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의 민낯 '동물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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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의 민낯 '동물 기계'
  • 여호수 기자
  • 승인 2020.08.0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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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기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나 성경을 읽듯 읽어야 한다.”
                -존 웹스터 (브리스톨대학교)
저자 루스 해리슨, 레이철 카슨 | 옮김 강정미 | 출판사 에이도스
저자 루스 해리슨, 레이철 카슨 | 옮김 강정미 | 출판사 에이도스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 인류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응할 백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한편 방역과 소독에 엄청난 돈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제 전염병의 원인을 찾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전 인류에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전염병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그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공장식 축산이다. 좁고 밀집된 축사에서 각종 약물과 항생제로 가축을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은 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며, 병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전염병으로 수백만 마리에 이르는 농장동물들이 살처분됐다는 이야기는 병의 이름만 바뀐 채 돌림노래처럼 뉴스를 타고 있다.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이 농장동물을 넘어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고기값 폭등만을 걱정할 뿐 공장식 축산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논의는 없었다.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고발하고 동물복지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고전이 재출판되었다. 저자는 생명으로 태어났으나 '사료를 고기로 만드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농장동물들의 비참한 삶을 조사하고 농부, 축산업자, 정부 관계자, 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를 수집해 엮었다.

가로세로 3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항생제 섞인 사료를 먹고 1년 동안 수백 개의 달걀을 낳는 닭, 숨 막히는 양돈장에서 누운 채로 사육되는 돼지, 육질이 흰 고기를 위해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사육장에서 철분이 부족한 먹이를 공급받으며 사육되는 송아지.

저자는 과학적 사실과 직접 촬영한 사진자료,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얻은 생생한 정보로 공장식축산의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을 마주 보게 한다.

책은 출간 당시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책이 출간되던 1960년대나 현재나 약물로 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인간의 안일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인류는 여전히 질병예방을 위해 사료에 항생제를 넣고, 해충 제거를 목적으로 축사에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결국 전염병을 막지 못하고,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것은 '공장식 축산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반증한다.

밀집사육과 약물, 전염병이라는 악순환은 이제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마저 위협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 등장한 지 100여 년이 지나,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금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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