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동 칼럼] 사랑하는 것, 사랑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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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동 칼럼] 사랑하는 것, 사랑하지 않는 것
  • 편집국
  • 승인 2020.08.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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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동 목사
장경동 목사

사랑하는 것, 사랑하지 않는 것

사람은 위치와 역할에 따라 관계가 다릅니다.

조선 시대처럼 주인과 하인의 관계라면 주인은 안채에, 하인은 행랑채에서 생활합니다. 부자 관계가 되면 아버지는 안방에, 자녀는 아이들 방에서 주로 잠을 잡니다. 하지만 부부 관계가 되면 같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방에서 한 이불을 덮는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재산상의 관계로 보면, 하인이 주인에게 열심히 일한 대가로 새경이라고 하는 돈이나 물건을 받습니다. 하인이 주인을 위해 행동한 대로 대가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자 관계는 상속 관계입니다. 나아가 부부 관계는 상속의 관계를 넘어서는 사랑의 관계입니다.

주종 관계에서는 삯을 받아서 쓰고, 부자 관계에서는 타서 씁니다. 하지만 부부 관계에서는 그냥 쓰면 됩니다. 그래서 하인은 “주인님, 일할 테니 품삯 주세요"라고 말하고, 자식은 "아버지, 돈 좀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부는 별다른 말 없이 그냥 가져다가 쓰면 됩니다.

부부가 되면 이런 사랑의 관계, 즉 한 몸을 이루어 살아야 합니다. 부부인데도 항상 하인처럼, 자식처럼 살면 안 됩니다. 사랑의 관계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사랑의 대상을 필요로 하는 인간은 사랑의 행위를 할 때 동물과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동물은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마주 보고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요구하는 대상은 있는데 사랑을 줄 상대가 없다면, 또는 사랑을 줄 대상은 있는데 사랑을 받을 상대가 없다면 그것은 비극입니다. 사랑은 나눌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돈은 엄청나게 많은데 살 물건이 없다면 그 돈은 쓸모가 없습니다. 돈은 물건을 살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랑을 나눌 대상이 없다면 그 사랑은 완전하지 못한 것입니다. 꽃과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사랑하면 온통 관심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이 사람도 사랑하고, 저 사람도 사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랑을 모아서 한곳에 집중하면 그 사람이 나의 전부인 것입니다. 존재 이유와 목적이 그 사람 때문에 있는 것입니다.

'그대 있음에 나 있고, 그대 없음에 나 없으니 그대 없는 세상 내가 누구를 위해서 살겠는가!'

사랑하는 감정이 있으면 모두 시인이 됩니다. 사랑으로 인하여 내가 즐겁고, 사랑으로 인하여 내가 슬프고, 그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도 천국이요, 그 사람을 떠나서라면 천국도 지옥입니다. 사랑을 모를 때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정말 사랑을 하면 그것을 알게 됩니다.

수천 명, 수만 명이 모였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곳은 텅 비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서울에 있을 땐 서울이 꽉 찬 것 같지만, 그 사람이 서울을 떠나면 서울은 텅 빈 것처럼 느껴집니다. 수만 명을 놓고 이야기를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쓸쓸하다가도, 그 사람만 나타나면 군중이 꽉 찬 것같이 느껴집니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그 사람만 남고 다른 사람은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간단하게 알아맞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사람 옆에 앉아서 시간이 너무도 안 가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금방 시간이 흘러가 버리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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