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주를 품은 용처럼 열정을 다 바쳐서 화성시를 지키겠다”
화옹지구의 예비이전후보지 철회와 개정안 저지를 위해 싸워나갈 것

[시사매거진266호=차홍규 화백] 수원전투비행장은 글자 그대로 수원에 존재하는데, 갑자기 왜 화성으로 옮기려하는가? 당연히 옮기려면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내 지역에 있으면 시끄럽고 불편하니, 힘이 세니 힘이 약한 다른 곳에 옮겨야 하겠다하면, 우리나라는 힘센 지역이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여 시끄럽고 불편한 것들은 모두 힘없고 약한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비상식이 현실이라는데 의아심을 갖고 우선 궁금한 것부터 서두를 꺼내 보았다.

“여의주를 품은 용처럼 열정을 다 바쳐서 화성시를 지키겠다”는 홍진선 상임위원장.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어쩌다 화성시 화옹지구가 선정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왜 반대하나

수원전투비행장은 6.25 전쟁 당시 창설되어 현재까지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주둔하면서, 한미공동운영기지로 운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불모지였지만, 점차 인구가 늘어나면서 소음피해 민원과 개발수요가 늘어났고, 수원시는 비행장을 옮겨 역세권 개발과 도시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원전투비행장은 수원시에 160만 평, 화성시에는 32만 평에 걸쳐 있어서 화성시 동부권 주민도 수원시민과 똑같이 수십 년 넘게 전투기 소음과 고도제한으로 정신적, 물적 피해를 입어왔다. 문제는 2014, 수원시가 화성시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방부에 이전건의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수원시의 이전건의서를 보면 ‘00시 화옹지구라고 이미 수원시는 사전에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검토해 건의한 걸 알 수 있다. 한 번 생각해 보라. 만약 화성시가 세류동 인근 수원전투비행장을 사람이 적게 살고 있는 광교산으로 이전하자고 하면 수원시민의 입장은 어떨지 궁금하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자기 집에 군 공항이 오는 걸 전제로 한 협의안에 찬성하는 집주인이 과연 있을까? 수원시는 이전건의서에 화옹지구를 지정했음은 물론이고, 국방부도 이전후보지 타당성 검토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2017214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수원 지역의 어떤 국회의원이 이전지를 화옹지구로 단수 발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결국 2017216일 국방부는 수원군공항 이전 건의를 수용해 화성시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는 화옹지구의 환경적 가치나 매향리 주민들의 역사적 아픔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도 결여된 일방적 결정이었다. 화성시도 수원전투비행장 이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원과 화성 동부지역 시민들의 고통을 힘센 수원시는 쏙 빠지고, 화성시에만 고통을 전가하는 이전을 반대하는 것이다. 현재 수원군공항 이전사업은 화성시민의 반대로 예비이전후보지 지정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화성시 마도면 금당리에서 8대째 살아오고 있는 홍진선 상임위원장. 그는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기를 보내고,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농협조합장까지 역임했다. 그래서 일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내 고향에 대한 애정은 아주 투철했다고 말한다.

