 캐릭터를 생동감있게 살려 당대의 사회문제를 그들에게 투영했다. 빈부격차와 같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그녀만의 방식으로 풀어 코믹하게 그려낸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로 공연을 찾은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작곡가 나실인은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호모루덴스>, <비욘드 라이프>, 발레 <처용>, 오페라 <비행사>, <나비의 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휘는 독일 트리어 시립오페라극장 수석 상임지휘자 및 부음악감독을 역임한 젊은 마에스트로 지중배가 맡고 한국 연극계의 대표 연출가 최용훈이 연출한다.

원조 빨간바지 진화숙 역에는 소프라노 정성미가, 그녀의 정부 성도수 역은 테너 엄성화가 맡는다. 복부인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빨간바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목수정 역은 소프라노 김성혜, 어딘가 수상한 인물 유채꽃, 부두남 역은 각각 메조소프라노 양계화와 바리톤 박정섭이 맡는다. 빨간바지의 기사인 최기사 역으로는 베이스 전태현이 출연한다. 여섯 명의 정상급 성악가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비극적 잔혹동화 <레드 슈즈>

오페라 <레드 슈즈>는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바탕으로 각색한 오페라이다. 개성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어느 마을에 화려한 옷차림을 한 마담 슈즈라는 인물이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다이내믹한 전개의 음악과 멈출 수 없는 드라마 전개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음악적 어법으로 신선한 음악을 담아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한 전예은은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개성과 욕망을 허용하지 않고 획일화된 틀 속에 가두려 하는 집단 사회의 내재된 억압에 경고장을 던진다.

또한 오페라 작업에 대본으로도 함께 참여한 작곡가 전예은은 “작곡가로서 직접 원작을 각색하고 대본을 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대본을 쓰는 과정에서부터 음악을 상상하며 극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오페라 <레드 슈즈>의 독특한 점이 아닐까 싶다”며 “전반적으로 현대 음악양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극의 분위기에 따라 조성적인 음악 및 드뷔시의 ‘달빛’, 팔레스트리나의 ‘놀라운 왕이신 예수’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색채의 음악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연출은 최근 <마술피리> <투란도트>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젊은 오페라 연출가 표현진이 맡고 지휘는 김주현이 맡는다.

긴 장마 끝에 선선한 가을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두려움과 걱정 속에 공연 연기와 중단을 거듭하며 암울했던 시간을 뒤로 보내고 이제 서서히 엔데믹(Endemic)과 뉴 노멀(New Normal)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꾼다.

국립오페라단의 올 가을 레드 시리즈에 맞게 공연장 드레스 코드 또한 레드로 엣지있게 맞춤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빨간 바지와 레드 슈즈로…

오페라 '레드 슈즈'_포스터 (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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