범대위 활동도 그럼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나

나는 화성시 마도면 금당리에서 8대째 살아오고 있다. 8대째니까 한 150년 정도는 쭉 이어서 산 것이다.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기를 보내고,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농협조합장까지 역임했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내 고향에 대한 애정은 아주 투철했다. 수원시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건의를 한 2014년부터 이미 각종 언론에서는 화성호 일원이 유력한 후보지라고 소문이 파다했다. 안산시 시화호 아니면 화성시 화성호라고. 이게 들어오면 안 되는데. 특히 여기 서부지역 사람들은 화성의 매향리가 미 공군 폭격장으로 존재하면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다 안다. 매향리는 전시처럼 전투기가 날아다니면서 매일 포탄을 투하하고 기총을 쏘아대던 곳으로 주한 미 공군의 유일한 한국에서의 사격연습장으로 이곳에서 미 공군들은 비행사격술을 연마하며 조정 실력을 늘려 나갔다. 미군들이 하루에 퍼붓는 포탄숫자가 700개로 무려 54년이나 유지되어왔다. 그런 연유로 매향리 마을에서는 사람들끼리 싸움이 자주 있고, 자살률도 유독 높았다. 매향리에서 키우던 소는 이유 없이 유산을 하고, 젖소는 젖이 잘 안 나오고, 앙고라토끼는 털에 윤기가 없고, 닭들은 비실비실한 것이 현실이었다. 매향리에서는 훈련한다며 낮밤을 안 가리고 시도 때도 없이 바다며 갯벌이며 포탄이 떨어졌는데, 이게 소음도 소음이지만 진동이 워낙 크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미 공군 사격 훈련이 시작되면 양계장의 지반이 울린다. 그럼 닭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사료를 잘 안 먹고, 사료를 제대로 못 먹으니 성장도 잘 안 되고, 그러다보니 쉽게 병에 걸려 죽거나 산란을 잘못한다. 그런 아픔의 매향리 폭격장도 주민들이 오십 년 넘게 투쟁해서 겨우 폐쇄시켰는데, 이번엔 다시 수원전투비행장이라니!

 

매향리 주민들의 트라우마가 엄청날 텐데, 국방부에서 매향리의 역사적·정서적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수원군공항이 화옹지구로 오면 안 되는 이유 중 화성습지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기도 한데

나는 우리 화성시의 미래가 매향리 갯벌, 화성호, 화옹지구를 다 포함하는 화성습지에 있다고 본다. 범대위 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도 자주 만난다. 화성 갯벌의 가치는 연간 2,200억 원에 달한다고 각종 도표를 제시하며 설명을 들었던 일이 생각난다. 즉 우리가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아도 그만한 가치를 우리에게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원시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찬성단체는 어떻게든 화옹지구의 환경적인 가치를 깎아내리고 싶어서 한겨울에 사진을 찍어놓고는 황무지라고 억지주장을 한다. 참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화성습지는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서 현재 람사르 습지 등재를 추진 중인 곳이다. 그런 곳을 황무지라고 언론에 홍보들을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거기다 어떤 사람은 인터넷에다가는 화성 주민이라며 군 공항이 와야 서부권이 발전된다, 화성 사람들도 찬성 의견으로 돌아섰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우정읍, 궁평리 서부 쪽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수원전투비행장 오면 여기 다 죽는다는 이야기다. 화성의 자랑인 수도권 해양관광은 끝난다. 작년에 화성시에서 매향리 갯벌 일원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해수부에 신청했다. 어촌계 회원 전원 만장일치로 습지를 보호하자고 추진하면서, 우리가 이렇게까지 의욕적이니 도와주고 힘을 보태 추진하여달라고 화성시 직원들까지 불러다가 참석시켰다고 한다. 당연히 바다와 갯벌, 습지가 살아야 주민들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또 군공항 이전반대는 물론 화성습지를 지켜야 한다고 응원해주는 동탄 시민들을 만나면 정말 뿌듯하다. 이번에 환경노동위원장에 선출된 송옥주 국회의원도 지난 68일 국회에서 화성지역 어촌계원, 화성환경운동연합회원 등과 함께 화성습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모두 화성시민의 민의를 대표한 행동이었다.

지난 7월 9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홍진선 수원 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나도 송옥주 국회의원을 예전에 인터뷰하면서 대담한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다. 환경은 이제 인간이 죽고 사는 문제이고, 화성의 미래 세대를 위해 군 공항 이전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던 것을 기억한다. 국회에서 광주광역시와 수원시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군 공항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지난 78일 국회에서 화성시와 무안군이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난 68일에는 광주광역시 의원 15인이, 76일에는 수원시 의원 등 17인이 추가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광주광역시와 수원시의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두 개정안 모두 군 공항을 옮기고 싶어 하는 지자체에게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이전 대상 지역 주민이 반대하더라도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기한의 명시와 막대한 소요 사업비를 국가에 공동 부담시키는 강제 근거의 마련과, 이전후보지 자치단체장의 주민투표 발의 및 유치신청 권한을 축소 및 폐지하는 등 그야말로 일방적이고 과도한 법 개정이다. 이걸 저지하기 위해 화성시 이원욱, 송옥주 국회의원과 무안영암신안 국회의원 서삼석 의원을 비롯해 화성시의회와 무안군의회 특위, 화성시 범대위와 무안군 범대위, 화성환경운동연합 등이 뭉쳤다. 이번 국회 성명 발표는 무안군과 공동연대 활동의 첫 사례로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생각한다. 79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는데, 서철모 화성시장도 함께 나와 동참해주었다.

 

국방부는 화옹지구를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한 것을 즉시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홍진선 상임위원장은 화성시 범대위는 화옹지구의 예비이전후보지 철회와 개정안 저지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굳게 말했다.

범대위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이 드는가

이번에 수원시 의원의 추가 개정안 발의 소식을 듣고 정말 허탈하고,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2018년에 1119일 수원 모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을 때는 범대위 2,500여 명이 생업까지 제쳐두고 국회 앞으로 달려가 항의 집회를 열었고, 1126일에는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회 의원들에게 화성시민 13만 명의 한이 맺힌 서명부까지 제출했다. 덕분에 국회 상임위조차 상정되지 못하여 제20대 국회 때 자동 폐기된 법안이었다. 그런데 그걸 똑같이 다시 발의한 것이다. 자신의 지역구를 위하여 힘자랑하며 화성이 약하다고 이렇게 힘을 과시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더 분통이 터지는 건, 언론에서도 우리같이 힘없는 화성시민들보다는 힘센 유력정치인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피해를 받는 화성시민이 반대하는데, 수원시 정치인이 수원지역만 생각하고 군 공항 옮기겠다고 법까지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묻고 싶다. 수원시는 큰 도시로 경기도 맹주 도시를 자처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수원시에 편향적인 기사를 싣고, 심지어 왜곡된 정보를 기초하여 여론조사를 펼친 기도 한다.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찬성 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화하기도 한다. 아무리 매향리 주민들이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거냐고 울부짖고 어민들이 갯벌을 보호하겠다고 외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주소만 화성에 있고, 수원시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찬성 단체 대표 한 사람이 한 말만 신문에 화성시민도 수원군공항 화옹지구 이전 찬성한다라고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힘없는 화성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해줘서 고맙다. 내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 계획이나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국방부는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한 것을 즉시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화성시 범대위는 화옹지구의 예비이전후보지 철회와 개정안 저지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무안군 범대위 등 전국의 단체와 함께 연대할 계획이다. 그날까지 온 힘을 다 바쳐 수도권의 허파인 화성시 자연환경 보전에 최선을 다하여 노력을 할 것이다. 많은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관심에 너무 감사하다.

 

# 힘이 세다면 주위의 힘 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주면서, 함께 더불어 잘 살도록 이끄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힘이 세다고 주위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만을 위하여 그 힘을 일방적으로 사용한다면 뭇짐승들과 다른 게 과연 무엇이겠는가?

나는 그저 화성 마도면 촌로(村老)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춘 홍진선 위원장은 52년생 용띠로 필자와 엇비슷한 삶을 살아온 세대이다. 만 예순여덟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의주를 품은 용처럼 열정을 다 바쳐서 화성시를 지키겠다며 인터뷰 중 여러 차례 각오를 다진다. 인터뷰 하면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옳고 그름이라는 상식도, 힘의 논리 앞에서는 한갓 물거품인지? 씁쓸한 인터뷰였다.

필자 차홍규

서울과기대 학사, 홍대 미술학석사, 동신대 공학박사
기능올림픽 심사위원,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개인전 58회 및 미주, 유럽 등 단체전 300여회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작가 (한국, 중국 유일 작가)

중국 북경 칭화대학 미술대 교수 정년퇴임
)한국 조형예술원 석좌교수, 한중미술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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